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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교도소에서 온 편지

 

남쪽에는 장맛비가 내린다고 하데요.

봄 향기를 맡기도 못했는데 금세 여름이 된 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합니다. 여름 한철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이곳도 나름 시원합니다. 갯내음이 느껴지진 않지만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부는 편입니다.

징역은 어디나 같지만 내 마음의 징역은 슬픈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감내하기 힘든 것은 숨길 수 없습니다.

찢어진 마음 붙이고 험한 시간 도 닦으며 이겨내라 귀한 인터뷰 자료와 책까지 보내주시어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 오늘은 내일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제2 쌍용, 만도, 상신, KCC, 대림, 금호, 한진, 유성......이 계속 되는 것을 멈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지도 없는 국회의원 몇 명의 목소리가 아닌 노동자의 힘으로 말입니다.

북한한테는 녹음테이프로 망신당하고, 학생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공격적 직장폐쇄-파업유도-공권력투입-민주노조 말살

노동지옥 재벌천국을 만들고 있는 MB표 공식을 기자회견으로 꿈틀만 하다 말 것인지 답답합니다.

지난 시간 정으로 인연으로만 더해진 활동가......

답은 현장에 있었지만 소위 활동가(꾼)는 현장을 설득할 자신감까지 상실했던 것 같습니다.

도를 닦지 않아도, 연대 단결 투쟁 없이는 절대로 생존권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념 실천이 없었습니다.

가야할 길이 중요함에도 지나온 시간들이 머리를 하얗게 만듭니다.

총칼에 맞짱 깔 수 없다는 것이 노동자이지만, 꺾이지 않는 신념이라면 탱크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역사를 통해 배웠습니다.

인터뷰한 동지 중 몇 분은 아는 사이라 더 의미 있게 보았습니다.

배울 점이 많은 동지들입니다. 진짜 노동자, 모범적 활동가이시죠.

제주에는 김성민 동지와 2명의 동지가 유일한 소통자입니다.

한00, 금속노조(경기)에서 오래 활동하다가 가정사로 내려갔습니다. 현00동지는 평택에서 활동하다가 해군기지 반대투쟁 하겠다고 내려갔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제주도엘 가보고 싶습니다. 그때가면 반가운 동지가 셋이나 있으니 참 흐뭇합니다.

하루하루를 부끄럽게 산다면 찾아가기도 어렵겠지요.

나를 비우고 누구인지 물을 수 있는 시간 징역 아니면 가능이나 하겠습니까.

장마가 북상해서 심장을 적시는 장대비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무력해지는 마음에 생기를 주는 횟초리이니까요.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6月 12日

화성옥에서 상균 書

 

 

경기도 화성시 남양우체국 사서함 3호

한상균 (11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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