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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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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봤던 영화다.
그때는 ‘여자가 주인공인 액션영화’로 알려져서 영화관을 찾았고
액션영화로서도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였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봤던 영화 중에 ‘여자가 주인공인 액션영화’로는 ‘에이리언2’와 쌍벽을 이룰만하고
특히, 마지막 장면이 너무 강렬해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영화다.
그 당시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기는 했었지만
여성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었던 나는
여전히 ‘여자가 주인공인 액션영화’로 기억에 남았다.

 

그 ‘델마와 루이스’가 재개봉을 했다.
촛불집회도 끝난 조금은 허전한 마음에 강렬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어서 다시 이 영화를 봤다.
물론, ‘여자가 주인공인 액션영화’라는 기대로 찾은 것은 아니었다.

 

강렬했던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줄거리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새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옛스러운 헤어스타일과 의상, 지나친 흡연장면, 타이프로 친 듯한 자막 등이 예전 영화임을 확인시켜주기는 했지만
탁트인 화면과 시원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힘있으면서도 완급을 조절하는 연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등이 왠만한 최근 영화도 따가라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델마와 루이스를 감돌며 몰아치는 마초들의 세상은 20여 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이기도해서 감정이 그대로 이입됐다.

 

아주 소박한 일탈을 찾아나섰던 델마와 루이스는 원하지 않게 마초 사회에 맞서 싸우게 됐다.
뭔가 일이 꼬여버린 순간 질질 짜고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하지도 않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싸움이 점점 커지면서 둘은 더 대담해졌고 그만큼 더 자유로워졌고 그래서 더 극한으로 몰려갔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서로 원망하고 다투면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무작정 도망치면서 술과 담배에 의지하고, 노래하며 웃고 떠들고, 살며시 건드린 상처에 화를 내고, 마초에게 즐겁게 응징하면서 질주는 계속됐다.
그들의 그 즐거움과 그 슬픔과 그 분노와 그 자유로움과 그 절박함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타협없이 달려간 결말은 그 유명한 엔딩장면으로 남았다.
엔딩크레팃이 올라갈 때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마초에 맞서 통쾌하게 응징하는 것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데스 프루프’가 더 시원하고
마초에 맞서는 두 여자의 심리를 두근거리며 따라가다 헤피하게 마무리되는 걸로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가 더 쫄깃하지만
슬프도록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건 역시 ‘델마와 루이스’였다.
만만치 않은 현실에 맞서 당당해지는 둘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 손을 놓지 않는 둘의 연대에 또 박수를 보낸다.

 

‘델마와 루이스’를 다시 보고 메갈리안운동이 떠올랐다.
여자 일베로 불리며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고
워낙 찔긴게 많은 나는 그 때문에 더 반감이 많았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그들의 저항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델마와 루이스만이 아니라 메갈리안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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