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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part 2

# 방글라데시 part 2 1. 방글라데시에 대한 경험을 제대로 정리하려고 하면 참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가슴도 아파야 할 것 같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할 것 같고...하지만 조금씩 해야지. 그래야지. 2. 우문 현답 사람들은 쉽게 돈 벌러 왔지 한다. 나도 그렇게 쉽게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그 다음 이곳에서 벌어지는 막막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급급했던 듯 하다. 그것도 맞다. 현실이 막막하니...그걸 바꾸는 데 노력하는 것이 뭐 잘못인가... 하지만 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도 아니고 그냥 노동자도 아니고 이주노동자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그냥 여성이 아니듯 그냥 노동자가 아니듯 여성노동자이듯 말이다. 그러니 '이주'란 뭔가 알아야했다. '이주' 하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외로움', '그리움' 이었다. 얼마나 그리울까? 얼마나 외로울까? 난 이 질문을 머리 속에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되뇌었던 듯 하다. 그 질문이 머리 속에 있을 때 부터 이주노동자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애뜻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아마 동정까지는 양심상 못하고 연민 엇비슷한 것이 느껴져 가슴이 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리움에 대한, 외로움에 대한 징후라도 보일라치면 소스라치게 오버해서 슬퍼하고 안타까워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랬다. 그런 내가 방글라데시에 들어 서서 이주노동자의 가족을 만나니 턱하니 나온 질문이 보고 싶지 않냐는 거였다. 지금 생각하면 뻔뻔하단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때는 진지했다. 얼마나 보고 싶을까? 떠난지 7년, 혹은 10년 된 가족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이해해 달라는 거였다. 보고 싶긴한데 여기 오면 다시 한국에 갈 수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리고 덫붙인다. 돈문제 말고 일 거리가 없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목이 부어오는 것 같았다. 그 말이 준 외면과 내면이 한꺼번에 다가와 뜨끕했다. 외면은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사람의 어림을 꼬집는 것 같았다. 세상 물정, 모르지...몰라도 한참 모르지... 그러니 비싼 비행기 값 쳐들여 와서는 보고 싶지 않냐고 묻지.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지형에 있는지. 무엇이 그들을 만들었는지. 나는 아직도 이주노동자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거다. 먹고 살기 힘드니 왔지 일자리가 없으니 왔지. 난 대답할 수 있었지만 그게 정말 뭔지 모르고 있었던 거다. 산다는 것은 먹고 자고 입는 것이 아닌데, 산다는 것은 에너지를 가지고 뭔가를 하는 것인데 그들은 그걸 할 수 없다는 것이 괴로운 거고 그게 그리움 보다 먼저였단 생각이 들었다. 그 뭔가에는 물론 돈 버는 것도 포함된다. 그것도 아니라고 하면 진짜 세상 물정 모르는 거지. 그리고 그 내면의 그리움.. 이주 노동자의 그리움은, 순간 같다. 하지만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그리움이 아니라 내면에 흐르고 있는 강 같은...그렇게 일상은 쿨하지만 ...그러다 문뜩 수면위로 떠올라 찢어 놓고 가는 그리움... 그리고는 이해해달라는 말을 한다. 나 같으면 가서 공부 좀 더 하고 와라 라고 이야기했을 터인데 이해해 달란다. 난 한국인이고 그건 권력이다. 난 아무것도 안했지만 이미 그건 권력이다. 난 그것만 가지고는 나눌 수도 없고 같이 할 수도 없다. 그 관계가 엿 같았고 그 관계를 변화시킬 장치를 하지 않았단 생각이 들어 창피했다. 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말지. 이해해 달라니... 나의 이해력의 한계. 나의 미성숙의 한계. 나의 게으름의 한계. 3. 저개발된... 저개발국 아니 우린 개발도상국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 듣기 좋으니까. 개발 중이라고 하니까. 하지만 그건 하늘을 손바닥으로 덮는 격이다. 방글라데시 혹은 네팔 혹은 인도네시아...그곳은 저개발된 곳이다. 누군가에 의해서 저개발된 곳. 저개발된 상태가 누군가에게는 더 많은 이익을 주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상태를 자신의 능력의 한계라고 여기며 살아야 한다. 한국이 그보다 낫다고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단지 난 '저개발된' 이유가 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라고 이야기하고 싶은가 보다.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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