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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아내에서 투사가 된 대우자동차 가족대책위 부의장 서정희

노동자의 아내에서 투사가 된 대우자동차 가족대책위 부의장 서정희

평범한 노동자의 아내, 그러나 지금은 수십일 힘겨운 투쟁속에 투사가 되어버린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 부의장 서정희씨(정리해고자 전종운 조합원의 아내)를 만났다.

□ 정리해고 이후 고통이 무척 클 텐데...

☞ 5개월 임금이 체불되었다가 지난달 체불된 임금이 나왔어요. 그걸루 생활을 하고 있는 형편이예요, 당장 닥치는 어려움이 위로금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8년 다녀도 퇴직금이 천만원 겨우 넘고 그 돈 가지고는 몇 개월 생활비밖에 안돼요. 더 어려운 것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 월급 자체가 없어져 버리니까.
가장 힘든 건 애기 문제예요. 애기가 22개월이거든요. 그런 애기 분유값이 부담스러워 끊고, 맡길 데도 없어 집회하는 데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죠. 며칠 전에도 애가 경기를 일으켰는데, 의사는 집회 같은 데 데리고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방법이 없어요.
당장 끼니를 걱정하고 임대아파트도 내줘야 할 상황이고, 일정한 수입도 없고 대출도 못 받는데 어찌해야 하나...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격렬한 투쟁 한복판에서 느낀 점도 많았을 텐데...

☞ 초반에는 정신없이 아빠 때문에, 아빠가 끌려가는 것을 구타당하는 것을, 팔 꺾여 끌려가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아빠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싸웠죠. 그나마 엄마들이 있어야만 아빠가 덜 맞고, 엄마들이 한대 맞아야 아빠들이 한대라도 덜 맞고 그래서 정말 위험한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한달이 지나니 진짜 가슴속에 분노가, 전경들도 사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경들만 보면 억제할 수 없는 것이 올라오고, 나도 내가 아닌 것 같은 욕들이 나오고 그래요.
지금 40여일 싸움을 지나오고 있는데 여기 엄마들도 마찬가지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단련되었어요. 어차피 싸움이 길어질 건데 지금 심정은 이 싸움을 즐겁게 하고 싶고, 그런 과정에서 가족들이 아빠들 싸움에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가족대책위 활동 상황은...

☞ 지금 꾸준하게 참여하는 가족들이 20명쯤 됩니다. 집회 때는 30~50명으로 늘어나구요. 대우자동차가 IMF 이후 어려워지면서 60-70만원으로 생활하다 보니, 엄마들이 직장생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산곡동 농성장으로 결합하기 어려운 조건이거든요. 그래서 아파트 중심으로 지역모임을 꾸리고 있고, 일주일에 한번 목요일 지역모임을 하고 있어요.
수요일, 금요일은 성당에 모여서 항의방문과 선전활동을 하구요, 화요일은 문화쟁의부에서 엄마들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월요일에는 아빠들하고 같이 오후 집회를 하고 투쟁계획을 잡고, 토요일에는 집회들이 많아서 거기에 결합하는 걸로 투쟁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 울산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현대자동차에서 98년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던 경험을 들어서 잘 알고 있어요. 정리해고된 분들이 끝까지 싸워서 복직했다는 희망적인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게 큰 힘과 희망이 되어요. 직접 찾아오시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주신 울산 분들에게 참 많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외로웠지만 이제 그 단계를 넘어서서 끝까지 정말 질기게 버티는 사람이 남는 거라 생각하고 우리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가 지켜보지 않더라도 끝까지 줄기차게 정말 우리가 복직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거예요.
사실 처음에는 이번 정리해고 싸움을 나만의 문제, 생존권의 문제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싸움의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을 생각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정말 이제는 전국 노동자들의 싸움이다, 권력싸움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싸움 꼭 이겨서 또다시 정리해고가 불거진다면 그때는 우리가 지원과 연대를 나갈 거라는 얘기를 울산 분들한테 꼭 하고 싶어요.
아이의 이름을 걸고, 천만 노동자의 이름을 걸고, 울산 노동자들로부터 힘을 얻어서, 반드시 이 투쟁 승리하겠습니다. 정리해고 박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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