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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마지막

 

방 한쪽에 쌓여 있기만 한 책들이 아까워서 시작한 일이 거의 1년이 되어 갑니다.

이렇게 길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중간에 약간 짜증나는 일도 있었고

내가 욕심이 생겨서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했는지도 모르지만

정말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음에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슬슬

이 일이 의무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고

글도 멋있게 잘 써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공유라는 허울 속에 새로운 사유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성민이’가 조금씩 알려지는 것을 의식하게 되고

이 일을 바탕으로 해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연말입니다.

누구랑 같이 술 한 잔 하고 싶지만

전화 걸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만 있는 사람들

애써 전화를 해봤는데 통화가 되지 않거나 바빠서 나중에 보자는 답변을 들은 사람들

찾아오는 사람 없이 병실에 누워 있는 사람들

구속돼 있는 사람들

이들에게 술 한 잔 사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이들이 나의 하나님이고 부처님입니다.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본인이 아니더라도 주위에 이런 책들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책들이 공유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틱낫한의 걷기명상 (갤리온, 2007년판) : 미쳐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이 명상입니다. 특별한 공간이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하는 명상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샀습니다. 알기 쉽게 명상법이 잘 설명되어 있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명상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인가 봅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자유기업센터, 1999년판) : 신자유주의 전도사 공병호가 쓴 자유주의 이론서입니다. 이론서도 이렇게 쉽고 명확하게 써낼 수 있는 공병호의 능력에 정말 감탄을 했습니다. 공병호는 단호하게 얘기합니다.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제한해도 괜찮아!

 

마이더스의 노예들 (바벨의 도서관, 2009년판) : 잭 런던은 자연의 역동성과 야생의 힘을 가장 잘 표현할 줄 아는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계급착취가 이뤄지는 사회에도 들이댈 줄 압니다. 그런 잭 런던의 단편 소설 다섯 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힘만 넘치더군요.

 

유진 스미스 (열화당, 2007년판) : 밑바닥 삶을 가장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찍어내는 사진작가 최민식에게 강하게 영향을 줬던 작가가 유진 스미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아봤지만 이 책이 겨우 있더군요. 수 만 장을 찍었던 유진 스미스의 사진 중에서 50여 장이 작은 책에 실려 있습니다. 그의 작품세계와 사진들에 대한 설명들이 있기는 하지만, 뭔가를 느끼기에는 턱없습니다.

 

우체부 파울 아저씨 (문학동네 어린이, 2003년판) : 시골에 있는 우체부가 마을에서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가짜 편지를 써서 보내준다는 뻔하고 별 내용 없는 어린이 동화입니다.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서 금새 읽고 나면 뭔가 그슴 속에 살며시 들어와 있습니다. 큰 감동은 아니지만, 살며시 스며드는 그런 종류입니다. 독일 작가의 글과 그림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들리지 않는 진실, 빈곤과 인권 (바오밥, 2009년판) :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인 아이린 칸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방글라데시에서 나고 자란 경험이 있어서 더더욱 빈곤의 문제를 몸으로 느꼈나봅니다. 책상에서 자료만 뒤적이면 쓴 글이 아니라 세계 곳곳을 직접 다니면서 쓴 글이라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유엔 산하기구 책임자라서 그런지 해결책이 좀 떠있습니다.

 

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2010년판) : 최규석은 참치 캔 헹군 물에 라면스프 넣고 끊여 먹어본 사람이라면 실감할 수 있는 얘기를 만화로 그립니다. 그 구질구질한 삶이 비참하지만 않은 이유는 그 속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계속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따뜻할 수 있는 것은 그 작가의 삶이 따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감동하기에는 좀 애매합니다.

 

천일야화 1 (열린책들, 2010년판) : 천일동안 목숨을 걸고 들려줬던 신비한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중독성이라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아라바마와 40인의 도적’이나 ‘신바드의 모험’이나 하는 것들은 천일야화를 빌려온 아류 창작물이었습니다. 역시 원전을 읽어봐야 그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단, 계급적 혐오감이나 성적 평등이라는 불순한 시각을 갖고 보면 곤란합니다. 또 한 가지, 18세기 프랑스 브르조아 작가가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말로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야한 오리지날 버전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번역서를 찾아보셔야 합니다.

 

두 번의 탈출, 하나의 꿈 (텍스트, 2010년판) : 배고파서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가고, 중국에서 다시 안정된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탈출하고,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하고 캐나다 유학을 떠난 사람의 얘기입니다. 30여 년의 삶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시대 젊은 만인보 시리즈의 최대의 장점인 솔직하고 생생한 얘기들이 역시 좋았습니다. 두 번의 탈출 끝에 찾은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얘기가 어정쩡한 것이 좀 아쉬웠지만, 왜 어정쩡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4년 인권운동보고서 (사람생각, 2005년판) : 2004년 인권단체들이 모여 함께 활동을 했던 성과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한국의 인권상황은 어느 정도 수준이고, 인권운동은 또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바로미터라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얘기인가 봅니다.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내 자신을 비쳐보는 바로미터가 되지도 않을까 합니다.

 

설국 (문예출판사, 1999년판) : 일본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인 이 소설은 심리주의 소설답게 별 내용은 없습니다. 돈 많고 할 일 없는 놈이 눈 쌓인 온천장에서 두 여자 사이에 끼여 요상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1935년부터 1947년까지 쓰여졌습니다. 식민지 착취와 제국주의 전쟁의 한복판에서 시작한 소설은 핵폭판으로 조국이 패망한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이어집니다. 부르조아 심미주의 소설의 대가는 이렇게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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