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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웹진의 사활

네티즌 웹진...쇠퇴해 가고 있는 인터넷 무림의 맹주였던 옛 영웅들의 인생역정.
    
[토끼와 거북이 ]

토끼는 빠르게 빠르게 달렸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거북이는 느리게 기었지만 새로운 길을 찾았다. 토끼가 빠르더라도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 별빛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하지만 토끼는 알았다. 거북이의 길이 맞다는 것을. 그래서 방향을 바꿔 다시 한번 힘차게 달렸다. 그리곤 순식간에 거북이를 따라잡았다. 토끼는 기존 미디어이고 거북이는 대안 미디어를 추구한 네티즌 웹진이다.

<딴지 일보>의 성공에 힘입어 1999년도를 정점으로 수많은 시사 전문 웹진이 탄생했다. 특별한 오프라인 조직도 없었고, 사회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오직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찾겠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매체 창간에 나섰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뒤 안정적인 재생산 구조를 갖춘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자보(http://jabo.co.kr)와 더럽지(http://therob.co.kr)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네티즌 시사 웹진은 인터넷 상의 수많은 사이트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선명성과 연대가 필요했다.

최소한의 지원금을 받아 아직도 이슈를 만들어가며 안정적인 업 데이트를 해 나가고 있는 대자보 발행인 이창은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웹진 컨텐츠의 선명성입니다.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줘야 그 존재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 이슈가 된다고 해서 따라가봐야 기존 매체를 앞지를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이슈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자보에서는 여러 가지 이슈를 만들어 낸 것이 사실이다. 군 가산점 문제 때 예비역 병장과 여성학 전공자들과의 난상 토론 자리를 마련했었고, 최근에는 문학권력 논쟁을 유발하여 기성 매체에서 이를 보도하기도 했었다. 기성 매체가 만든 이슈를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 요소요소를 제대로 짚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 웹진에 비해 아직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여기에 좀 더 부연설명을 하였다.

  "이렇게 웹진을 정체성을 찾은 다음부터는 오프라인부터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갖춰야 합니다. 최소한의 사무실, 최소한의 장비를 확보하고 더 나아가 제작비까지 충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후원금이나 후원배너 광고 등으로 가능할 겁니다."

반면 더럽지의 민명기 발행인은 약간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1999년도의 웹진 상황에는 분명히 거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생각도 안 해 보고 단지 돈이 안 든다는 이유 하나로 다들 하나씩 만든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것을 다시 한번 전면 재검토해 봐야 할 상황입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업 데이트를 하기도 힘들고 전문성을 갖추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우선 기사의 전문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직원이 증권관련 기사를 쓰고, 영화사 직원이 영화관련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 색깔을 갖추는 것이지요."

물론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생산 기반이다. 토론 사이트로 첫출발을 했던 토로(http://toro.co.kr)의 최기우 발행인은,

"토로는 현재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 혼자서 업데이트와 사이트 관리를 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운영할 사람을 모으려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해볼 의향은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사무실과 장비 그리고 최소한의 상근자가 없이 시사종합 웹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자보는 일단 그 수준은 넘어섰기 때문에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출 수 있었지만, 토로는 그것이 안 된 것이다. 그럼 토로가 다시 설 수 있으려면 이슈를 만들어 사람을 모으고 제작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 가지 문제점은 남아있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토끼가 옆을 돌아보며 거북이를 앞질렀듯이 사이버 상의 이름난 논객들은 현재 인터넷 한겨레, 동아닷컴, 조인스닷컴, 대한매일 뉴스넷 등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기자단 서브페이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메이저 언론사에서 논객들을 모두 흡수해버렸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좀처럼 필자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온라인 뉴스라는 인터넷 웹진을 창간했다가 지금은 대한매일 뉴스넷 기획팀장으로 있는 최진순씨는 의외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기존 매체가 필자들을 흡수한 것도 네티즌 웹진 침체에 영향일 미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네티즌 웹진 운영자들의 책임론을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웹진도 일종의 사업이라면 사업적 감각을 갖고 적극적인 연대, 적극적인 이벤트를 기획했어야 합니다. 모두 자기들의 잘난 맛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기존 미디어와의 연대까지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저희로서도 현재 사이버 논객들을 유입하기는 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으니까요. 네티즌 웹진이 제대로만 해주면 저희가 직접 필자를 모으기보다는 웹진 자체와의 공조관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네티즌 웹진의 르네상스는 오는가?

무언가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네티즌 웹진의 운영자들은 오랜 조정기에 들어갔다. 대학 웹진이나 시민단체 웹진에 비해 조직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분명히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자유롭게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한번 1999년도의 웹진 창간붐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지만 1년 간의 아픔이 어떤 가능성을 잉태할 수도 있다. 그 첫걸음은 웹진을 만든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확실한 영향력을 끼쳐보겠다는 의지를 보임으써 시작한다. 그렇다면 웹진끼리의 연대, 기성매체와의 연대도 포기할 수 없는 기획이다.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대자보와 더럽지를 비롯한 네티즌 웹진은 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마추어 웹진의 사활

    대학 웹진... 아직은 걸음마 단계, 대학 웹진- 하지만 희망을 말해보려 합니다.
  
인터넷 미디어의 붐이 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학내에도 웹매거진 형식의 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른바 '대학 웹진'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 웹진'이라는 용어는 정확하게 정의되기 어렵지만 여기서는 한양대 웹진 '언론세상'(http://unse21.com) 김치형 편집장의 말을 빌어 '대학생이 만든, 비상업적인, 정규적인 업데이트를 하는 웹진' 정도로 정의하겠다. 99년 6월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에서 처음으로 듀 'dew'(http://dew.ewha.ac.kr) 라는 시사 웹진을 창간한 이후, 웹진의 제작의 붐은 여러 대학에 이어져, 현재에는 약 15개 정도의 대학 웹진들이 인터넷상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렇게 치열한 인터넷 미디어간의 경쟁 속에서 대학 웹진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익은 원래 생각하지도 않았던 항목이니 그렇다 치고, 접속횟수를 늘리는 것은커녕 정기적인 업데이트조차 힘겨워 하는 제작팀들도 있었다. 처음엔 열성을 가지고 시작했던 대학 웹진들이 이화여대 시사 웹진 '듀'나 한양대 웹진 '언론세상' 등의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생은 아마추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경제적 장벽이 웹진을 제작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이다. 웹진은 아직 공식적인 학교 매체들처럼 학교의 지원을 그리 많지 받지 못하고 있다. 한 편집장은 '기자재가 부족해서 매달 업데이트 시기가 되면 PC방을 전전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지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아직 콘텐츠 문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아무래도 아마추어인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많지 않고, 인맥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리 높은 질의 콘텐츠는 확보하기 힘들다. 또 그것은 접속횟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에,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이러한 아마추어 대학 웹진들이 계속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들로 지적된다. #이밖에도 컴퓨터와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컴퓨터와 웹 디자인 작업등의 꾸준한 인력을 확보하는 일같은 사항들- 도 또 다른 어려움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학 웹진에 대해 밝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여러 대학 웹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크게 몇 가지로 나누어 질 수 있다.

첫째, 대학 웹진은 제작하는 개개인에게 좋은 학습용도로 쓰일 수 있다. 만들어 놓은 결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보다는 제작하는 과정 안의 여러 경험을 스스로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그것이다. 공적인 공간에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고, 자신의 생각을 기사화하여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써내려 가는 일. 그 과정들이 스스로의 능력과 관심의 계발에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대학 웹진은 비상업적이다. 이는 주장을 펴는데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매체들이 경제적인, 혹은 권력 안의 알력에 의해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을 대학 웹진은 과감하게 꺼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비단 학교 내에서만 충당하는 지면 매체의 의견들과는 달리, 이러한 자유로운 사고들이 인터넷의 무한한 공간 속에 놓여있게 된다면, 경우에 따라서 커다란 사회적인 반향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의 특성에 따라,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중문화 영역에서 배제된 여러 분야의 정보들을 관심있는 일반 네티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희대 우주과학과 웹진 'Eye of the Space'(http://myhome.netsgo.com/khvnova) 는 비행기나 별자리에 관한 전문적, 학술적인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단국대학교 역사학과웹진 'History' (http://www.history. co. kr)는 'Xpert'라는 전문적인 코너를 제작하고 있는데, 이는 관심 있는 소수 매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대학 웹진은 대학 내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 대학에는 학생들간에 반미 혹은 민주화에 대한 열의라는 확실한 공통분모가 있었다. 대학언론 역시 가장 큰 존재이유를 그러한 기반 위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기존의 정치적인 관점만으로는 규정되지 않는 다양한 관심거리를 가지고 있다. 가시적인 정치적 억압이 감소한 90년대 후반 이후 대학 사회는 많이 변모했고, 그에 따라 대학생들의 문화 역시 '다양성'으로 규정되는 문화형태로의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그러한 대학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매체들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언론세상' 김치형 편집장의 얘기를 보자. "이제 대학언론은 자유주의, 포스트 모더니즘 등 새로운 현대정치이념을 분석해야 하며, 민중 가요 뿐 아니라 힙합 또는 인디 음악을 얘기해야 하며, 반민주보다는 학우들의 복지에 대해 고민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즉 사회변화는 우리 대학의 위상을 규정하고 있으며, 변화된 대학의 위상은 대학언론을 정체성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웹진은 이제 다원화 되어가고 있는 대학사회 내의 모습을 반영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웹진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인터넷의 세계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아마추어라는 사실은 결점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초월하여 독특하고 개성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학 웹진들이 이러한 장점들을 바탕으로 하여, 당면한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잠재된 많은 가능성들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마추어 웹진의 사활

   시민단체 웹진... 인터넷 시대를 맞아 부흥한 시민 단체들의 새로운 소식통- 웹진

#웹진을 만드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시민단체가 만드는 웹진이 네티즌의 웹진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무엇일까? 우선 그들은 오프조직을 가지고 있다. 웹진을 만들 웹사이트를 이미 가지고 있고, 인력동원도 가능하다. 시민단체는 자신들만의 뚜렷한 이념과 활동계획을 가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경우, 환경오염과 파괴를 반대하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단체연합의 경우에도,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불평등과 불이익을 제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념이 뚜렷한 만큼 그들의 웹진은 뚜렷한 성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풍부하고 전문적인 컨텐츠의 확보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이미 월간지나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이 만드는 웹진이 경제적인 문제, 혹은 성격규정이나 컨텐츠의 부족 등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음을 감안해 볼 때 시민단체들은 웹진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웹진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분명히 있다. 앞서 언급했던 환경운동연합의 경우에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대중성'이다. 전국 7만 여명 회원들의 재정적 지원과 애정 어린 비판이 그네들의 활동의 동력이자 목표라는 것이다. 따라서 단지 시민단체의 활동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표방하는 이념을 널리 알리고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민단체의 이름을 건 웹진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99년을 전후하여 웹진 붐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웹진을 발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만약 현재 준비 중이라면, 과연 어디까지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시민단체와 산하 발행지 사이의 미묘한 관계

   단체의 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현재 많은 시민단체들이 산하에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발행지를 가지고 있다. 종이잡지를 단순히 웹 상에 옮겨 놓았다고 해서 웹진인 것은 아니지만, 이 점은 시민단체들이 웹진을 만드는 데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단체와 잡지 사이의 성격 차이로 인해 웹진의 발행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담당자들의 의견이다. 녹색연합에서 발행되는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편집장 김은주씨는 녹색연합과 <작은 것이...>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이버 녹색연합은 환경단체로서 환경현안 및 구체적인 환경 이슈에 관한 것에 주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작은 것이..>는 소박하고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환경 친화적이고 생태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이..>가 녹색연합 산하에 있긴 하지만 대중 설득 방식에 있어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셈이죠."

  시민 단체들이 산하의 잡지를 바로 웹진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중 설득 방식에 있어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직접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잡지들은 보다 우회적인 방식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에서 발행되는 <참여사회>의 편집장 김병기씨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이다.

  "단체와의 성격 차이 때문에 독립적으로 <참여사회>의 사이트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참여 연대의 사이트를 <참여사회>의 기사를 이용하여 웹진화 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 중에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미묘한 성격 차이 때문에 웹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김은주씨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계획을 이야기하였다.

  "<작은 것이..>의 자체 홈페이지를 갖고 있었지만, 사이트를 잠정적으로 폐쇄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새로운 모습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녹색연합에 링크는 시켜두겠지만,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산하에 잡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여성운동연합의 경우에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여성운동연합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금박경헌씨는 웹진에 대하여 여타 시민단체와 전혀 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

  "오프라인 소식지를 발행하려고 심의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소식지를 웹진으로 대체하기로 하였는데, 지금은 웹진 제작 중입니다. 기존의 여성운동연합 웹사이트가 홍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여성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생각이죠. 여성운동연합의 소개나 소식 뿐 아니라, 여성운동에 관한 기사까지 함축할 수 있는, 웹진 형태의 웹사이트를 만들 계획입니다."

  여성운동연합은 기존에 산하 발행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특수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산하 발행지를 가지고 있었던 다수의 시민단체는 웹진 발행에 있어 다소간 진통을 겪고 있는 듯 하다.


#시민단체의 새로운 시도, 웹진.
  많은 시민단체가 웹진 발행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많은 시민단체 웹진이 창간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웹진 발행에 앞서, 웹진의 성격 규정 및 시민단체와 발행지 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의 경우에서 본 바와 같이, 시민단체에게 대중성은 활동의 동력이자 목표이다. 웹진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 그들의 이념을 호소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활동에 있어 하나의 새로운 시도이며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웹진의 사활

     매니아 웹진...인터넷의 넓은 공간을 매개로 모인 특수한 게릴라들이 진군한다!

[울트라 맨이야.]

  "타이거 외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닥 같은 경우는 평면이 아니라 오목한 형태에 구멍도 많은데 이걸 실리콘을 씌워서 떼어 내려면 절단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시 세밀한 부분이나 토션바 부분의 실리콘이 떼어 내다 파손되지 않을까요?"

  앞의 질문들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구멍 부분은 당연히 마스킹을 해야 합니다.
넓은 면적은 게이트를 설치해야 합니다 (키트로 따지면 런너 부분) 게이트 설치는 많은 경험과 실험이 필요합니다."

  그 대답을 봐도 모르겠지 않은가? 마치 암호같은 질문과 대답은 바로 탱크 매니아들의 웹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천리안과 YTN이 주최한 제3회 베스트 웹 컨텐츠 페스티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Mad Tank(www.madtank.com)을 클릭해보자. 첫 화면부터 위용을 자랑하는 탱크의 모습과 함께 '탱크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로고가 떠오른다.

  탱크를 좋아하는 극히 소수의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웹 공간은 어쩌면 그들에게 자신의 관심분야를 서로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되겠다. 이같은 웹 상에서 매니아들의 대활약은 탱크 사이트에만 국한된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특정 스타에 대한 홈페이지는 말한 것도 없을 뿐더러 영화, 만화, 음악부터 스포츠, 게임에서 SF소설, 타로카드까지 그 분야의 광범위함과 내용의 상세함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제 매니아들은 기존의 홈페이지 운영에서 활동범위를 넓혀 웹진의 제작에까지 참여하고 있다. 아직 그 흐름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매니아 웹진의 출현은 그들의 행보가 좀 더 체계화되고 조직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울트라 매니아 웹진

  www.screen.co.kr은 서점마다 비치되어 있는 대중영화잡지의 인터넷 사이트가 아니다. 이는 pc통신의 영화 동호회에서 많은 논쟁과 비평을 함께 하던 사이버 논객들이 모여 만든 '웹진 영화'라는 곳이다. Mad Tank에서 탱크 매니아들이 그들의 관심사를 사이버 상에서 공유하며 질문과 답을 교환했듯이 '웹진 영화' 역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십분 활용, 독자들도 자유롭게 영화 평을 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기존의 신문, 잡지에서 수동적인 독자로 밖에 남아있을 수 없었던 매니아들은 인터넷상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되는 것이다.  

  3년 전 첫 호를 내며 '웹진 영화'는 자신만만하게 '평론가는 죽었다'라는 구호를 표방했다. 매니아들이 기존의 평론가로부터 감상 평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위치를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을 나타내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말이다.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의 매니아 웹진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역사 비평 웹진 승지(乘志)의 발간 취지를 들어보자.


∼2.역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3.초보자와 전문가 사이의 중간체를 설립하며
    4.서로의 지식과 의견을 교환하며 상호피드백을 거치고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매니아 웹진은 기존 매체인 Magazine의 단점을 Web이 가진 장점으로 훌륭하게 보완하며 웹진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이런 식의 아마추어 매니아 웹진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웹진 영화'의 경우 창간 3년을 맞고 있지만 가끔 서버 문제로 포럼이 폐쇄되는 등 불안정한 상태이다. 또한 비영리 웹진이기에 15명의 크루들이 한 달에 만원 씩 내는 회비로 제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진 영화'는 보기 드물게 사이트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사례이다.

  97년 국내 최초의 영화 웹진이었던 PLAYER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웹진 붐을 타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많은 웹진이 그 뒤를 따랐다. 그렇기에 검색엔진이나 사이트 링크를 통해 찾아간 많은 웹진들이 이미 자취를 감춘 경우가 자주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역사 비평 웹진 '승지' 또한 몇 개월 전의 글만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이같은 불안정성의 원인은 우선 각 제작진 간의 조직화가 대학 웹진이나 전문 웹진과 같이 견고하지 않음을 들 수 있다. 매니아들의 홈페이지는 대부분이 개인적인 작업이기에 좀 더 자유롭고 융통성이 있을 수 있지만 웹진의 경우 체계화된 제작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같은 부분에서 매니아 웹진은 극히 취약한 것이다. 따라서 쉽게 창간되지만 이내 쉽게 폐간되기도 하는 것이 매니아 웹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웹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제작비의 문제가 있다. 대중문화와 대중음악 웹진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가슴'이 휴간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 박준흠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가슴은 순수하게 운영비(기고료, 디자인료, 사무실 비용)만 월 200만원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제가 자본주가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아직 대부분의 매니아의 활동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매니아 웹진의 향방

  현재 매니아 웹진이 처한 문제 중 가장 절실한 것은 아마 자본 조달의 문제일 것이다. 웹진 스폰지Sponge의 경우 97년 실험적 성격의 아마추어 웹진으로 시작했지만 얼마 전 수익구조로 대폭 개편을 시도했다. Sponge의 김희정 편집장은 인터뷰에서 Sponge는 회사의 이미지 사이트로 활성화시키며 앞으로 출판 사업을 병행할 것임을 밝힌다. 웹진 '가슴'의 편집장 박준흠씨도 (주)쌈지가 대주주로 있는 인터넷 방송국 국장으로 옮겨 그 내의 컨텐츠로 웹진을 연계시키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기존 미디어의 제한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던 웹진 또한 마찬가지로 자본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기에 결국 아마추어 웹진은 힘겨운 비영리의 존속을 택하던지, 상업 웹진으로의 재편을 시도해야 그 명맥을 이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아마추어 웹진은 그대로 폐간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상업 웹진으로의 재편을 모색할 경우, 그 과정에서 양산되는 많은 잡음과 진통 역시 마주해야 할 걸림돌이다. Sponge는 상업 웹진을 시도하면서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실험적이고 컬트적인 성격을 한 수위 낮추며 대중화를 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작진 간의 적지 않은 충돌이 있었다고 밝힌다.
  이처럼 매니아 웹진을 존속하기 위해 택한 길이 그 매니아 웹진의 정체성 또한 희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매니아 웹진이 암초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수익구조화나 외부 자본과의 결합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시도는 궁극적으로 웹진 시장을 안정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며 이는 아마추어 웹진의 향방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매니아적인 열정만으로 웹진을 꾸려가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새로운 활로의 모색은 매니아 웹진의 다양화와 함께 순수한 아마추어 웹진의 창간에도 궁극적으로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이는 웹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고, 많은 매니아들을 웹진으로 끌어들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같은 시도로 매니아 웹진 특유의 실험성이나 신선함이 약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보다 전문성과 신뢰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시도가 이끌어낼  웹진계의 활성화로 새로운 실험적인 웹진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pc통신 동호회에서 출발한 국내 최초의 뮤지컬 웹진(Musical Magazine)은 현재 회원제 운영으로 견고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뮤지컬 산업과 관련된 상품 판매와 광고 수익으로의 개편을 거의 완성해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일부 구간 정체된 매니아 웹진의 행보를 새롭게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 됨과 동시에 웹진이라는 도로의 차선을 확장시키는데 이바지하길 바란다.

내게 미쳤다고 그래~ 모두 그래
미친매니아들에 세상 밝은 미친세상 ^o^
(서태지 '울트라 맨이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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