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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17

2002년 연말 효순이 미선이 죽음을 추모하는 촛불이 거세게 타올랐습니다. 바로 몇 달 전 인권운동가 서준식은 열광적인 월드컵 응원에서 나타나는 애국주의를 비판하다가 붉은 악마들에게 호되게 당했습니다.


2004년 야당에 의해 탄핵당한 노무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무수한 이들이 촛불을 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몇 달 지나 김선일씨가 납치되어 살해되자 이라크로 군대를 보내지 말라면서 자신들이 구해낸 대통령과 맞서 싸웠습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진보신당 진중권은 인터넷을 매개로 현장을 직접 누비면서 스타가 됐습니다. 바로 1년 전 진중권은 영화 디워 열풍을 비판하면서 ‘파시즘의 냄새가 난다’고 광분했고, 자신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에게는 ‘쥐새끼처럼 숨어서 말하지 말고 실명으로 싸우자’고 방방 뛰었습니다.


2007년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은 역대 대선 사상 최다 득표라는 압도적 표를 받으면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몇 달 후 치러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의회를 싹쓸이 했습니다. 그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나와 대통령을 쥐로 표현하면서 조롱했고, 이명박은 ‘배후가 누구냐?’고 난리를 쳤습니다.


2002년 노사모 열기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이 당선 이후 뻘짓을 계속하자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면서 새로운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이명박 정권에 의한 표적사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을 하자 사람들은 국가에서 마련한 공식 분향소를 거부하면서 시민분향소로 몰려갔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붉은악마의 거리응원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거대한 힘을 보여줬습니다. 그 응원 열기는 2006년과 2010년에도 이어졌지만 한국 팀의 성적과 상관없이 열기는 점차 줄어들었고, 2010년 ‘당신의 레즈는 어디로 갔습니까?’라며 대중을 훈계하던 SK의 깃발 아래로 모이길 거부했습니다.


선거 때마다 여당과 야당을 왔다 갔다 하는 대중의 표심은 항상 ‘국민의 현명한 판단’으로 불립니다.

매순간 스스로의 열정을 거침없이 뿜어냈던 대중의 행동은 ‘파시즘의 전조’로 불리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용광로’로 불리기도 합니다.

보수주의자들은 ‘좌파 정권 10년이 만든 가치관의 혼란’을 얘기하고, 386정치인들은 ‘민주주의의 열망이 법과 제도로 모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사회주의자들은 ‘자생성의 한계’를 버릇처럼 얘기합니다.


이영애가 나타나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한마디 합니다.

“너나 잘 하세요.”


그리고 연영석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다 할 줄 아나”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이십대 전반전 (골든에이지, 2010년판) : 서울대 학생자치언론인 ‘교육저널’에서 몇 년 간 얘기해왔던 20대의 현실에 대한 얘기들을 모아서 내놓은 책입니다. 끝임 없이 강요되는 경쟁 속에서 불안하기만 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88만원 세대들의 현실을 자기들의 언어로 솔직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얘기는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이고, 그 현실을 애써 외면하지도 않고 짓눌리지도 않기 때문에 아직 꿈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 (사회평론, 2010년판) : 고려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특수부 검사에서 삼성그룹 비서실로 이어진 김용철의 삶은 로열패밀리의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배은망덕한 배신자가 돼서 자신을 키워준 삼성을 향해 칼을 들이댔습니다. 그가 얘기하는 로열패밀리의 삶은 확실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아Q정전 (창작과 비평사, 1996년판) : 중국의 근대화는 서구의 침략과 무기력한 봉건주의의 발악과 혁명의 열기로 뒤엉켜 있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민중의 현실을 얘기했던 루쉰의 소설들은 이중적인 민중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지식인의 자의식으로 민중을 재단하지 않고, 단순히 민중을 관찰하면서 비관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민중에 대한 신뢰와 혁명에 대한 열정에서 나왔습니다. 이 책에 실린 10편의 단편소설들은 바로 그런 힘과 열정을 보여줍니다.


위풍당당 개청춘 (이순, 2010년판) : 이대 나온 여자가 백조로 몇 년을 지내다가 어렵게 공기업에 입사하고 결혼도 했습니다. 대졸 20대 여성이 그 과정에서 느꼈던 세상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인텔리 여성의 성공담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20대 후반의 여성의 삶이 자신의 언어로 재치 있게 이어집니다. 20대는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돼서 그 현실에 적응이 되었을 때는 어떻게 변할까요? 그가 씹어댔던 386세대와는 다른 모습이었으면 좋겠는데...


천변풍경 (문학과 지성사, 2008년판) : 일제 식민지시절 ‘구인회’로 뭉쳤던 모더니스트들이 바라본 근대 초기 경성의 모습은 분명 사회주의나 민족주의경향의 작가들이 바라봤던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는 다릅니다. 1930년대 청계천 주변에서 살아갔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그린 박태원의 장편소설 ‘천변풍경’은 그 시절 소시민의 일상 그 자체입니다. 사회성이 없는 다큐멘터리를 보듯 쭉 이어지는 그들의 삶은 너무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그 현실의 겉모습만 재미있게 들여다보다가 소설은 끝납니다.


외면 (열린책들, 2004년판) : 1949년 칠레에서 태어난 루이스 세풀베다는 학생운동에 참여한 이후 젊음의 열정을 조국에 바쳤지만, 그 댓가로 피노체트 정권에 의해 조국을 떠나 라틴아메리카를 떠돌게 됩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그런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때로는 환상적으로,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현실도피적으로 쓰여진 다양한 소설들 속에는 그 열정과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짧은 단편들 속에도 깊이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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