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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유 압박 ㅠ->^^

다큐 작업이 끝나고 한동안 새로운 시간에 적응하고 미루가 아프고 미루 돌기념 가족 식사하면서 어느새 한달이 휘리릭~~ 이제 슬슬 그 동안의 이야기를 쏟아내야겠다. 그래야 또 다음으로 나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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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만 있으면 미루가 태어난지 일년이 된다.

햐~

정말 이 맘이란...내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뭘?

모유수유를! 다들 하는데 뭘! 이란 말들이 여기 저기서 들리지만 그래도 그게 아니다.

나한텐.

처음 모유수유를 암 생각 없이 시작했을때 닥친 막막함과 어려움이라니..

다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난 왜 이리 힘든가 하면서 역시 내 인생에 쉬운 것은 없다고 까지 생각했다. 이 정신세계는 아주 오랫동안 내 인생을 지배했던 것인데 난 너무 불행해서 발버둥치지 않으면 곧 불행이 날 엄습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당시 이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던 거다. 안그래도 힘든데 또 얼마나 불행해질까 싶어서 충격이 컸다.

 

한달이 지나도 미루는 젖을 제대로 물지 않았고 자꾸 뒤로 머리를 빼서 아기가 밉기도 했다. 그러다 내 젖량이 많아서 미루가 그랬다는 것을 알고 다시 젖 무는 법을 습관들여야 했다. 새로운 방식을 습관들이기 위해 이틀 동안 젖을 먹이지 않고 분유를 먹여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하던 바로 첫날 젖몸살이 났다. 젖을 먹이지 않는 만큼 젖을 짜냈어야 하는데 제대로 못했던 거다. 으흐..

젖몸살은 느무 아팠다. 그 이후로 젖몸살은 수시로...

 

한번은 당시 나의 정신적 지주였던 모유수유센터 샘을 만나고 와서는 젖에 미루가 물어야 하는 지점까지 싸인펜으로 표시를 해놨던 적도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엄마가 자세를 잘 잡아야 한다고 해서 집에 있는 모든 쿠션과 베개를 다리에 끼고 등에 대고 했던 사진도 있다. 이 사진은 이따 집에 가서 첨부해야지. 정말 가관이다.

 

그러다 겨우 대충이라도 젖을 먹일라할즈음엔 이스트 감염이 되어 젖을 먹이고 너무 아파 침대에 퍼져 펑펑 울기도 했다. 그 아픔을 한달을 참았다. 참 미련미련미련 백만개 하다.

 

겨우 자리 잡은게 아마도 4달이 지난 즈음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나서도 항상 걱정을 했다. 젖은 제대로 나오는지 미루는 제대로 먹고 있는건지. 아마도 처음에 워낙에 큰 충격을 받아서 모유수유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나 희박했던 듯.

 

근데 이제 일년이 된다니...햐~~~ 이...만족감이란.

 

그런데 작업이 끝나고 몸이 여기저기 탈이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긴장해서 참고 있던 몸이 이제 슬슬 자기를 좀 봐달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결국 엄마를 통해 한의사에게 진찰을 받은 결과 위와 간이 상했단다. 그런데 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프면 나으면 되는 거니까.

 

진찰을 받기전에는 내가 힘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이리 힘들지.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정신 상태가 헤이해졌어. 하면서 날 다그쳤다. ㅠㅠ 참 바보 같은 사람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런식으로 무시를 한거다. 우우..

 

여튼 한의사는 내게 모유를 끊을 것을 권유했다. 옆에 있던 엄마는 때는 이때다 싶게 "몸 축나면서 까지 젖을 먹이는 것은 미련한 짓이야" 라고 했다. 으.....엄마야 딸이 비실비실한게 보기 싫었을 것이고 그게 다 젖 먹이는 것 때문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러니 얼렁 젖 끊고 힘내서 살았으면 싶으셨겠지.

 

근데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냥 "그 동안 잘 먹였어. 근데 이젠 니 몸을 돌봐야지." 했으면 "그럴까?" 했을 텐데. 그냥 마구잡이로 끊으라고 하니 억울하고 얼굴이 화끈하면서 속상했다.

 

대충 젖은 안끊고 위와 간을 치료하고 나서 몸을 보양하는 약을 더 먹기로 했다. 그래도 힘들면 그때가서 보자로 결정, 단유는 보류~

 

그런데 며칠전 놀이집 샘이 미루 언제 모유 끊냐고 물어 본다. 일년이 지나면 모유 영양이 별루라면서...으....

 

언젠가 어느 블로그에서 읽은 글에서 어떤 엄마가 아기에게 이년을 젖을 먹였단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물론 한돌이 지나면 거의 젖이야 음료수 수준이다. 여튼 그 글을 보면서 참 유난이다 그랬다.

 

그런데 지금 난 뭐랄까...그냥 주구장창 미루가 먹고 싶은대로 나누고 싶다. 물론 너무 큰 녀석이 젖을 찾으면 좀 그렇겠지만 그냥 미루가 먹고 싶은대로 먹이고 싶다. 워낙에 모유수유를 힘들게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것을 그만두는 게 좀 아깝다. 게다가 최근에 미루가 많이 아팠을때 계속 젖을 찾으며 스스로 위안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루에게 내가 이런 위안을 얼마나 줄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힘들다. 모유수유. 모유수유 때문에 항상 시간을 체크해야 하고 어딜 가더라도 젖을 짜고 가거나 젖이 너무 불지 않을때까지는 돌아와야 하고...ㅋㅋ 신데렐라 같구만...잠도 부족하고 그러니 낮에도 좀 멍하고...우좌지간 여러가지 생각지도 못한 불편함이 날 잡아매지만 그냥 난 좀 더 미루에게 젖을 먹이고 싶다. 근데 잘 들여다 보면 미루에게보다는 내게 더 큰 위안이 되는 지도 모른다. 젖을 먹이면서 아기랑 붙어있을때 그 평화로움이 좋다.

 

처음에는 그렇게 자세 잡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요상한 자세로도 젖을 먹일 수 있다. 미루가 불안할때 몇번 빨고는 히히 웃으며 돌아서 갈때를 보면 난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얼마 없는데도 이 녀석이 이렇게 웃어주는 게 기분 좋다. 어쩜 이런 것도 내가 미루에게 잘 못해준다는 자격지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이 평화가 좋고 그래서 일년이 됐으니 끊어야 한다라는 구획에서 좀 자유로워져서 그냥 편안하게 가고 싶다. 이 평화가 기껏해야 일년도 안갈텐데 말이다. 으흐...

 

그러니 이젠 제발 누가 내게 젖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 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른데 그걸 일년이 됐다고 끊어야 한다면 으...느구 불편하다.

 

히히...이젠 누군가 압박을 해도 그냥 웃으면서 야그할 수 있을 듯. "그냥 전 이 평화가 좋아요. " 하면서.

 

 

 

내가 정말 좀 편안해진건가? 흐흐...자신의 need를 들여다 보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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