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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7회 – 안개 속으로

 

 

 

1

 

심각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노력을 하면 해결될 것도 같은 사소한 일인데도

손에 박힌 조그만 가시처럼 제 마음을 붙들고 있습니다.

 

밤새 잠을 잘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명상을 하려니

제 마음이 자꾸 그것에만 눈길을 두고 있어서 이내 포기해버렸습니다.

마음이 찌뿌둥하니 몸도 찌뿌둥해져서 아침 운동도 포기했습니다.

산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텃밭에서 채소를 따와서 간단한 반찬을 만들었는데

그 반찬마저 맛이 별로더군요.

 

아침을 먹고 나서 사랑이와 같이 산책을 나섰는데

주위에 짙은 안개가 끼어있었습니다.

보름 가까이 비가 오지 않아서 조금 가문 듯한 요즘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수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상쾌했습니다.

모든 것이 흐릿해 보이니 먼 곳을 향하던 눈길은 가까운 곳에 두게 되고

그러다보니 발걸음도 느긋하고 사뿐해졌습니다.

10여 분 정도 그렇게 상쾌하고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데

안개가 더 짙어지더군요.

 

주위를 온통 감싸고 있는 그 기운에

몸과 마음을 고스란히 맡겨놓고

가만히 안개를 보고 있노라니

산란했던 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제가 바라는 삶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너무 상식적인 얘기여서 뭐라고 토를 달기가 어렵지만

사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어렵기도 합니다.

저처럼 세상에서 한 발 떨어져 홀로 지내는 경우에는 더 어려운 일이죠.

 

주위에 사람은 많지 않지만

얼마 되지 않는 사람에게라도

사랑을 전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너무 미약해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 노력이 과해서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 노력에 반응해서 전해지는 마음을 제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 노력에 반응해서 전해지는 마음이 부담스러워서 제가 물러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 이리 산란하고 갈팡질팡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서

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그럴수록 제 마음은 불편해하고 때로는 날카로워집니다.

“왜 불편해할까?” 하는 생각에 제 마음에게 더 다가가려다가

그러면 제 마음이 더 불편해 할 것 같아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제 마음을 향한 관심을 멈추고 아침에 봤던 안개를 떠올렸습니다.

마음 속에 짙은 안개를 드리우면 제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까요?

 

 

 

(짙은의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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