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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닿다

참 급할때는 뭐든 안된다.

자막을 꼭 제대로 해서 가져가고 싶었는데

컴에 공간이 없다고 자막 새로 넣은 것이 랜더링이 안걸리고

결국 자막 새로 넣은 상영본을 가져가지 못하게 생겼다.

게다가 오버해서 미루를 꼭 보러 가야하는 맘까정 생기고

이래 저래 도착도 늦어졌다.

 

시사회,

것도 주인공들과 함께 하는 시사회,

항상 그렇듯이 주인공 앞에서 상영할 때가 가정 떨린다.

그래서 가끔은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단 생각까지 들때가 있다.

 

이전에는 인터뷰하는 것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잘 들어서 담아오면 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뷰란 그리고 다큐를 만든다는 것은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운 일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랑 통화를 했다.

이전에는 가편만 보고 이번에 완성본을 봤는데 좋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사회의 문제로 가는 다큐가 있고

사회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다큐가 있는데,

이번 것은 후자인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에요."

틀린 말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사회의 편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시작한 다큐가 임신과정을 거치면서

타의반 자의반 나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으니까.

그리고 나의 그러한 변화로 나의 주인공들과 더 잘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마음을 담아 나의 관객들과 만나고 싶었으니까.

 

참 많이 부족한 작업이지만 그래도 내 맘을 담았으니 후회는 하지 말자고

사운드 믹싱한 밤 다짐하고 다짐했었다.

그래도 맘이 묵직했던 이유는 그녀들이 불편해하면 어쩌나였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뭐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이번 작업이 내게 유난히 힘들었던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었다.

이전에 만들었던 다큐에서는 주인공들이 할말이 참 많았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거리에 선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러니 그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주인공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고 그 공간이 공개적인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작업은 생활하는 공간이 드러나야 하고

굳이 남에게 안해도 되는 개인의 기억을 나눠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편집을 할때 그녀들이 들려줬던 이야기들이 나를 짖눌렀다.

나를 뭘 믿고 저런 이야기를 해줬을까?

나를 뭘 믿고 자신의 삶의 기억들을 나눠줬을까?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웠다.

 

그런데 그녀들 앞에서 시사회를 해야 한다니.

참 숨막히는 일이었다.

이런 저런 걱정이 된다.

언어에 대한 걱정, 베트남어, 영어, 한국어가 짬뽕된 다큐를

베트남, 중국, 필리핀, 페루, 몽골 출신 사람들이 한글 자막과 영어 자막에 기대 봐야 한다니.

머리가 지끈 거렸다.

 

불이 꺼지고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20명 넘게 앉아 있다.

다큐가 시작되고

....................

 

어둠속에서 난 나의 주인공의 반응을 살핀다.

열심히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을 위해 모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그녀를 본다.

그녀의 웃음, 머뭇거림, 붉어지는 볼, 끄덕임, 모든 것이 눈에 잡힌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

시어머니의 편견, 그리고 그녀의 멘트.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 멈춘다.

그리고는 웃는다.

 

나는 그녀가 그녀의 시어머니의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부분이 좋다.

사람들의 편견에 힘들어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 그녀처럼 당당히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난 그녀가 좋다. 

 

난 내 주인공들이 안되 보이는 것이 싫다.

웃기는 말이지만 그렇다. 멋지게 보였으면 좋겠다.

원래 멋진 사람들이니 당연하다.

아...단순해. ㅠㅠ

그래도 더 말하자면

입체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편견 속에 갇힌 이미지를 걷고 자유롭게 만났으면 좋겠다.

나의 주인공들과 나의 관객이.

 

나는 그녀의 웃음에서 나의 이런 마음이 닿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고맙고 좋았다.

정말 고맙고 좋았다.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거지 뭐.

그리고 그럼 된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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