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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자!!!

알엠님의  [난 요즘] , 미류님의 [가벼워져야겠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지금 상태는 가슴이 답답하고 약간 심장도 불규칙적으로 뛰고...

아무래도 이래 저래 뭔가 불편한 것이 있는데 도리가 없어....결국 하나 하나 풀어보자라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알엠님 말처럼 딱히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뭔가 풀어내려는 시점에 용기가 될 것 같아서...트랙백을 겁니다.

 



한 술자리에서 제네바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영화제 보다는 여성의 일과 양육이 꼭 선택이 아닌 그곳의 상황이 더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무지 부럽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어쩜 일상적인 이야기로 끝날 수 있었던 그 대화는 나의 최근의 고민을 건드리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친구가 그런다..."그 사회였기에 남자들도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난 그 말을 니가 남자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로 받아치지 않았다. 그런 말안에 놓여 있는 일반화의 폭력도 잘 아니까...그런 말 때문에 가끔은 상처 받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아니까...아니 상처라고 까지 이야기하면 좀 그렇고 '주저, 혹은 위기소침'해지는 것을 아니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그래도 힘을 내어 해보면..

난 최근까지도 내 인생에서 아기에 대해서 생각을 못했다. 아니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길...아기를 낳고 키우고 그런 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부터가 나에겐 너무나 큰 부담이었고 피하고 싶은 무엇이었다. 그리고 그 부담이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지워지는 것이 끔찍했다.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살 자신이 없었고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고 무의식에 세뇌하는 사회가 무진장 싫었다. 가는 곳 마다 나이 다음에 물어 보는 게 결혼이고 그 다음이 "이제 아기 낳아야지. 얼렁 결혼해요." 휴우....

 

그러다 그 나이 때문에 나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 아니 어쩜 내가 그렇게 거부 반응을 나타냈으면서도 난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남자들은 좀 다르겠지만 여자들은 생물학적 나이가 주는 부담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가 더 들면 아이를 낳지 못하는데....웃긴다. 묘한 두려움...두려움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을까?" 어쩜 그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하나둘씩 아이를 낳고 임신을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고 해야 하나...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결혼제도를 반대하니 결혼할 생각을 안했으면서도 주변에서 하나둘 결혼할 때 나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딱히 거기까지 생각 안하더라도 ...뭔가 숙제 안한 찜찜한 느낌...그때가 28살 언저리였던 거 같다. 그 시기를 지나자 언제 그런 불편함을 느꼈냐는 듯이 편안해졌다. 지금도 어쩌면 그때와 비슷한 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부터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남자친구라고 해야 하나...참말로..여하튼 남자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유화해서 옮기자면 "아이를 갖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절대로 아기를 키우지는 않을거야. 아기가 아무리 이쁘다고는 하지만 아기를 키우면서 일을 못한다면 나에게도 아기에게도 너무나 않좋을 거 같아." 그랬다. 그러자 남자친구 왈 "내가 키울께. 일년 정도 휴직을 하던간에 내가 책임 지고 키울께" 한다. 어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웃기네. 말은 누구든 할 수 있어. " 하지만 그와 내가 경험한 시간들을 통해 난 그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음에 안도했다. 사실 그 대화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다. 동료들과 그 이야기를 했다. 그들 중 하나 왈 "그렇게 되면 그건 사회적 손실이다" 어이 만개를 잃어버렸다. 난 불쾌했고 나중에서야 혼자서 이런 댓구를 찾았다. "내가 아기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 두는 건 사회적 손실이 아니구?!" 참 서글프다. 난 그 친구의 그런 평이 서글프다는 것이 아니다. 내 속에도 이미 그런 엔진이 작동했다는 거다. 남자가 아기를 키우기 위해 일을 쉬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정말 더 서글픈 것은 이 사회 자체가 그런 것들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 다는 거다. 물론 누가 하나(남자) 강한 의지를 발휘해서 "난 아기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 둘꺼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속속 그런 남자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이상한 눈으로 그들을 본다. 결국 그들도 나름대로 힘들 것이리라. 그건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 누구든 평등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힘들어지는 거다. 난 이 사회가 답답하다. 그래서 적당히 타협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이 사회가 변하는 것 보다 내가 변하는 것이 더 가능한 일일 것 같아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내가 변해서 내가 행복할까? 난 자신이 없다.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이거다. 내 생각은 어떠한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일 때가 종종 있다. 그럴때 난 내 욕망을 숨긴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내가 뭘 더 좋아하는 지 내가 뭘 지향하는 지 말하는 것이 이기적이다라고 배웠으니까...그래서 답답하다. 내가 바라는 것과 남이 바라는 것이 다를 때 난 어찌해야 하나? 난 그런 것들을 배우지 못했다. 이런 양태는 대부분의 내 삶의 단면에서 그러하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것인데 난 사실 그걸 말 못한다. 그런 걸 말하는 것은 이기적이다라고 생각하니까. 남들이 자신이 뭘 하고 싶다라고 하는 것은 적극적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뭘 원해라고 말하는 것은 이기적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의에서 필요한 일을 한다. 어쩌면 답답한 모든 것이 여기에 달려 있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조절하는 것.

 

슬슬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그리고 또 하나 객관화...나 자신을 혹은 상황을 객관화 하는 것.....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더라도 그것을 객관화 시키지 못한다면 난 공존할 수 있을까?

 

오호...이런....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들....수다를 떨어야 겠다. 수다를.....옹알옹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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