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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스워 보이냐? (34회)
반갑습니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공개방송으로 진행을 해보려고 합니다.
작년 5월쯤에 숲속에서 야외 공개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오늘은 조그만 소극장을 빌려서 따뜻한 노래들과 얘기들로 꾸며보려고 합니다.
오늘 공개방송을 위해 몇 분의 가수들이 찾아주셨는데요, 먼저 시와씨를 모시고 잔잔하고 따뜻한 노래 한 곡 들어보겠습니다.
출렁이는 물소리와 반짝이는 빛의 조각
흘러가는 저기 빈 배 따라가는 나의 눈길
쉬어가도 좋아요
누워 봐도 좋아요
잠들어도 좋아요
꿈꿀 수도 있어
머리위에 밝은 빛이 여기로 들어오게 해줘요
눈 가득 밝은 빛이 이 안을 따뜻하게 안아요
쉬어가도 좋아요
누워 봐도 좋아요
잠들어도 좋아요
꿈꿀 수도 있어요
꿈꿀 수도 있어요
꿈꿀 수도 있어요
어떠셨는지요?
시와씨의 노래는 눈을 감고 들으면 정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여러분도 그 편안함을 느끼셨습니까?
이곳은 50명 정도 들어올 수 있는 작은 소극장인데요, 듬성듬성 10여 분이 자리를 해주셨습니다.
허전하지도 않고 북적거리도 않을 정도의 관객들이 함께 하고 계시니까 편안하고 좋네요.
가만히 보니까 연령대도 다양한 것 같은데, 제가 초대한 가수와 준비한 내용이 취향에 맞을런지가 살짝 고민이 되기는 합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같이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준비를 했으니까 편하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사전 예고도 없이 진행하는 공개방송에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예고를 하더라도 찾아올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요. 하하하
그래서 오늘은 조금 특별한 곳에만 예고를 했더니 이렇게 여러분이 참석을 해주신 것입니다.
여러분을 뭐라고 소개를 해야 드려야할 지 조금 난감하기는 합니다.
‘구천을 떠도는 유령’이라고 우리가 흔하게 얘기하는데, 그렇게 소개해도 될까요?
사람이 죽은 후에 영혼이 이승의 육체를 떠나서 저승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저런 사연으로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허공을 떠돈다고 하는데, 여러분이 지금 계신 곳이 그런 곳이라고 이해해도 되겠지요?
제가 심령술사는 아니지만 오늘 이렇게 특별한 분들과 함께 자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제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진행을 하다가 너무 인간을 대하듯이 해서 실수를 하더라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여러분을 위한 이런 특별한 방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히히히
제가 말이 좀 길어졌군요.
시와씨의 노래를 한 곡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에 불렀던 노래는 ‘Dream'이었고요, 이번에 불러주실 노래는 ’길상사에서‘입니다.
크지 않은 박수 소리가 시와씨에게 기운을 전해주겠지요?
이렇게
앉아있는 이 오후에도
나무사이로 보인 하늘
아름다운 것들을
가만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무언가
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들
흘러가는 저 물 소리도
어쩌나
두고 떠나기는
아쉬워
한 걸음
입 맞추고
돌아서네요
오늘 이 특별한 자리를 위해 편안하고 따뜻한 노래를 불러주신 시와씨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드립니다.
시와씨가 다른 공연에서도 말을 그렇게 많이 하시는 분은 아니지만, 오늘 이 자리에 오시는 분들이 특별한 분들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여러분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면서 조용히 노래만 부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다른 가수 분들도 마찬가지이니까요 노래만 부르고 그냥 들어가 버린다고 서운해 하시지는 말아주십시오.
방송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뒤쳐봤더니 구천을 떠도시는 분들은 사연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죽을 때 이승에 대한 미련이 많아서 아직도 이승에 마음을 두고 계시거나,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신 분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시기도 하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생을 마치신 분들도 제명을 다 하지 못하고 죽은 것이라서 이승의 언저리에서 쉽게 떠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분들을 위해서 씻김굿이라는 것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살아있는 사람들도 겨우 버티고 있는 처지라서 여러분들을 생각할 여력이 없어서 그런 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씻김굿을 위한 자리는 아니지만, 이 순간만이라도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함께 호흡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련해 봤습니다.
이번에는 분위기를 좀 바꿔서 자우림의 노래를 들어보실텐데요, 자우림이 요즘 워낙 바빠서 오늘 이 자리에 직접 자리를 하지는 못했고, 대신에 자신들의 노래 파일 하나를 보내주셨습니다.
자우림도 역시 어떤 노래를 들려드려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차가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나 그런 세상을 등진 사람이나 통하는 것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 노래를 골랐다고 하더군요.
여러분, 가만히 자우림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차가운 대리석의 무도회장, 음울한 음악이 흐르네
회색 먼지와 회색 드레스, 낡아빠진 옛 얘기
흔들 흔들 흔들
죽은 자들의 무도회
영원한 것은 무엇도 없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음을 향해서 달리네
다시 먼지는 먼지로
허무한 생의 종막으로
짧은 입맞춤에 긴 이별
축제에 안녕을 고하네
시간이 멈춰 버린 무도회장, 우울한 어둠이 흐르네
망각의 강을 떠다니는 건 흔해빠진 무용담
흔들 흔들 흔들
죽은 자들의 무도회
영원한 것은 무엇도 없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음을 향해서 달리네
다시 먼지는 먼지로
허무한 생의 종막으로
짧은 입맞춤에 긴 이별
축제에 안녕을 고하네
죽은 자들의 무도회
영원한 것은 무엇도 없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음을 향해서 달리네
다시 먼지는 먼지로
허무한 생의 종막으로
짧은 입맞춤에 긴 이별
축제에 안녕을 고하네
죽은 자들의 무도회
영원한 것은 무엇도 없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음을 향해서 달리네
다시 먼지는 먼지로
허무한 생의 종막으로
짧은 입맞춤에 긴 이별
축제에 안녕을 고하네
랄라라라라라 랄라라라라라
랄라라라라라 랄라라라라라
자우림은 이 노래에서 상실감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여러분은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혼자만 떠드니까 조금 재미가 없죠?
오늘 오신 분들이랑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여기 앞쪽에 나이가 좀 어려보이시는 두 분이 계시군요.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러세요.”
“아우~ 너무 쉽게 응해주시니까 갑자기 긴장이 되네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꿈속에 나타나서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실례가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꽤 어려 보이는데요.”
“저는 작년에 17살 때 죽었고요, 옆에 있는 언니는 3년 전에 18살 때 죽었어요.”
“아~ 무슨 사연으로 죽게 됐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흐흐, 너무 그렇게 긴장하시지 않으셔도 되요. 저나 언니나 가끔 언론에 나오는 그런 흔한 사연으로 자살했어요. 무슨 얘긴지 아시겠죠?”
“아~ 예예. 생각보다 밝으신 걸 보니 그 후에 마음이 좀 편해지신 건가요?”
“글쎄요. 이유야 어떻든 숨 막히는 현실에서는 벗어났으니까... 편해졌다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어요. 음... 솔직히 홀가분하기는 해요.”
“홀가분하다... 이해될 것 같기도 하면서도 잘 이해되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는 건가요?”
“이곳에 와보니까 저희 같은 사람들이,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고 해야 하나요? 히히히. 암튼 저와 같은 경우로 죽은 이들이 꽤 많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만나서 ‘후회 하냐?’ 하는 얘기를 하는데, 후회 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솔직히, 그 지옥 속에서 계속 있어봐야 숨만 막히지 달라질게 별로 없잖아요. 그렇다고 힘들면 자살하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지금 와서 다시 그 현실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는 얘기예요. 그럴 수도 없겠지만...”
“흐흐, 이해는 되지만 동의는 안 됩니다. 제가 아직 살아 있어서 그런가 봐요.”
“저도 아저씨가 무슨 뜻으로 하시는 얘기인지는 알겠어요. 가끔 제가 다니던 학교를 가보거든요. 어쩌면 그렇게 하나도 안 달라지는지 모르겠어요. 학교 옥상에서 저와 같은 이유로 울고 있는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오만 생각이 다 떠올라요. 그렇다고 저처럼 죽으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그러게 말이에요. 그곳 생활이 힘들지는 않으세요?”
“죽고 나서 처음 몇 달 동안은 적응이 되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 옆에 있는 이 언니를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이제는 그냥 적응하면서 살아가요. 제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는데, 그것만 인정하면 이 생활도 견딜만해요.”
“가끔 집에도 찾아가보시나요?”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는 질문을 했군요.”
“휴~ 아니에요. 처음에는 매일 찾아가서 가족들을 보면서 원망도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거든요. 그런데 가족들이 저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집에는 찾아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하지만 자꾸 생각이 나는 걸 어떻해요. 자기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찾게 되요. 아직도 힘들 게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 모습 보는 게 적응이 안 돼요.”
“괜한 질문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이제는 그런 것도 적응을 해야겠지요. 우리 같은 귀신들을 위해서 이런 자리 마련해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진심으로요.”
“그런 얘기해주시니까 제가 더 고맙습니다. 앞으로 준비된 순서들이 많으니까요 편하게 즐겨주세요.”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요,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요. 나중에 방송에서 한 번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물론이지요. 무슨 노래인데요?”
“가끔 저처럼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 옆에 가서 들려주던 노래거든요. 물론 제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겠지만, 꿈속에서라도 들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옥상달빛이 부른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래예요.”
“그래요? 그럼 오늘 자살 청소년과 예비 자살자들을 위해서 옥상달빛을 불러와야겠네요.”
“하하하, 정말로요?”
“오늘 이 방송은 바라는 것은 뭐든지 이뤄질 수 있는 방송입니다. 자, 거기 무대를 향해서 ‘옥상달빛 나와주세요’라고 외쳐보실래요.”
“옥상달빛, 저에게 노래를 들려주실래요?”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 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이번에는 뒤쪽에 계신 할아버지 한 분과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예, 반갑습니다.”
“연세가 꽤 되신 것 같으신데...”
“난 살만큼 살다가 죽었으니까...”
“아~ 그러면 안타까운 사연으로 돌아가신 건 아니신가요?”
“허허, 사람이 살다가 죽었는데 안타깝지 않을 리야 있겠어. 그저 자살이나 사고로 갑자기 죽은 건 아니라는 얘기지...”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계신건가요?”
“사람들한테 다 특별한 사연이야 있지.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나도 남들처럼 살다가 나이 들어서 병들고, 그러다가 죽은 거지.”
“돌아가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글쎄, 여기 있다 보면 세월 가는 걸 생각하지 않게 돼서... 한 10년 넘었나?”
“윽~ 그렇게나 오래되셨어요? 어쩌다가 그렇게 오랫동안 구천에 머물러 계신 거예요?”
“나도 그걸 모르겠다니까. 이승에 미련도 별로 없는데 말야. 살았을 때 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나...”
“요즘은 저승 가는 길도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그런 가요? 히히히”
“그래서 그런가? 허허허”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러 계시면 힘들지 않으세요?”
“딱히 그렇지도 않아. 이곳 생활이라는 게 특별한 건 없지만,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 죽으니까 욕심이 없어져서 그래.”
“살아 있는 저는 특별한 욕심이 없어도 힘들어 죽겠는데요.”
“그렇지? 그게 세상살이려니 생각하는 수밖에 없지 뭐. 죽으면 그런 맛도 없어.”
“음~ 제가 좀 더 살아봐야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겠네요.”
“더 산다고 알 수 있나, 죽어봐야 알지. 허허허.”
“아~ 예.”
“그런데, 노래들이 젊은 사람들 노래 밖에 없나?”
“좀 그렇지요? 죄송합니다. 어르신 같은 연령대의 분이 오시리라는 생각을 못 해서요.”
“젊은 사람들 노래도 듣기가 싫은 건 아닌데... 내가 노래 하나 부르면 분위기 망치는 건가?”
“아니요! 저야 대환영이지요. 자, 무대 위로 오르실래요?”
“늙은이 주책이라고 이해해줘. 오늘 기분이 좋아서 노래 하나 하고 싶어서 그래.”
“오늘 이 자리는 늙은이건 어린이건 모두가 자유롭게 즐기는 자리입니다. 편하게 한 곡 부르십시오. 여러분, 박수 한 번 힘차게 부탁드립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노래 정말 잘 들었습니다.
언 듯 보기에도 여든은 넘으신 것 같은데, 구성지게 노래를 잘 부르십니다.
그나저나 구천에서 떠도는 생활을 하루 빨리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자, 분위기가 조금 들썩들썩해지는 것 같은데, 오늘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얘기 있으신 분 또 없습니까?
어차피 돌아가신 분들이니까 쑥스러워하거나 그러시지 마시고, 그냥 편하고 하고 싶은 얘기 있으시면 손을 들어주십시오.
아, 저쪽 구석에 계신 아주머니, 손을 드신 거 맞죠?
“안녕하세요?”
“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세요?”
“어떤 얘기도 상관없나요?”
“물론이지요. 이 방송을 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나름대로 자유로운 방송입니다. 아무 얘기나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제가 3년 전에 죽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가슴에 쌓인 걸 풀지 못해서 이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 그러세요. 가슴 속에 쌓인 얘기를 속 시원하게 풀어놓으세요. 크게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제가 마음으로 그 얘기를 들어드릴게요.”
“...”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좀 더 드릴까요?”
“아니오. 제 얘기를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제 얘기를 듣고 저 대신 복수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죄송해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너무 답답해서...”
“깊은 상처를 받으셨나 봐요?”
“휴~ 오늘 여기 와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정도 상처들을 다 갖고 있을 텐데... 괜한 소리해서 분위기만 이상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런 마음을 다 이해하실 분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음속에 담아두시지 마시고 풀어놓으세요. 그 얘기를 듣고 복수를 해드린다고 얘기는 못 해드리겠지만...”
“아니에요. 어차피 죽었는걸요. 빨리 미련을 떨쳐 버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살아 있을 때도 그게 쉽지 않은 일인데, 죽어서도 잘 안 되나 봅니다. 이유야 어쨌든 이렇게 용기 내서 얘기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방금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나서 갑자기 듣고 싶은 노래가 생겼습니다.
자우림이 오늘 바빠서 오기 어렵다고 했는데, 아무리 바빠도 지금 와서 이 아주머니에게 노래 하나 부르라고 명령을 해야겠습니다.
밴드 자우림을 불러볼까요?
나와라, 자우림!
아∼ 우우우우∼
아∼ 우우우우∼
아∼ 우우우우우우우
눈물이 쏟아져 앞을 볼 수 없어
가슴이 아려와 숨도 쉴 수 없어
왜~
왜 그럴까?
너에게 죽인 새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인 새를 선물할게
가슴이 아려와
너에게 죽인 새를 선물할게
나의 회로는 전부 폐쇄됐어
그래 이제 나는 다 망가졌어
불에 타는 심장을 선물할게(선물할게)
너에게 타는(타는) 심장을(심장을) 선물할게(선물할게)
네가 다 망쳤어
네가 나를 망쳤어
네가 우릴 망쳤어
너에게 죽인(죽인) 나를(나를) 선물할게(선물할게)
너에게 죽인(죽인) 나를(나를) 선물할게(선물할게)
네가 준 상처 잘 받았어
고마와 고마와 고마와
너에게 피 흘리는(피 흘리는) 새를(새를) 선물할게(선물할게)
고마와 고마와 고마와
너에게 피 흘리는(피 흘리는) 새를(새를) 선물할게(선물할게)
고마와 고마와 고마와
나나나 나나나나나 나나나
너에게 죽인(죽인) 나를(나를) 선물할게(선물할게)
너에게 죽인(죽인) 나를(나를) 선물할게(선물할게)
너에게 죽인(죽인) 나를(나를) 선물할게(선물할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인(죽인) 나를(나를) 선물할게(선물할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인(죽인) 나를(나를) 선물할게(선물할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인(죽인) 나를(나를) 선물할게(선물할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오~우! 이 열광적인 반응은 뭡니까?
죽은 분들 정서에는 이 노래가 가장 맞는 건가요?
너무 의외라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예정에 없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들려드린 노래에 이런 반응을 보여주시면, 뒤에 준비하고 있는 가수들이 긴장하겠습니다.
원래는 몇 분과 얘기를 나눈 후에 이 분의 노래를 들을 예정이었습니다.
오늘 방송을 살아있는 제가 준비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살아 있는 분들이 먼저 떠나신 분들을 생각할 때 어떤 마음일까를 고민하다가 떠오른 노래가 ‘살다가’였습니다.
진행을 하다가 갑자기 자우림의 ‘새’라는 노래가 떠올라서 급하게 자우림을 부른 것이었는데...
여러분의 정서에는 자우림의 ‘새’가 더 맞는지 모르겠지만, 저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의 정서에는 이 노래가 더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살아서 여러분을 잊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한 번 들어주시겠습니까?
오늘은 소향씨의 힘이 넘치는 간절한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래
너 없는 하늘에 창 없는 감옥 같아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니래
초라해 보이고 우는 것 같아 보인대
사랑해도 말 못했던 나
내색조차 할 수 없던 나
나 잠이 드는 순간조차 그리웠었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너 지칠 때
정 힘들면 단 한번만 기억하겠니
살다가
사랑해도 말 못했던 나
내색조차 할 수 없던 나
나 잠이 드는 순간조차 그리웠었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너 지칠 때
정 힘들면 단 한번만 기억하겠니
우리 마지못해 웃는 거겠지
우리 마지못해 살아가겠지
내 곁에 있어도
내 곁에 있어도
눈물 나니까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태워도
태워도
태워도 남았다면
남김없이 태워도 돼 후련할 때까지
나 살다가 아~
나
살다가
다 우셨어요?
조금 더 울 수 있는 시간을 드릴까요?
아~ 제가 진행하기나 조금 힘드네요.
물 한 잔만 마시고 할게요.
휴~
울다보니까 멘트를 다 까먹었어요.
여러분, 이제 그만 눈물을 닦으시고 제 얘기 들어주실래요?
하하하, 아주머니 그만 우세요.
제가 진행해야 하거든요.
휴~
오늘 이 자리에 와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2년 전에 죽은 분인데, 저랑 꽤 친했던 분이었거든요.
그 분은 자살도 사고사도 아니었어요.
울산에서 해고자 생활 10년을 버티다가 나이 오십도 되지 않아서 병으로 죽었거든요.
설을 하루 앞두고 죽었으니까 얼마 후면 2주기가 됩니다.
살아서도 해고자로 거리를 떠돌았으니 죽어서도 구천을 떠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만나면 편안하게 이런 저런 얘기하고 싶었는데...
작년 연말에는 제가 알고 있던 분이 울산에서 자살을 했습니다.
그 분 소식을 뉴스에서 듣고 또 마음이 먹먹했었는데...
그 분은 분명히 구천에서 떠돌고 있을 텐데...
여러분, 혹시 다니시다가 박현정이라는 분과 이운남이라는 분을 보시게 되면 제가 안부전한다고 얘기해주시겠습니까?
자, 이제 다음 초대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분들은 가수라기보다는 철학자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즘은 거의 활동을 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오늘 특별히 여러분에게 노래를 들려드리려고 모셨습니다.
시인과 촌장을 모시고 ‘숲’이라는 노래를 듣겠습니다.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음~ 내 어린 날의 눈물 고인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외롭고 외롭던 숲
음~ 내 어린 날의 숲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음~ 내 어린 날의 슬픔 고인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어둡고 어둡던 숲
음~ 내 젊은 날의 숲
자, 이제 오늘의 마지막 순서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저기요.”
“누구시죠?”
“여기, 자살 청소년이요.”
“아, 예.”
“저기, 끝내기 전에 제가 노래 하나 불러도 될까요?”
“오~ 그럼요. 저도 사실 이렇게 끝내는 게 살짝 아쉬웠는데...”
“제가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다가 배운 노래가 있어서 이 방송을 보시는 분들에게 불러드리고 싶어서요.”
“아까는 옆에 앉은 동생 분 얘기만 조용히 듣고 계셨는데, 이제 분위기에 취하셨나 봅니다. 무대 위로 올라오실래요?”
“좀 쑥스러워서요. 그냥 여기에서 불러도 되죠?”
“그러세요. 무슨 노래를 부르실 건가요?”
“비올레타 파라가 부른 ‘삶에 감사해’를 부를게요.”
“여러분, 박수 칠까요?”
내가 두 눈을 떴을 때
흰 것과 검은 것,
높은 하늘의 많은 별,
그리고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을 완벽하게 구별 할 수 있는 빛나는 두 눈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귀뚜라미와 까나리오 소리,
망치 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
이런 소리들을 밤낮으로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청각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어머니, 친구, 형제
그리고 내 사랑하는 영혼의 길을 비춰주는 빛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말하는 단어의 소리와 문자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도시와 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평원
그리고 너의 집과 너의 길,
너의 정원을 걸었던 그 피곤한 나의 다리로 행진을 하게한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인간의 지식의 결실을 볼 때
악에서 아주 먼 선을 볼 때
너의 맑은 두 눈의 깊이를 볼 때
그것을 알고 떨리는 심장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불행을
내가 구별하게 한 웃음과 울음을 내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웃음과 울음으로 내 노래는 만들어졌고
모든 이의 노래는 같은 노래이고
모든 이의 노래는 내 자신의 노래입니다.
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있는 것을 여러분도 느끼고 계시겠죠?
아~ 또 진행을 하기 힘들게 만들어버리시는군요.
누구 물 갖고 계신 분 있으시면 조금만 주실래요?
휴~
좋은 노래 들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른 분들 중에 더 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 분 계세요?
자, 그럼 마지막으로 짧은 영상을 하나 보시겠습니다.
이 영상은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동감’의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우연히 얻게 된 무선기를 통해서 1979년의 사는 소은이라는 여자와 2000년에 사는 지인이라는 남자가 통화를 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 멜로영화입니다.
좀 황당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잘 만들어진 멜로영화여서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 중에서 소은과 지인이 무선기로 서로 대화를 하는 부분을 보실 텐데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여러분도 가슴 속에 그리고 계신 분들과 통신을 해보세요.
소은 : 거기 세상은 어때요?
지인 : 글쎄요. 79년에 비하면 엄청나게 편해진 세상이겠죠. 지하철이 서울 바닥 바닥 뚫어놓고 다녀요.
소은 : 통일은?
지인 : 김일성은 죽었고요, 통일은 아직...
소은 : 어머, 김일성도 죽긴 죽는구나.
지인 : 배 타고 금강산 여행도 가고 그러는데...
소은 : 우~와! 재미있겠네요.
지인 : 헤헤.
소은 : 그 세상은 이뻐요? 살맛나는 세상이냐고요?
지인 : 늘 그렇듯이 세상은 살맛나는 곳이에요. 물론 갑갑해진 부분도 있겠죠. 공기도 오염됐고 사람도 바글바글... 그래서 “옛날이 좋았어”라고 추억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소은 : 그래요? 어~ 이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은 이 시절의 무엇을 추억할까? 2000년이 보고 싶어요.
지인 : 정말로 보여드리고 싶네요. 여기 세상은 소은씨가 상상만 하던 거, 아니, 상상도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현실로 이뤄져요.
어떠세요?
오늘 이 자리에는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분도 있고, 1년 전에 돌아가신 분도 계신데, 제 입장에서 보면 모두 과거의 분들이거든요.
오늘 이 자리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제가 과거의 분들과 만나서 얘기도 하고 노래도 들으면서 같이 울고 웃어봤던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과거의 자리에 머물면서 지금의 이 세상을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요?
오늘 방송을 마치려는 지금 이 순간, 그게 궁금해지네요.
오늘 저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부디 이승에 더 이상 연연하시지 마시고 편히 저승으로 가시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끝으로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라는 책에 나온 짧은 구절 하나를 읽어드리면서 오늘 공개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언제 길이 끝날지 물으면서 지치고 피로해지지 말게나.
미래와 과거가 만나는 곳,
바로 거기서 끝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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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송에도 누군가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방송에 대한 의견도 좋고
전하고 싶은 얘기도 좋고
광고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도 됩니다.
아니면 쓸데없는 얘기 주절거려도 되고요. ㅋㅋㅋ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겠습니다.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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