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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연구소 창립토론회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의 모색”

자본주의 극복이 목표?

진보정치연구소 창립토론회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의 모색”

오창엽 기자


△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보정치연구소 창립토론회가 열렸다.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1.

 

 

진보정당 원내진출은 역사적 사건이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가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이제는 좀 세월이 지나서 그리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2004년은 진보정당이 수십 년 만에 원내에 진출한 역사적인 해다. 해방 후 수많은 혁신계 정당들이 있었으나 당수 조봉암이 간첩으로 몰려 법살되고 해산된 진보당에서 그 명맥이 끊겼다.

첫 원내진출 게다가 무려 10명의 의원을 배출시킨 민주노동당에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당 부설 연구소를 창립했다. 12월 15일 창립기념토론회와 개소식을 열었다. 원내의원단과 정책보좌관들과 정책연구원들이 주요 ‘정책’을 고민한다면, 진보정치연구소는 “당의 중장기적인 이념 및 정책을 모색한다. 당의 집권전략, 각종 지배담론에 대한 대안 담론 구성, 진보이념 등을 개발한다.”를 목표라고 소개했다.

진보정치연구소는 당 지도부 5명, 전문연구자 6명, 노동, 농민, 여성, 의료계 각 1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소장과 세 명의 부소장 그리고 10여명의 상임연구위원과 50여명의 협동(비상임) 연구위원, 해외 협동(비상임) 연구위원, 자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2004년 3월 정당법 개정에 의해 국고보조금의 30%(약 6억원)를 정책연구소에서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규모, 재정의 안정성 그리고 의미를 고려할 때 명실상부한 진보진영의 핵심두뇌 진지가 출현하려는 것이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활동을 통해 진보담론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진보정치연구소 창립토론회는 그 창립정신과 주요인물과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현장이다. 그리하여 프로메테우스는 단지 행사를 소개하는 취재 차원이 아니라 창립토론의 주제와 내용에 큰 관심을 갖고 다루기로 하였다.



2. 국회 안에서 자본주의 극복을 논하다

원내진출에 성공한 당답게 혹은 그것을 기념하듯이 진보정치연구소의 창립토론회는 12월 15일 국회 헌정기념관 104호에서 열렸다. 예상대로 많은 언론에서 토론회를 취재하거나 주목하진 않았다.

진보정치연구소의 홈페이지 http://www.ppi.re.kr 에 아직 소개되어 있진 않지만 명함을 통해 연구소의 영문명이 PPI(Progressive Politics Institute)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보‘정당’연구소가 아니라 진보‘정치’연구소다. 정치가 정당보다 넓은 개념이긴 하지만 거기에서도 당과의 독립성을 고려한 게 아닐까.

3시 20분 김영욱 부소장의 사회로 행사를 시작했다. 먼저 외빈 소개가 있었다. 자민련 정책연구소, 민주노동당고문 겸 한국사회경제학회명예회장 조영건 박사, 조승수 의원, 단병호 의원, 주대환 정책위원장 등이 소개되었다. 헌정기념관은 좌석이 총 80여석인데 70여명의 청중이 참여했다.




△ 정영태 인하대 정치학교수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정영태(인하대 정치학) 교수의 사회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정 교수는 정책위 제1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현재 노동자, 서민뿐만 아니라 자본의 위기”라고 했다. 사회자가 토론자들을 소개했다. 발표 : 장상환(경상대 경제학교수 진보정치연구소장), 토론 : 신광영(중앙대 사회학교수), 심상정(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김태연(민주노총 정책국장), 유철규(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장).

3.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와 ‘민주적 사회주의’

먼저 장상환 소장이 자료집의 글을 토대로 발제했다. 보통 학술토론회는 지루한 발제들과 짧고 형식적인 상호토론과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청중과의 질의응답이 펼쳐지곤 한다. 오늘은 창립토론회고 또한 저녁에 개소식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기자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토론을 예상했다. 그러나 주제의 어려움과 민감함 그리고 토론자들의 진지한 발언으로 매우 흥미진진한 토론과 비판이 전개되었다.

장상환 소장의 발제는 평소 장상환 교수의 논문에서도 눈에 띄지만 애매한 절충이 그 특징이다. 가령 국가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해야한다고 전제하고 국유화, 사회적 소유, 소유의 공공화 등을 주장한다거나,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하고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표현한다. 그리하여 글을 읽어도 헷갈리고 발제를 들어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장 소장은 “미국에 가보니 학자들의 머릿속에 ‘국가’와 ‘시장’만 들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경기침체의 장기화는 2000년 8월부터 시작하여 4년이 지나도록 계속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유례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불안정 고용확대, 국가의 소득 재분배 기능 취약 등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조세와 사회보장체제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의 가지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자료집에서 ‘현재 한국 사회경제 구조’를 도표로 소개하였다.




△ 진보정치연구소 장상환 소장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이 토론회의 중심 주제인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장 소장은 국가사회주의는 완전한 오류로, 사회민주주의는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등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강령에 “국가사회주의를 극복하고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음을 소개하였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민주적 사회주의의 이념 하에서 [민주적 사회경제체제]를 모색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민주주의 + 생산수단의 사회화 또는 시장사회주의 + 사회적 조절 강화’가 그 방향이 될 것이라고 쓰여 있다.

새로 눈에 띄는 것은 마이클 앨버트의 [파레콘]이 주장하는 공평성, 자율관리, 다양성, 연대, 효율성, 생태적 균형 등의 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그것을 대안적 경제체제의 주요 원리처럼 소개했다. 기자는 작년에 [파레콘]을 읽고 ‘좋은 이야기’지만 학적 이해를 찾을 수 없었다. 장 소장의 발제문이 ‘파레콘’과 통하고 있음에 다소 실망하였다.

물론 장 소장은 “그러나 시장을 배제하고 참여적 계획에 의해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은 소규모 경제단위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국민국가 단위로 이것을 구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비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즉 앞에서는 ‘파레콘’ 논자들이 주장한 몇 가지 가치들을 공감하고 뒤에서는 그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절충이다. ‘파레콘’의 가치들이 실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덧붙이거나 그러한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하지 않을까.

장 소장은 계속해서 “소득 누진적 조세수입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거나 “분배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서술한다. 즉 이 토론회 주제의 부제였던 <분배/성장의 이분법을 넘어서> 즉 분배와 성장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성장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 분배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 보며, 그것이 대립하는 범주가 아니라, “분배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서유럽 사민주의나 중국보다는 좀 더 분배에 초점을 두지만 역시 절충이다. 경제성장에 더 많은 주안점을 둔 중국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제는 효율성의 원칙, 환경은 생태성의 원칙, 사회는 연대성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 창립토론회 토론자들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또한 사회적 소유의 확대 및 민주적 통제의 강화라는 주제에서 기업 소유의 사회화 확대를 주장한다. “부동산의 사적 소유 제한”도 보인다. 장 소장은 “최선의 대안적 사회경제체제 확립은 단순히 한국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합리적인 통일을 이룩하는데 있어서도 핵심적으로 중요하다”고 서술한다. 그런 후에 장 소장은 ‘대안적 사회경제 구조’를 도표로 제시한다.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를 총체적으로 모색하는 장상환 소장의 고민과 그 열정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파레콘]을 읽었을 때의 허전함과 ‘정치경제학 비판’이 아니라 ‘정치경제학’ 차원에서도 학적 엄밀함이 떨어지는 논증과 설명 때문에 특별한 새로움도 명쾌함도 없다. 그것은 어쩌면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적 사회주의’의 담론이 그리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이러한 아쉬움은 다른 토론자들의 냉정한 비판과 지적으로 계속 확인할 수 있었다.

4. 신자유주의의 전형인 미국만도 못하다


△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교수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장 소장의 발제와 자료집을 검토한 토론자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먼저 신광영 교수가 토론을 시작했다.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의 위기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유럽자본주의도 마찬가지로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다. ‘고용성장 없는 경제성장’이다. 한국에서 ‘국가’는 귄위주의 국가로 억압의 상징이고 행정통제였다. 현대국가의 주된 기능은 ‘대국민 서비스’다. 그런데 한국 공공부문 종사자 비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저의 상태다. EU의 1/4, 스웨덴의 1/5이며 심지어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는 미국의 1/2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 축소 공무원 축소를 주장하는가?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말처럼 그런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신 교수는 “행정복지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만큼만 하더라도 100만의 일자리가 증가한다. 신자유주의만큼만 해도 한국사회가 좋아지는 셈이다. 교육문제에 있어 민주노동당이 못한다. 기본적으로 교육도 복지문제다. 유럽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체제다. ‘기회의 평등’이 존재한다. 무상교육 이야기하면 당장 공교육화의 재정을 묻는데, 이공계는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식의 수명이 짧다. 북구에서는 실업수당 받으며 대학에 다시 들어간다. 업그레이드된 노동자들이 된다. 한국의 대학교육은 형해화되었다. 고등교육시스템이 붕괴되었다.

신 교수는 발제문에서도 권위주의 국가적 전통을 타파하고 현대적인 국가 전통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국가가 할 일을 시장에게 맡겨 두고 있다. 보편적 사회복지 체제와 관련하여 교육문제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이 공교육화 되어 무상으로 이루어지면 두 가지 직접적인 효과를 낳는다. 전반적으로 국민 전체의 직업능력이 향상된다. 불필요한 입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유럽은 노후 걱정이 없어서 다 소비하는데, 일본은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경기가 나쁘면 더 저축하고 그래서 소비가 줄어든다. 가속화하여 경기는 더욱 침체된다. 스웨덴은 아프면 결근한다. 영국은 아파도 출근한다. 결근이 많아지면 잘린다. 장기적으로 스웨덴이 더 좋은 시스템이다.

국가사회주의의 한계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은 한편으로 경제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차원의 민주주의와도 관련이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의 이념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광영 교수는 짧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세계 국가들의 운영과 한국을 비교하였다. 분배 속의 성장이든 사회민주주의든 우선 각 영역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지적한 것이다. ‘대국민 서비스’를 기조로 하는 복지국가를 염두에 두고 각 종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5. 이행기 강령 수준의 정책 마련하라

이어 심상정의원이 토론에 나섰다. 심의원의 발언은 선이 굵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예리했다. 오랜 노동운동가(금속노조 사무처장)로서의 경험과 6개월간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전혀 다른 경험이 어우러져 실질적인 고민과 생생한 의견을 전달했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심 의원은 “진보정당이 진보적인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 6개월간 원내에서 일하면서 중요한 의제들이 유실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의원들의 정책활동의 내용이 축적, 집적되고 대안체제와 연결되는 이론적 근거지가 필요하며 그것이 연구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정책이 구체화되지 못해서 국회에서 <말을 못하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심 의원은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최소한 이행기 강령 수준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제기했다. “현재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고백했다. 한나라당이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공격했던 것을 회상하면서.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는 일상적(전술적) ‘정책대안’과 전략적 ‘대안체제’의 결합이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양자의 빈곤에 빠져있다. 민주노동당이 ‘비판’의 정당에서 ‘비전’의 진보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물질적 생산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재정경제와 산업영역에서 취약하다고 밝혔다.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실상 190조 가운데 140조는 이미 허용되고 있는 데, 나머지를 놓고 반대하는 이유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일 뿐이며, 대안이 없다고 했다.

심 의원은 선거에서 ‘분배를 통한 경제성장’을 내걸었으나,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의 재생산 모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수준이며, 성장중심주의에 대한 대응슬로건으로는 의미를 가지겠지만, 근본적 대안체제 논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케인즈주의 아니냐고 반문했다. 심 의원의 발제문의 간결함과 정확한 발언과 치열한 자기반성은 예사롭지 않다.

또한 심 의원은 ‘정책 자체의 정합성’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세력화’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원외 사회세력의 대중적 압력 없이는 원내에서 힘을 받지 못한다. 정책내용이 아무리 서민적이고 정당하더라도 국회 내 보수정당들의 논의과정에서 그 중요성이 대폭 삭감된다고 고백했다.

심의원은 국가사회주의의 경우 ‘역사적으로 실패한’ 모델이므로 비판하기는 쉬우나, 우리의 대안이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 강화’라면, 국가사회주의의 소유와 통제 메카니즘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모형을 전형화하여 비판의 준거를 분명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야만적인 신자유주의의 광풍과 사회민주주의체제 미경험으로 인하여 후자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시각이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는 실험도 없는 것이다. 심의원은 스웨덴에 가보고 나니 사민주의를 실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겠다고 느껴 그 후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사회경제학회들 ‘대안담론 형성’, 이 부분에서 다 무너졌다. 노무현 정부의 좌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집권 4개월 만에 재벌에게 항복했다. 저항, 반작용에 대한 물질적 힘을 가져야 한다. 관철시켜나가는데 있어 저항에 대한 방도가 필요하다. 대안체제 정립에서 의제별 이행강령이 요구된다. 외국자본의 기간산업 소유제한, 연기금을 통한 기간산업의 관리 등등 이런 주제들을 토론할 때, OECD나 외국과의 “통상마찰”이란 말이 나오면 바로 토론이 끝난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내 정책활동 주체는 크게 연구소(전략적 목표 집약), 정책연구원(정책대안), 정책보좌관(정책실행) 등 3주체다. 의제별 마스터플랜작업팁(TF)을 두어야 한다. 또한 상시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안체제가 우리만의 ‘화석’이 아니라 대중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물’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이데올로기투쟁에 적극 나서고, 대안담론 형성에 힘을 쏟아야한다.

심 의원은 “국회 본회의시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진보적 이데올로기 발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연구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이 그 동안 고민해온 주제들을 이야기하자 토론회장은 매우 진지해졌다. 국회 내에서 보수정당들 의원들과 논쟁하고 싸워 이겨야 하는 데 정말 산적한 과제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심상정 의원은 운동가로서의 정신과 할 일이 많은 의원으로서의 자세가 절충이 아니라 조화를 이룬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차분하고 힘 있게 꼭 해야 할 말만 했다.

6. 우리도 오류를 반복할 수 있다


△ 민주노총 김태연 정책국장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장상환 소장이 그 동안의 토론에 간략히 대답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상반되는 입장을 놓고 격론을 벌일 상황은 아니었다. 민주노총 김태연 정책국장이 토론을 시작했다. 김태현 정책실장이 왔어야 했는데 본인이 오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김 국장은 토론의 전제이며 출발이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건데, 큰 틀에서 사민주의의 틀 안에 있는 거 아닌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기 위해서라면 사민주의도 케인즈주의도 차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 민주노총에서 한국 노동운동과 대안적 사회 등을 연구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대체, 극복하자는 주제였다. 거기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 1) 사적 소유의 문제 2) 부, 자원의 분배조정으로서 시장? 3) 기존 사회주의 효율성과 민주성 문제

‘전일적’과 ‘지배적’은 다르다. 지배적은 사적소유를 부분 허용한다. 공공적 소유? 국유화? 효율성은 정치체제와 같이 고려해야 한다. “우리도 사민주의의 문제를 뻔히 알면서 그 오류를 반복할 수도 있다.”

김태연 정책국장은 이미 토론시간이 많이 지났고 남은 토론자들도 있어서인지 아주 간단히 발언하였다. 한편 지나치게 토론자가 많다는 느낌도 들었다. 여러 영역의 토론자들을 고루 초청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토론과 반론, 충분히 답변하고 반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7. 민주노총 평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가?

끝으로 대안연대 유철규 정책위원장이 토론을 시작했다. 유 위원장은 “자신이 시민운동 영역에서 초청된 것으로 ‘비우호적’으로 토론에 임하겠다”고 소개했다.


△ 유철규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장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유 위원장은 “현 정부의 정책이 좌파적이냐 아니냐라는 말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은 곧 ‘좌파’적 대안이 없었다는 점을 뜻한다고 말했다. 즉 ‘민주노동당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좌파를 자처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좌파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국민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정책 내용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감>”을 강조했다. 장 소장의 발제문은 케인즈주의의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케인즈주의 정책에 의존한다. 사민주의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사민주의 정책에 의존한다. 국가와 정부의 구별도 흐릿하다. 장 소장의 발제문에서 ‘인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이유가 있는가? 그것은 인간상품화의 정점의 표현이다. ‘인간’의 자본화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한편 “1960년대 절정에 올랐던 케인즈주의 복지국가는 최소한 일정기간 우리사회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아닌가? 우리가 그걸 실패라고 하는 건 ‘사치’다.” 국유화, 사회적 소유, 소유의 공공화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국유화는 한마디로 “재경부에 맡긴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용어는 전혀 모르겠다. 문제는 국유화를 주장함으로써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금융지주회사를 보더라도 국유기업이 가장 반사회적이고 반노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박정희의 국유화와 통제는 계획 즉 사회주의와 다른가?

연구소는 남한 경제를 둘러싼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와 불안정성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고구려 이후 이토록 확장되어진 적 없고 지금처럼 개방된 적도 없다. 뉴욕에 본거지를 두고 중국으로 뻗어가는 이른바 ‘금융허브론’과 세계의 공장으로 확장되어 가는 중국 제조업의 팽창 경향을 중시하는 이른바 ‘물류허브론’ 가운데 어떻게 보는가? 중국과 미국의 자본력으로부터 분리된 체제는 공허하게 들린다.

시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민주노총 평조합원을 설득하는 문제다. 그들은 상층, 고임금, 중산층 노동자다. 그들이 국유화 동의하겠는가?

‘국가사회주의 실패의 핵심은’은 인간의 인센티브와 규율의 문제다. 장 소장의 발표문에 따른 대안체제가 섰다고 치자. 국민경제와 조세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기업, 국민연금이 손실을 볼 경우 투자실패 시 누가 책임지나?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에 대한 깊이 있는 입장이 필요하다. 기자가 보기에도 장 소장의  발제문과 전반적인 정치경제학에는 철학이 빠져 있다. 유철규 정책위원장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즉 진보정당의 정책대안에도 국가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철학적 인식을 요구한다. 그는 “사람을 공무원으로 만드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상층 정치조직이 뭔가를 선험적으로 만들어서 조합원을 지도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끝으로 연구소에 당부한다면, 오리지널한 자료를 만들라. 고유의 자료를 만드는 건 고통과 비용이 든다. 국민은행이 오랫동안 자료조사와 설문을 축적했다. 그것을 모두 가져다 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자료가 필요하다. 국책연구소나 삼성경제연구소와 자료를 맞교환하려면 유일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 민주주의의 위기다. 천만 빈곤층이 민주노동당 지지하지 않는다. 화석화된 개념으로 설득 안 된다. 좌파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5시 15분 토론자들의 발표가 끝났다. 유철규 위원장은 토론문을 자료집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아마 장상환 소장의 발제문을 꼼꼼히 검토하고 토론주제를 가려내느라 늦었나 보다. 그럼에도 그는 사소하지 않은 ‘인적 자본’ 같은 표현뿐만 아니라 철학의 빈곤을 지적했고 세밀한 비판을 했다.

8. 운동이 먼저인가 토론이 먼저인가?

토론이 끝나고 마지막 순서로 청중질의가 이어졌다. 그런데 청중질의 시간에 예상치 못한 당내 문제가 불거졌다. 민원실장 임진수씨의 질문이 있었고 성남의 신입당원이 당원교육과 홍보가 필요함을 호소했다. 그는 토론회가 중앙당에서 있는 줄 알고 갔다가 국회로 왔다고 했다. 

조영건 박사의 당부와 항의로 토론회장이 소란해졌다. 조 박사는 “장상환 교수가 소장으로 데뷔하는데,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올인은 잘못이다’라고 말한 것”을 몹시 흥분한 목소리로 문제 삼았다.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과도한 힘을 실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조 박사는 의원단의 결합이 미진한 것도 지적했다. “이 토론회의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를 논하는 것보다 그것을 논하기 위해서 먼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 사회경제연구소와 차별이 없다.”고 항의했다. 조 박사는 국회 앞에서 삭발단식농성을 하는 사람들 즉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과 의원단의 결합이 적은 것도 문제인데 진보정치연구소의 창립소장으로 데뷔하는 장상환 소장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게 적절하냐는 그런 정치적 비판이었다. 정영태 사회자가 그 논의는 개소식과 뒤풀이에서 따로 하시라고 했다.

장상환 소장이 “오늘 논의는 좌파정당이 자본주의 극복을 목표로 하는 것이고 이런 사실 자체가 국가보안법이 약화되었다는 증거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차원의 문제인 국가보안법, 그것 때문에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당이 매달리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답변했다.  

기관지위원회에서 일하는 김장민 씨가 “성장과 분배는 체제의 속성이 아니라 어느 체제나 있을 수 있는 속성이다.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제3의 무엇이냐? 토론자들이 ‘국가사회주의’의 개념을 저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또 학술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혼동된다. 강령에도 들어갔는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 15일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진보정치연구소 토론회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정영태 사회자가 모든 토론자들에게 1분씩 맺는말을 하라고 권했다.

김태연 : 다음에 세세히 토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그런 자리 많이 만들어 달라.

심상정 : 오리지널한 자료, 정책, 정치 필요하다. 진보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통계자료들 사용할 게 없다. 정치적 가공이 어렵다. 10명의 의원들의 4년의 목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그 두 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내용으로 복판으로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정당의 역량들이 진보진영의 마당을 풀로 활용하려면 원내, 원외, 정책 각각의 포지션이 정해지고 평가와 종합이 필요하다.

신광영 : 아주 가까운 이웃나라를 모른다. 아시아 주5일제 다 한다. 중국 대만도 한다. 국민들이 그걸 모른다. 대만도 ‘국가보안법’ 폐기했다. 대만과 중국이 교류하니 폐기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무기는 세계에 대한 지식이다. 국민들이 간단한 정보도 모른다.

유철규 : 진보정치연구소의 토론회에 초청받아서 기쁘다. 밥 먹으러 가면 좋겠다.

장상환 : 큰 그림이다. 연구의 질을 높이는 고민이 있다. 연구방법도 혁신이 필요하다. 도덕적 당위만이 아님을 입증하는 게 과제다. ‘대안’ 마련에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 드린다.

정영태 사회자가 끝인사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경험의 객관적 평가다. 대안, 이행. ‘국가권력 잡고 사회변혁’하는 문제. 맑스가 “사회주의는 이미 자본주의의 뱃속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권력 잡기 전에 이미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9. 민주노동당의 처지와 과제


△ 단병호, 조승수 의원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6시 10분에 행사가 끝났다. 주대환 정책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있던 단병호 의원은 끝까지 앉아 메모하고 밑줄 긋고 경청했다. 단병호위원장 아니 국회의원 단병호는 자료집을 넘길 때 검지에 침을 묻히곤 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이거나 연구소 관련자들이거나 당직자들로 보였다. 외부 학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부설 연구소를 창립하는 기념성이 강한 토론회였다. 그럼에도 그 주제의 무게와 토론자들의 실력 때문인지, 많은 것을 배우고 이해하게 된 유익한 토론회였다. 2004년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였지만 막상 국회에 들어가고 보니 공부할 것도 많고 다듬을 것도 많았다. 능력을 발휘하기에 역부족이고 경험과 연륜도 부족했다.

이 토론회의 발제들 발표문의 주장들 발언들을 이렇게 길게 소개한 이유는 ‘현재 민주노동당의 처지와 과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론과 실천의 문제, 이념과 정책의 문제, 노동자운동과 의회 내의 정치, 당과 연구소와 대중적 세력화의 문제 그리고 연구소의 위상과 운영 등 참으로 많은 고민들이 담겨 있다.  

정당의 부설 연구소는 정당보조금의 30%를 책정 받고 사용해야 한다. 연구소가 없을 때는 중앙당(정책위)에서 사용하므로 구분이 어렵지만 독립된 단체이므로 어느 정도 연구비와 인건비를 비롯한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이 생긴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정책위와 연구소와 의원단이 겪고 있는 대안 이데올로기의 부재 문제가 오로지 민주노동당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른바 한국사회의 좌파정치조직이나 노동자운동 단체 모두의 난제다. 당연히 진보적 학자들의 과제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세력이 진보와 혁신의 사상을 갖고 원내에 진출하게 되더라도 오늘 민주노동당 부설 연구소의 창립 때 고민했던 문제들과 검토된 주제들은 똑같은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다양한 정파가 활동하고 의원단과 최고위원회의 정치적 성향, 판단의 차이가 미묘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서 부설 연구소, 진보정치연구소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한다. 진보정치연구소의 성과가 쌓이고 적절한 대안 정책이 생산된다면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의 담론은 훨씬 깊어지고 풍성해 질 것이다.


* 이 기사는 각 토론자들이 주장한 논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 실제 토론회에서의 발언과 자료집으로 제출된 글들을 모두 참조하여 인용했습니다. 때로는 인용 표시 없이 자료집에서 옮기거나 요약한 부분도 있고, 발언과 설명의 보충이 필요한 부분을 글에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혹시 주장하지 않거나 잘못 전달된 표현이 있다면 그것은 기자의 잘못이며 지적하시면 언제라도 수정하겠습니다.

2004/12/16 [21:23] ⓒprometh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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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실용파-재야파 ‘내분’ 본격화되나

열린우리당 실용파-재야파 ‘내분’ 본격화되나

국보법 처리 등 놓고 격한 대립…전대·대선 대비한 주도권 다툼 시각



국가보안법 폐지 등 열린우리당의 개혁입법 처리 논의가 당내 당권경쟁과 맞물리면서, 4·15 총선 직후 불거졌던 노선논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실용주의를 사이에 둔 당 정체성 문제, 지지층 확대 혹은 이탈 가능성 여부에 대한 논쟁이란 점에선 같으나, 정동영 당시 당의장이 정치적 필요성 차원에서 제기했던 지난 4월과 달리, 현 논쟁은 어느덧 대세가 돼 버린 실용주의적 시각에 반대하며 재야파가 불을 지피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 26일 재야파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 장영달 의원<사진>은 서울대 정치학과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우리당이 겪고 있는 위기는 정체성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무원칙한 실용주의 노선’을 당 정체성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국보법 폐지와 관련한 당내 혼란 등 당 지도부의 전략적 오류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28일 당 상임중앙위원회와 전략기획자문회의 연석회의에서 불거진 국보법 ‘분리처리론’도 전면 비판했다. 국보법 폐지를 유보하는 대신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과거사기본법 연내 표결처리를 한나라당에 제안하자는 분리처리론에 대해, 정 의원은 “한나라당과 협상도 안해 본 상태에서 양보할 것부터 생각해선 안 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도 “법안 통과가 어렵다 하더라도 미리 포기할 수 없다”며 정공법에 따를 것을 강조했다.
 
재야파가 국보법을 빌미로 강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내년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국보법 폐지는 여당의 개혁의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자, 지지층을 묶어 두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여기서의 후퇴는 총체적 개혁의 후퇴로 비춰져 내년 재보선 후 원내 과반붕괴를 비롯한 걷잡을 수 없는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재야파 의원들의 발언은 이런 위기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차기 당권 및 대권경쟁을 고려한 복잡한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보법과 관련해 당 지도부는 여전히 비지지층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하락일변도인 당 지지율을 감안할 때 올해가 원내 과반의석으로 국보법 폐지를 관철시킬 마지막 해일 수 있다는 점을 당 지도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단독처리를 강행하지 않는 이유는 여론악화를 감수하고 ‘올인’할 만큼 국보법 폐지가 제1목표가 아닌데다, 당내 스펙트럼 또한 통일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개모 회장인 유재건 의원이 “국회의 파트너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보법 처리는 불가능하다”며 “여야가 타협해 공동의 선을 향해 노력해 달라는 국민의 희망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등, 당내 반발세력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폐지방침을 고수하며 개혁지지 세력을 붙들어 두고, 다른 한 편으로는 최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반대세력까지 어느 정도 품에 안을 수 있는 ‘양수겸장’을 택하는 쪽이 훨씬 안정적이다. 
 
문제는 ‘후퇴’ 및 ‘연기’를 열린우리당이 나서서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에 개혁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의 이탈을 각오해야 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28일 ‘분리처리론’을 꺼냈던 천정배 원내대표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한나라당이 끝끝내 상정조차 거부한다면 국회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것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열린우리당 국보법 폐지 대안 중 하나였던 ‘대체입법안’ 수용의사를 한나라당이 먼저 밝혀 주는 게 우리당 입장으로서도 가장 편하다. 안개모의 한 의원이 “대체입법 카드를 한나라당이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나라당 개혁파들도 여당이 대체입법으로 선회하면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대체입법은 양당이 최대한 ‘교감 가능’한 교집합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국보법과 관련해 ‘분리처리론’까지 등장한 열린우리당 실용주의 노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양당 어느 쪽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기국회 막바지 초읽기에 몰리고 있다. 
 
재야파가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즉 지금처럼 비지지층에 연연해 개혁이 지리멸렬 해질수록, 실용주의 노선을 주도해 온 당권파 및 보수파와 대립각을 유지해온 재야파의 당내 입지는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용주의 노선이 당의 ‘개혁이미지 몰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이를 용인하는 새로운 지지층이 유입될 경우, 다음 대선을 목표로 당의 전면에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힘들다. 
 
국보법과 관련한 재야파의 최근 발언이나, 장영달 의원이 “차기 지도부는 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상징하는 인사가 돼야 한다”며 내년 전대 출마의사를 내비친 것도 실용주의 노선에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재야파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연기금 발언도 이런 정치적 배경 하에 이루어졌다는 시각이다. 재야파 및 당내 개혁그룹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김 장관으로선 ‘우향우’와 ‘동진정책’으로 나타나는 열린우리당의 비지지층 포용정책은 그를 점점 당 주변부로 밀어붙일 것이란 점에서, 그만큼 치명적이다.  
 
이미 열린우리당 각 계파는 내년 당권을 겨냥한 나름의 행보에 돌입했고, 세 불리기에 한창이다. 가열되고 있는 계파 간 경쟁심리를 우려, 지난 28일 당 지도부가 “지금은 당력을 모아야 할 때”라며 전당대회 출마 예상후보들에게 자제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장관의 발언은 ‘정책적 목적’ 때문이라고 하나, 분명 ‘정치적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김근태의 ‘존재’가 분명히 드러나면서, 내년 전대를 준비하는 재야파 중심의 당내 이견그룹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 장관에 대한 편치 않은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도 김 장관 발언에 대한 노여움 때문만은 아니란 해석이 가능하다. 김 장관의 ‘의중’에 대한 일침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노심의 향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총선 직후부터 끊임없이 계속되는 개혁-실용주의 노선 논쟁과, 이와 결부된 각 계파간의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금, 정기국회는 불과 열흘 남짓만을 남겨 두고 있다. 짧은 의사일정이 열린우리당의 복잡한 당내 지형을 통일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인지, 갈등을 증폭시키는 휘발유가 될 것인지도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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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뉴라이트' 대응문건

열린우리당 '뉴라이트' 대응문건

열린우리당이 40대 등 사회 주류 일각에서 추진중인 뉴라이트(New Right·신보수) 운동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 지도부는 30일 기획자문회의에서 뉴라이트 운동의 태동 배경과 추진현황등을 보고받고 향후 당의 대응 기조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복수의 핵심 당직자가 전했다.
   
뉴라이트 대응 문건에 따르면 뉴라이트는 두 차례의 대선 패배 등에 따른 보수기득권층의 불안감이 태동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뉴라이트는 또 현정권에 비판적인 일부 보수언론을 정치세력화를 위한 선전무대로 삼고, 지난해 민주당을 탈당한 열린우리당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대중기반이 없고 풀뿌리 조직이 아니라는 한계 때문에 거품 현상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문건은 지적했다.
   
우리당은 다만 뉴라이트가 현재 한나라당이 정권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한나라당내 주류의 경계 속에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측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한 핵심 당직자는 "뉴라이트는 보수언론이 만든 거품이라서 무시전략으로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그러나 이들은 '전향한 386'과 기독교 복음주의를 정권 탈환을 위한 양대 도구로 삼고 있어 이에 상당한 관심을 표방한 손학규 경기지사와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연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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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노동자들한테 외면받고 있나?

민주노동당, 노동자들한테 외면받고 있나? 

 

최근 ‘블루칼라 정당지지도’서 3.4% 최악…당 핵심간부 “믿기 힘들 정도”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이 생산직 노동자인 ‘블루칼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블루칼라의 민주노동당 지지도가 11월9일 현재 ‘고작’ 3.4%를 기록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21.6%, 한나라당 36.4%에 견줘 엄청난 격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NS에 의뢰해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가운데 ‘블루칼라 정당별 지지도 추이’는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 5월과 6월 20%대의 블루칼라 지지도를 유지하던 민주노동당은 지난 7월17일 조사에서 19.2%로 하락했다. 이후 하락세는 꾸준히 이어졌고, 지난 10월5일에는 14.3%를 기록했다. 그리고 한달 후인 지난 11월9일 3.4%를 기록, 더 이상 추락할 데도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블루칼라 지지도’가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한나라당은 급상승을 이어갔다. 지난 5, 6월 30%대의 지지도를 보인 열린우리당은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11월9일 21.6%로 하락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20%대의 지지도가 11월9일에는 36.4%로 껑충 뛰어 올랐다.

같은 조사에서 ‘화이트칼라층’의 민주노동당 지지도도 기존 17%대에서 지난 11월11일 13%대로 약 4%가 떨어졌다.

민주노동당의 문명학 기획조정실장은 이와 관련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조금씩 떨어지긴 했지만, ‘대폭’ 하락한 이번 조사는 믿기 힘들 정도”라며 “일단 2주후의 결과치와 다른 조사기관의 기록을 면밀히 분석해야 의미있는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그러나 “노동자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당이 민생문제와 비정규 현안에 대해 줄기찬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의 반증으로, 우려할 만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 대한 보다 '공격적인' 해석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 김정진 법제실장은 지난 21일 ‘진보누리’ 사이트에 ‘노동자로부터 버림받은 민주노동당’이란 글을 통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며 당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김 실장은 “경기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계층은 노동자들, 특히 블루칼라들과 비정규직인데, 당은 이들의 민생해결을 위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며 “‘개혁공조와 2중대’등 .

김 실장은 기존 정치권의 ‘비민생 정치공방’에 그대로 편승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진보누리에 올린 글과 관련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사결과는 블루칼라들로부터 당의 메리트(장점)가 없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통계의 의미를 주의 깊게 봐야 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에 쓴 글은 당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의 주된 지지기반인 ‘블루칼라’들의 지지 이탈 조짐과 관련, 지도부가 과연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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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가다가...

참세상 기사 보다가 눈에 띄는 리플이라... 퍼왔습니다.



1. 가슴이 아프다. 김동진

전 의경입니다. 지금은 휴가를 나와서..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지만...
수많은 집회를 볼때에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대부분이 집회를 하는 사람은 ...우리 동네..아저씨나.아버지.형.친구 같은 사람들인데...그러한 사람들과 싸워야 하다니...
정말로 가슴이 아픕니다.
이러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로 원망스러울때도 있고...
지방에서...조용히 살아서...의경에 오기 전까지는...우리나라가 이런줄 정말로 몰랐었습니다.
제가...세상을 너무..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경에 와서..세상을 바라 보는 눈이 마니 달라졌습니다.
제 칭구들도..대한민국은 정말로 빌어 먹을 놈의 나라다고..정말로 살기가 싫다고들 하는데...이제서야 저도 동감합니다.

방송이나 대중매체는...핵심만 뽑아서 보여주고...누구..높은 사람 다치면..그런거나 집중적으로 보도를 하고..

농민들 집회하다..피흘리며..다치면....방송에서는 간단한 몸싸움만 있었을뿐..조용히 집회는 마감되었다고 하고...
언제까지 이렇게...서로..피흘리며 싸울것입니까?
더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태어나서...의무적으로 군대에 와서..
아버지와.형들과.친구들과 싸워야 하다니..정말로 싫습니다.


2. 저도 가슴 아픕니다...

참... 아픈 일이지요...
더이상 피흘리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3. 병원에 갔었습니다.

후배가 다쳐서 병원에 갔었습니다...넘어졌는데 전경이 방패로 때렸답니다..적어도 넘어진 사람은 때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벌써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마가 찢어지고,
심지어 많은 분들이 눈에까지 큰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제 후배가 누운 옆 침상에 누운 아저씨는 눈을 방패로 맞으셨나봅니다. 한 쪽 눈은 붕대로 감아져있고, 피투성이입니다. 저는 아저씨를 보자 서러움이 복받쳤습니다.

피투성이의 아저씨는 누워서 동지에게 말했습니다...

"이봐..나 그래도 자네 없으면 못사네..난 괜찮어..난 괜찮어...걱정말게"

순박한 농민분 같았는데, 그 말 듣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누우셔서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고 그러셨는지 쟁가를 부르셨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단 말입니까?
우리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단 말입니까?

쌀은 생명입니다.

농민에자석

참 한심한 세상이죠.
어떻게 해결 하려고 하는지 한번뽑은 대통령 믿어봐야죠
믿어야죠 믿음까지 깨지면 그때는 사생결단을 내버리겠습니다.


80년대 시위대랑 지금의 시위대
달라진 거 전혀 없다.
그 때도 쇠파이프 화염병이 나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과연 시위대가 지금 이런 행동을 하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역효과가 나는 것을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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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행동을 조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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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회 도장 찍으러 갑니다.

군대 2년을 제외하고 단 한번의 결석도 허용하지 않았다.

 

가끔 가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 마다 '전태일 정신계승"이라는 대의명분에 짓눌려 꼬박꼬박 참가한 것이 거진 10년이 다돼 간다.  그래도 여전히 속 마음은 이번 노동자대회도 재미는 없을거다... 뭐 올해도 대략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뭐 예년처럼 발길은 자연스럽게 노대회를 향하겠지...

 

언제부터인가 잔치판으로 변한 전야제를 보면(사실 나 대학교 1학년때부터 노대회는 잔치판이었다)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여기저기 정신 못차리고 술독에 빠진 노동자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번 노대회떄도 이런 풍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항상 세상을 비관적으로 사는 것도 아닌데, 노대회만 생각하면 기분이 깨름직 해진다. 그래서 갈 때마다 내년에는 절대 안온다고 다짐하는데 결국은 가게 된다. 또 실망할 줄 잘 알면서... 그 놈의 출석이 뭔지...

 

노동자대회에 참가하는 수많은 노동자들 중에 옥석같이 빛나는 투쟁의 의지를 품고 있는 활동가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하며 대규모 집회로부터 새로운 활력을 얻을 지 모를 동지들의 마음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관성화되고(안봐도 비디오) 매일 보는 풍경의 반복(투쟁 결의고 나발이고) 초저녁부터 술 퍼 마시고, 신새벽에 싸움질하는 노대회는 아니었으면...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하나라는 연대의 기쁨과 동지애를 얻어가고, 내일 있을 투쟁을 위한 소중한 힘들을 얻어갈 수 있는 의미있는 노동자대회가 되었으면... 전야제 참가 5시간 45분전에 살포시 꿈꿔 본다.

 

- 아, 오늘은 전노투 독자집회도 있다던데... 그런데 뭔 문화공연을 그렇게 많이 한댜~~~~ 집회판보니 문화공연보다 날새겠두만...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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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노동진영에 ‘초강수’ 쏟아내는 진짜 이유 1

 

  요즘 매일노동뉴스의 정치기사가 재미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일단 신속하고, 하나의 주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이 있다. 최근 4대입법과 비정규직 입법관련동향, 이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응 기사들을 보면 다양면의 접근을 통해 입법안을 둘러싼 지배분파간의 권력관계, 정부여당의 의도, 민주노동당 대응의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꼬집고 있다. 길지 않은 분량으로 짧게짧게 이루어지는 분석들은 예리하고 인상적이다. 가끔은 시원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예전에는 대단히 우파적이라는 느낌에 단순 정보 이상으로 보지 않았었는데 현재는 정보로써도 가치뿐만 아니라 정치지형에 대한 분석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듯하다.

 

여기까지는 사족이고 그렇다면 정부여당이 초강수를 쓰는 진짜 이유를 매일노동뉴스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내 의견을 플러스해서 현재의 상황을 정리해 보겠다)

 

  친자본적인 정책방향 때문이다. 뭐 이것은 하나마나한 얘기일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자본가 정권(신자유주의 정권?)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노무현에게 환상이 없었다면 이것을 놓고 새삼 놀랄 이유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이다. 노무현이 물론 신자유주의를 선두에서 진두지휘하는 선봉장이기는 하지만 명색히 민주투사라는 간판이 있고 그것으로 현재의 영예를 유지하고 있다. 한 손에는 정치개혁을 다른 한손에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사문제를 해결을 외쳤던 것이 먼 과거이 일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노무현 손에는 타협을 위한 당근은 없고 후려칠 채찍뿐이다. 왜 그럴까?

 

  항간에 사람들은 그것을 열린우리당에게 선택의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에서 찾고 있다. 지속적인 개혁정책이 실패와 정체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의 지지도를 급락시켰다. 이번 위헌사태에 맞서 초강수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의회과반수 의석을 가지고도 이토록 지리멸렬한 힘없는 기조로 나가는 것은 단순히 수구꼴통들의 견제때문만은 아니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은 한나라당의 무식한 돌격이 아니라(이것은 기존 노사모를 자극하고 결집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플러스다) 핵심지지층이 젊은 개혁시민의 이탈이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자본가들을 위시한 자본가의 대다수가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는 후자가 전자를 규정한다고 보여진다.

 

  왜그렇게 초강수를 두는가? 자본가들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개혁시민층은 정책만 잘 쓰면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과 같은 카드를 말이다. 개혁적 시늉만 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다르다. 자본가들에게는 태도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정책결정이 더 중요하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내놓고 있는 각종 정책들은 자본과의 ‘화해’ 혹은 ‘밀월’을 통한 경기회복 모색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부여당은 근래 들어 법인세·특소세·소득세 등 각종 세금의 연쇄인하를 단행했고, 기업도시 건설,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등 투자 유도를 이유로 재계의 각종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공무원노조법과 비정규직 관련법의 문제점에 항의하는 노동계에 정부여당이 초강경 대응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부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는 자본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르주아권력의 속성이다. 부르주아 권력은 항상이고 일관되게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고서는 잠시도 유지될기 힘들다. 이것이 부르주아 권력 유지의 핵심이다. 비정규직 관련법, 즉 노동 유연화를 정부가 앞장 서서 실현하고 있다는 믿을 줬을 때만 자본가들은

노무현을 지지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이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쟁요소인 4대개혁은 무대포로 반대하면서도 노동유연화 악법 개악에 대해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더 개악된 입법안이 필요하다는 개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법 개악을 둘러싸고는 정부와 여야 거대정당, 자본가들간이 3각 동맹이 확고하게 결성되어 있는 것이다. 개혁정책은 당연히 이러한 동맹의 이해관계에 종속된다. 반노동자적 정책의 악취를 덮어씌우기 위한 거적대기 - 그게 바로 개혁정책이다.



정부·여당이 노동진영에 ‘초강수’ 쏟아내는 이유

비정규법안 등 ‘성장위한 희생 불가피’ 인식 대세…저항 무마할 카드 국보법뿐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1회 국가경쟁력회의에 참석, 이해찬 총리, 이정우위원장 등 행사관계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해찬 총리의 유감표명으로 한나라당이 등원, 2주 간의 국회파행이 마감되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4대 법안을 두고 일전불사 태세에 돌입했다.

전투에 임하는 모양새는 그러나 사뭇 다르다. 이부영 의장이 “산이 높으면 돌아가야 한다” “우리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국가보안법 폐지를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의 개혁 목소리는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는 반면, 한나라당은 “안보와 교육을 흔들고 극심한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4대 법안 저지에 당의 명운을 걸겠다”는 박근혜 대표의 선전포고를 필두로 대여 투쟁의지를 날로 불태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정당들은 각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내밀한 계산들을 하기에 바쁘다. 전국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의 총파업이란 하반기 최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고민은 특히 더 하다.

지금대로라면 향후 정국은 정치·경제·노동·교육·환경 등 각종 현안들이 꼬이고 꼬이면서 점점 복잡 난해해질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각 정당이 정치공학적 고려에 따른 정책적 취사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명분만 살아남고,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각종 법안의 독소조항들은 피가 통하고 살이 붙어 실체적 생명을 얻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현재 공무원노조법과 파견법 등 노동관계법에 정부여당이 초강수를 두는 이유도 이런 흐름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 ‘속도조절론’ 왜 나왔나

시간이 지나면서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국가보안법 폐지로 수렴시키는 듯 하다. 4대 입법과제를 패키지로 내걸고 있긴 하나, ‘절충’을 거듭하고 있는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 개정 등이 현저히 ‘약발’이 떨어지는 가운데, 지지자들에겐 개혁입법이 오히려 실망만 안겨 주는 ‘개악입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안법 폐지안 역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현재, 내년 재보선에서 과반의석 붕괴를 두려워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선 보안법 폐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까지 놓치면 반전은 불가능하다”는 게 한 당 관계자의 지적. 흐릿해지고 있는 당의 정체성을 추스르고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서 보안법 폐지를 마지노선으로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보안법 폐지 문제는 통과 시 한나라당으로서도 4대 법안 중 정치적 타격이 가장 큰 사안이란 점에서, 열린우리-한나라 간 힘의 우열을 가늠할 뿐 아니라, 통과 여부에 따라 향후 당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안법 폐지가 생각만큼 잘 안 풀린다는 데 열린우리당의 고민이 있다. 안보공백을 걱정하는 여론도 문제지만,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경제가 어려운데 쓸 데 없이 정쟁거리만 만든다”란 국민 인식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열린우리당의 시각이다. 열린우리당 수뇌부들 또한 어려운 경제상황이 보안법 폐지의 발목을 잡는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열린우리당 창당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부영 당 의장이 ‘높은 산’과 ‘깊은 물’을 예로 들며,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가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보안법 폐지 속도조절을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현실인식은 말 몇 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내놓고 있는 각종 정책들은 자본과의 ‘화해’ 혹은 ‘밀월’을 통한 경기회복 모색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부여당은 근래 들어 법인세·특소세·소득세 등 각종 세금의 연쇄인하를 단행했고, 기업도시 건설,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등 투자 유도를 이유로 재계의 각종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공무원노조법과 비정규직 관련법의 문제점에 항의하는 노동계에 정부여당이 초강경 대응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부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는 자본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경우 정부안 강행의지가 자본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동력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비정규직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흔들림 없는 인식이란 뜻이다. 

노동정책에 정통한 여권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정부여당의 분위기를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전했다. “정치적 의도나 반노동적 마인드 때문이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제 위에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비정규직 철폐를 오히려 정치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성장 중심으로 돌아선 이상, 비정규직 확대는 여권에게는 일종의 ‘필요악’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대기업 노동자의 고임금 문제와, 이를 유발한 민주노총식 노동운동이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란 재계의 논리를 정부여당은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노동부가 마련한 이번 안이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이 점에서 파견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절박한 의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정부와 여당 수뇌부의 인식에 제동을 걸 주체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막아 줄 것으로 기대해 보지만,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계 대표들과 ‘386’ 의원들과의 연이은 만남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들 의원 또한 상당 부분 ‘성장을 위한 희생’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걸리는 건 지지율이다. 정부여당이 파견법 통과를 강행할 때, 이로 인한 지지율 저하는 여권으로서도 마음이 걸리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선 악재가 겹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을 고치기보다는 보안법 폐지를 통해 추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한다는 데 열린우리당은 우선 방점을 찍고 있는 듯 하다.

공무원노조 총파업 찬반투표 원천봉쇄 등을 통해 총파업으로 이어지는 노동정국 형성을 미연에 차단하는 대신, 보안법 폐지를 중심으로 한 정치전선을 만들어 당의 흐려진 개혁 이미지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제출하고 열린우리당이 국회통과를 약속한, 각종 독소조항을 안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법개정안은 이 계획이 난황에 부딪혔을 경우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고위 인사는 “정부안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뒤, “법안심의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중재가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정부안은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 투쟁 여하에 따라 일정한 조율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법안이라는 것이다. 당정협의과정에서 정부안에 대한 우려가 당측 인사들로부터 일정하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당초 정부안보다 노동계에 더 불리한 것으로 조정된 배경이다.

전략적으로 노동계에 불리한 안을 제출한 후 민주노총의 항의가 예상보다 거세지 않을 경우 원안대로 통과시키겠지만, 항의가 거세 생길 정치적 부담과 떨어지는 지지율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비한, 일종의 양동작전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의 반발 정도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수정동의안을 낼 것이란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시간이 없다

어떤 식이 됐건, 정부여당의 이런 계산 하에서는 노동계의 대응전략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해당 상임위에 상정되는 시점을 총파업 시기로 잡고 있지만, 문제는 법안의 상임위 계류 기간이 얼마나 길지가 문제다.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 특히 민주노총처럼 확실한 투쟁부대가 뒤를 받치는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을 상임위에서 오래 끌고 있을 정도도 여권이 어리석지는 않다. 게다가, 국가보안법과 관련 한나라당이 어떤 식으로든 일전불사를 외치는 마당에 전선을 몇 개나 부담할 힘도 없다. 결국, 파견법에 관한 한 한나라당과 조율은 상임위 밖에서 끝낼 것이고, 상정 시점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된 한나라당과 조율(또는 독자처리 방침 확정)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어찌됐든 노동계에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2~3일이다.      
  
정부여당이 일정 정도 원안을 완화시키는 경우도 석연치 않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번 공무원노조 총파업 찬반투표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노동계 투쟁 공간을 최대한 틀어쥐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재시도할 경우, 법안 폐기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전제로 투쟁열기를 끌어올린 민주노총 입장에선 이를 선뜻 받아들일 수도 없다. 이래저래 고립 상황에 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공무원노조의 선택이 향후 정국 방향을 가름할 결정적 변수라는 분석이다.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물꼬를 틀 경우, 민주노총으로서도 총파업으로 지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권이 국가보안법 폐지로 진보세력을 줄 세우려 한다면, 거꾸로 민중세력은 공무원노조의 거점투쟁과 이에 대한 태도 여하에 따라 자신을 추수르고 여권을 정치적으로 타격할 사회심리적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정부여당으로서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다. 보안법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가운데 나오는 노동계 총파업은 치명적일 게 뻔하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에 대해 연일 강수를 두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일단 2만명, 3만명이 참여하는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이 시작되면, 설사 진압을 한다 해도 정치적 상처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단병호 의원이 원내 상황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중투쟁이 절실하다는 ‘외부 충격론’의 필요성을 몇 차례 설파했지만,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서 좀더 강한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공무원노조 총파업 찬반투표를 강경 진압할 때, 지도부 보호에 적극 나서는 등 정세의 역교란을 시켰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노동계의 대중투쟁이 한창인 지금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원내 의석은 절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등원했고, 4대 법안을 사이에 두고 열린우리당과 일전에 돌입했다. 부시 미 대통령 재선으로 인한 북핵위기 고조,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정으로 인한 보수세력 결집을 이유로 열린우리당은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보안법을 그 전장(戰場)으로 삼아 한 차례 접전이 벌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절충점이 찾아진다면 법 폐지가 아닌, 가장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 대체입법안으로의 ‘위장폐지’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싸움 와중에서도 양당이 민생국회란 ‘이미지’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노동관계법과 기업도시법, 기금관리법 등의 통과를 서두를 경우,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해 온 문제법안은 국회통과가 유력시된다.

그래서 지금, 이와 같은 정국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노동계의 향후 움직임에, 각계의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대표는 지금 당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가장 시급한 것, 제일 중요한 것,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공무원노조투쟁 엄호다.”

공무원노조가 초장에 꺾이면, 민주노총 총파업 역시 쉽지 않다. 대중투쟁의 예봉이 꺾인 뒤에 민주노동당의 10명 의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최근 6개월의 과정이 이미 보여주었다.

문 대표는 “민주노동당에 힘을 줘야 우리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을 민중이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 의원단부터 앞장을 서야 한다. 발의한 법안도 소중하겠지만, 지금은 투쟁의 일선에서 경찰을 막아내는 게 더 시급하다.

10명이 힘을 보태 싸웠는데 밀린다면, 그 다음에는 스무명, 백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힘을 보탰다는 증거는 다른 게 없다. 같이 맞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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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보장입법 쟁취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에 대하여 

 

 

 

  총파업이 임박해 올수록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지도부들은 권리보장입법을 관철시킬 의지가 없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권리보장입법은 핵심적 내용들이 현장에 제대로 홍보되고 있지 못하고 그 의의 또한 집회장에 걸리는 슬로건의 의미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지 못하다.


1/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은 부분적 요구투쟁이라는 측면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우선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자.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담고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권리보장 입법은 비정규직 완전철폐가 아닌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해소하는 것에 한정하고 있다. 권리보장 입법은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로 확대된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세를 근본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요구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권리보장 입법은 노동유연화 공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무의미한가? 그렇지 않다. 권리보장 입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생활조건을 부분적으로나마 개선시켜주고 비정규직의 무한확대를 저지한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파견법 철폐, 기간제 노동 사용제한의 요구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노동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퇴화를 막고 투쟁의 조건을 뚜렷하게 향상시켜 줄 것이다. 현재의 권리보장 입법은 부분적 요구투쟁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와 같이 자본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사소한 경제적 요구, 사소한 양보조차도 획득하기 어렵다. 또한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경험은 계급적 단결에 기반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고서는 자본가들로부터 단 하나의 양보조차도 얻기 힘들다는 것을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권리보장 입법은 이런 측면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권리보장입법이 담고 있는 부분적인 요구들을 실제적으로 획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계급적 단결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며 스스로를 투쟁적으로 단련시켜나갈 것이다.

 

2/ 그렇다면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은 어떻게 쟁취되어야 하는가?

  무엇보다 의회주의적 사고는 단호히 배격되어야 하다. 의회를 통한 입법 투쟁으로의 집중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동적인 방관자로 전락시킨다.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권리보장입법을 보면서 그것이 자신의 처지를 향상시켜 줄 수 있는 매력적인 법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법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대다수 노동자의 시야를 의회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10명의 의원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하겠는가?” 이러한 사고가 법적 테두리가 아닌 대중투쟁에서도 그것을 쟁취할 의욕과 기대를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다. 민주노총의 관료들과 민주노동당의 지도부는 이러한 대중심리를 조장하면서 자신들이 제출한 법안을 사문화시키고 있으며 정부의 보호입법을 부분 수정하여 개악의 정도를 약화시키는 것에 골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권리보장입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 없느냐(사실 법안통과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가 아니라 권리보장입법이 담고 있는 요구들을 쟁취하기 위해 현장으로부터 어떻게 강력한 투쟁들을 만들어나갈 것인가이다. 법안 통과라는 의회주의적인 방식이 아니라 대중투쟁의 방향성으로 권리보장입법 요구안을 바라봐야 한다.


3/ 이런 측면에서 평등연대 김광수씨의 입장(『총파업 투쟁에 임하는 사회주의자의 임무』)은 현실의 문제를 한편으로 올바르게 직시하고 있다.  김광수씨는 “10명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동조자를 가지고는 입법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다.… 입법을 성사시키겠다는 난망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하고 엄호, 연대하는 것이다”라고 민주노동당의 의원단 활동의 한계를 적절하게도 지적하면서 대중투쟁의 관점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어지는 다음의 입장들은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


“노동자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세계적 추세에 굴복하든지 아니면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하든지 양자택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김광수, 『총파업 투쟁에 임하는 사회주의자의 임무』)

 

  과연 그런가? 노동자들은 정말 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로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가? IMF외환위기 이후 남한 자본의 위기가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위기를 근본적인 체제의 위기로 발전시킬 노동자들의 공세는 펼쳐지지 못했다. 오히려 자본과 정권의 광폭한  공세 앞에 노동자들은 투쟁을 주저하고 있으며 사소한 개량조차 요구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현재는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공격하고 혁명(혹은 이행기강령)을 선동하는

 

‘공세적 시기’(준혁명적 시기)가 아닌 ‘방어적 시기’임을 분명히 하자.

  “지금 권력과 자본은 최소한의 개량적, 부분적 조치도 거부하고 있기에 개량적 요구 이상을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럴 때만 일부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다. 사회주의적 전망을 구체화하는 강령적 요구 … 기업회계의 완전한 공개 … 실업자를 구제할 수 있는 대규모 공공사업의 전개와 무상의료, 무상교육 … 이러한 요구는 반드시 노동자 정부의 실현이라는 권력에 대한 문제와 결합되어야 한다”

(김광수, 앞의 글)


  자본주의 철폐의 호소와 노동자 권력의 실현이라는 선전선동은 그 자체로 사회주의자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계급투쟁이 후퇴하는 시기, 방어적 국면에서 혁명에 대한 선전(그것이 이행기 강령이라 할지라도)에 자신을 집중시키는 것은 오류를 낳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입자은 부분적인 요구투쟁의 중요성을 부차적인 것으로 밀어내고 혁명적 사회주의자의 임무를 혁명적 선전에만 국한시키기 때문이다. 

 

  방어적, 평화적 시기에는 많은 경우 ‘경제투쟁 및 제도적 요구투쟁의 수행방식’을 둘러싸고 혁명적 노동운동과 개량적 노동운동 사이에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즉, 민주노총의 개량주의 관료처럼 계급협조, 계급타협에 기댈 것인가, 아니면 대중 스스로의 투쟁에 입각해 부분적 요구투쟁을 계급의식 발전, 정치의식 발전이 비옥한 토양으로 삼을 것인가.

 

  전자의 방식은 자본과 정권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하며 오히려 개량주의적 관료들만을 강화시켜 줄 뿐이다. 그러나 후자의 방식은 부분적인 개량의 획득이라고 할지라도 자본가들에게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대중의 투쟁력을 강화시켜준다. 노동자들은 부분적 요구들을 쟁취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해 나갈 것이며 그러한 자신감은 이후 자본주의 철폐 투쟁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총파업 투쟁에 임하는 사회주의자의 임무는 바로 이러한 요구투쟁을 지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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