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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고통

 


이곳 남부 멕시코 산맥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고통과 슬픔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내가 의미하는 고통이란 넓은 의미로 볼 때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문화적이고 심지어 종교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UCIRI의 농부들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고통은 생활의 일부이다. 고통은 피할 수 없으며 결코 완전하게 추방할 수도 없다. 서구에서는 모든 사람이 고통을 피하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은 결코 성공하지 못하지만 고통은 가능한 한 존재의 주변으로 밀쳐진다.

인디언들의 개념에서는 슬픔과 고통을 밀쳐 버리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슬픔과 고통을 버리거나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통은 그로부터 무언가를 생산적으로 만드는 데 이른다. 이는 고통을 비생산적인 것으로 보고 멀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UCIRI 농부들은 그들의 슬픔의 몫을 갖고 있다. 우리는 총격전을 경험했고 투옥되기도 했고 우리 측 사망자를 매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고통이 생산적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함께 체험하고 함께 노력하였다. 우리는 슬픔으로부터 더 강해졌다. 이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 나오는 의사를 생각나게 했다. 사람들은 의사에게 “의사 선생님, 누가 당신에게 이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나요?” 하고 물었다. 의사의 대답은 “고통이오!”였다. 고통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지혜를 재인식하도록 해 준다.

이 말은 우리가 고통을 단순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고통이 주는 잔인함에는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고통으로 무엇을 하느냐와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핵심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낙심하느냐 새로운 힘을 다시 찾느냐?


- 프란스 판 데어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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