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에코토피아 구성원 네 명은 평화바람과 오키나와 활동가분들의 도움으로 2023년 오키나와 평화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선명한 푸른 색의 바다가 보이고 그 너머로 섬이 위치해있다. 하늘에는 구름이 약간 끼어있다.

 

대체로 밝은색을 띄는 작은 산호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래 사장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평화행진 일정보다 며칠 앞서 도착한 우리들은 평범한 여행객의 입장에서 오키나와를 다녀보았습니다. 본 적 없는 낯선 풀과 나무들, 산호 모래가 곱게 쌓인 해변, 석회암 지대 특유의 지형과 토양,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뱀 주의 표지판, 독특한 건축 양식, 아름다운 풍광 사이를 흥미롭게 지나다녔습니다. 약간 이 장소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 때 쯤,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조금 다른 마음가짐과 자세로 평화행진을 향해 갔습니다. 


 

풀밭 위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어로 적힌 깃발과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쪽에 다섯명이 의자에 앉아 있다. 각각 몸에 구호를 적은 띠를 두르거나 머리에 두르고 있다. 양 옆으로 이들을 촬영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너무 덥지 않은 초여름의 날 아침, 넓은 광장에서 각자의 평화 메시지를 담은 옷과 깃발, 피켓을 든 사람들과 함께 중부 기지코스를 걷는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요미탄에서 출발하여 토리이 미군기지, 가데나 미군기지를 지나 차탄까지 가는 코스였습니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기지의 70%가 오키나와에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었고, 한국에서도 미군기지의 모습을 익숙히 보아왔지만, 실제로 걸으면서 보이는 모습은 짐작했던 것과 다른 점도 많았습니다.

 

도로 한 켠에 많은 사람들이 구호를 적은 깃발이나 피켓, 머리띠를 두르고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오른편에 무장한 경찰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길 양 옆으로는 나무와 건물, 전봇대가 보이고 사람들이 걸어가는 방향 멀리에 빨간색 신사 기둥이 보인다.


시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기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철조망 펜스들로 둘러싸여진 모습은 마치 미군이 자신의 땅에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도심 상공에서 굉음을 울리며 수시로 오가는 전투기와 헬기의 소음은 그 자체로도 고통이었고,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미군용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들은 기지 근처로 갈수록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키나와에 오기 전에 읽은 여행안내서에 미군 차량과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 미군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법률로 곤란을 겪을 수 있으니 가급적 근처에 가지 말고, 운전을 하는 경우는 절대 사고가 나지 않게 주의하라고 적혀있던 것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긴 언덕길을 내려와 토리이 기지 정문 앞을 지나칠 때에는 일부러 빨간색 신사 기둥을 세워놓은 이 노골적인 기만의 풍경이 기이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바닥에 일본어로 적힌 여러 피켓이 놓여있다. 뒤쪽에 있는 피켓에는 '2023 peace walk, 한국참가단'이라고 적혀있고, 앞쪽에 있는 피켓에는 '기지가 없는 오키나와를, 복귀 51년 제46회 5.15 평화행진'이라고 적혀있다.


​토리이 기지를 지나와 가데나 기지 권역에 가기 전,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휴식 시간 동안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군산에서 팽팽문화제 참가자들과 함께 만든 판화를 소개하고, 새만금에서 불렀던 ‘도요새’ 노래를 부르며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이후 만코 습지센터를 방문하여 설명을 보니 도요새는 오키나와에도 머물더군요. 
 

 
길고 긴 가데나 기지 옆 펜스를 지나 차탄에 도착하여 다른 참가자 분들이 준비해주신 간식과 음료를 먹고 마시며 평화행진을 마무리했습니다.  


 

넓은 강당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무대에는 빈 좌석과 테이블, 연단이 있고 그 위에 일본어로 '복귀51년 5.15 평화와 생활을 지키는 현민대회'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강당 옆에는 여러 단체명이 적힌 깃발들이 벽에 기대어져 있다.


다음날 기노완에서 진행된 제46회 5.15평화대회에 참가한 후, 오후에는 사키마 미술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오키나와 전쟁의 참상에 관한 그림을 보던 중, 전쟁 당시 산호 해변이 공습으로 파괴되었고, 날카롭게 깨어진 산호 위를 걸어 피난하며 발을 다쳤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얼마 전 산호 해변을 걸었을 때, 자연적으로 풍화된 동글동글한 산호 모래위에서도 꽤 발바닥이 아팠던 기억이 났습니다. 오키나와의 독특한 양식의 무덤이 피난의 장소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아름다운 석회 지형의 움푹 파인 동굴이 학살의 장소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보았습니다. 삶의 깃든 공간이자 나를 품어주던 일상의 장소들이, 나를 공격하고 위협하는 전쟁의 공간으로 돌변하는 순간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넓게 가지를 뻗은 큰 나무 앞에 오키나와어와 일본어로 병기된 '치비치리 가마의 노래' 가사가 적혀있는 팻말이 세워져있다. 바닥에는 낙엽과 어두운 색의 흙, 짙은 초록색의 풀들이 있다. 나무 뒤편으로는 큰 바위가 있고 수풀이 우거져있다. 수풀 사이로 하늘이 조금 보인다.


평화기념공원과 치비치리가마를 방문하였을 때에는 짐작했던 것 이상으로 장소에 압도당하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기록물들을 들여다보며, 전쟁의 폭력성이라는 것은 한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설치한 낮은 입간판에 일본어로 '신기지 건설 반대'라는 글씨와 3236일째 농성 중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간판은 차도와 보도 사이 흙바닥에 세워져 벽돌로 아래가 고정되어 있다. 간판 뒤편으로 도로가 있고 그 뒤로 철조망과 미군기지가 보인다.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헤노코 신기지 매립 공사를 막기 위한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도착해서 인사를 드리자 ‘멘소레’라고 외치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아침마다 덤프 트럭 진출입로에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공사차량을 막아선다고  합니다. 참가자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었습니다. 정복을 입은 경찰들에 의해 누군가는 앉아있는 의자 채로, 누군가는 사지를 잡힌 채로 매일 매일 들려나가고 있었습니다. 헤노코 기지 건설을 막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도, 서식지 파괴로 보금자리를 잃는 수많은 생명들의 삶도 이처럼 매일 매일 쫓겨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국경 너머 먼 곳을 갔다고 생각했지만, 전쟁과 군사화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매우 비슷했습니다. 또한 이를 막아서며 만들어가는 평화의 길 역시 서로 다양하게 다르면서도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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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0 18:23 2023/06/20 18:23

지난주 금요일, 3월 3일은 제3회 국립공원의 날이었고,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지 만1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흑산도 공항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국립공원의 존재 의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장관은 무등산에서 진행된 국립공원의 날 기념 행사에 참석했고, 국립공원과 미래를 지키고자 하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무등산 자락에 모여 환경부의 기만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우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뒤로 동상이 서 있고 여러 사람이 오가는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가운데에 세 사람이 '설악산 그대로', '생존과 존엄을 지키자. 국립공원 케이블카 백지화하라' 등의 글귀가 담긴 피켓과 '케이블카 필요없다', '우리의 집 우리의 서식지' 등의 문구를 포함한 그림으로 만든 큰 판넬 등을 들고 서 있다.

 

국립공원은 전체 국토 면적의 4% 가량입니다. 지난해에 환경부는 향후 10년간 국립공원 면적을 5%까지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공유지로서의 국립공원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정 확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2022년 세계 생물다양성 총회는 2030년까지 최소 지구 전체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실천목표를 채택했습니다. 국립공원을 포함하여 2022년 한국의 보호지역은 육상 17.5%, 해상 2.4%입니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국립공원 조차도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미래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광장 가운데 큰 화분 앞에서 한 사람이 큰 판넬을 들고 서 있다. 판넬에는 '우리의 집 우리의 서식지'가 일본어, 영어로 병기된 흑백 그림이 있다.

 

길에서 한 사람이 큰 판넬을 들고 서 있다. 판넬에는 산양이 '케이블카 필요없다'라고 적힌 배너를 물고 서 있는 흑백 그림이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검토한 4개 전문기관 모두 사업의 부적절함을 명시했습니다. 케이블카 사업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생태적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설악산 보존을 위해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악산이 우리의 삶을 지켜내기 때문입니다. 국립공원을 파괴하지 말라는 외침은 우리 생명 유지 장치의 필수 구성요소들을 지켜내기 위한 생존의 외침입니다. 

 

길에서 한 사람이 '생존과 존엄을 지키자, 국립공원 케이블카 백지화하라'라고 여러색으로 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국립공원 내 개발 사업으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자체의 주장을 들으면, 우리는 정말로 정부가 보편적 접근성 확보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어집니다. 휠체어 이용자들의 생활권에서의 접근성과 이동권에 대해서 무관심한 정부는 유독 보호구역 내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에만 선택적으로 이를 언급하곤 합니다.


장애인권을 위해 헌신해온 이들의 오랜 노력 끝에 2019년에 처음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 10대가 도입되었습니다. 전체 고속버스 중 0.57% 였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운행 노선 축소로 2대로 줄어들었습니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버스회사도, 심지어 법원까지도 이동권 보장을 외면해왔습니다. 강원도 내 전체 18개 시, 군 중에 11개 지역에는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양양군에도 저상버스는 다니지 않습니다. 국토부의 2022-2026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연계 법안에는 시외버스, 고속버스, 농어촌버스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길에서 한 사람이 '설악산 그대로'라고 한 글자씩 나눠 적힌 피켓을 손에 들거나 바닥에 두고 서 있다.

 

그럼 설악산 케이블카가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거라는 사업자측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케이블카 사업의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이 계획의 경제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계속된 사업 변경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안전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갈 이들이 오래도록 누려야 할 국립공원을 도박처럼 불확실한 사업을 위해 파괴하는 것은 이 사회 구성원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풍요로운 보금자리를 산산조각내어 얻는 한 줌의 이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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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12:35 2023/03/06 12:35

뒤로 눈내린 겨울산이 보이고, 가까운 쪽 바위 위에는 사람들이 나란히 서있다. 등지고 서있는 사람들 등에는 "설악산 그대로!"라고 적혀있으며 가운데에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라고 적힌 둥근 배너를 든 사람이 서 있고, 바로 앞에 "설악산 그대로"라고 적힌 작은 배너를 든 사람이 앉아있다.


"설악산을 그대로, 케이블카 필요없다"


겨울의 끝자락인 2월 12일에 우리는 최정화 선생님의 도움으로 설악산과 마주한 성인대에 올라갔습니다. 박그림 선생님과 만나 설악산을 바라보며, 설악산과 우리의 생존과 존엄을 바라며 외쳤습니다. 

 

18명의 사람들과 강아지 두 마리가 나란히 의자에 앉거나 서서 주먹을 든 채 서 있다.


산에서 내려온 뒤, 속초시에 위치한 서점 ‘완벽한 날들’로 이동해서 故이강길 감독의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상영회에 참가했습니다.


환경부라 불리는 환경파괴부와 개발사업 협력자들이 권한을 남용하여 절차와 제도를 무시하며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범’ 사업으로 시작한 개발사업들이 이후 어떤 수순을 밟아가는지, 한 번 위락시설이 설치된 보호구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파괴되어 가는지, 셀 수 없이 많은 상실을 겪어왔습니다.

 

눈내린 겨울 산을 찍은 흑백사진이다.


​우리 이웃들의 보금자리이자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서식지를 유원지로 만들어 파괴하며 얻는 한 줌의 이익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설악산이 지금과 같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보듬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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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5 18:43 2023/02/15 18:43

나무와 풀이 있는 길가에 몇몇 사람들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절을 하고 있는 흑백 사진. 사진 위쪽으로 '제주와 연대하는 새해맞이 생명평화 백배, 1월 1일 아침 7시 밤섬 북측 한강변'이라고 쓰여 있다.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행동에 연대하는 생명평화 백배를 하며 2023년의 첫 해를 맞이하고자 합니다.


강정에서는 매해 첫째 날 강정천 끝단 멧부리에서 범섬을 바라보며 백배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같은 시각에 한강변에서 밤섬을 바라보며 백배를 할 예정입니다. 한강의 주요 습지 중 하나인 밤섬은 1968년에 군사독재정권의 한강개발계획에 따라 원주민들이 이주되고 섬은 폭파되었습니다. 우리는 밤섬을 바라보며 개발 앞에 파괴되고 군사화되어가고 있는 제주도의 땅과 바다를 생각하고자 합니다.


함께하실 분들은 아침 6시 40분까지 지하철 6호선 상수역 4번 출구 앞으로 오세요. 한강으로 이동해서 7시부터 백배를 시작합니다. 바닥에 깔 돗자리나 매트를 꼭 가지고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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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7 16:06 2022/12/27 16:06

어두운 강변에서 몇몇 사람들이 큰 현수막을 들고 서있다. 현수막에는 “땅과 발맞추자. 토지 착취를 멈춰라”라고 적혀있다.

 

강과 바로 옆 도로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녹조로 가득한 강물은 불투명한 초록색을 띄고 있다.

 

9월 9일, 추석을 하루 앞둔 맑은 밤하늘에 뜬 보름달과 물에 비친 달 그림자는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낮에 다시 찾아간 영주댐 상류의 내성천 강변에서 우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4대강공사의 영향을 여실히 볼 수 있었습니다.

 

모래강 내성천은 낙동강의 상류 지천입니다. 낙동강은 약 50m의 낮은 표고차로 340km의 긴 길이를 흐르는 느린 흐름의 강입니다. 대규모 준설과 보 공사로 인해 강의 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지천과 지천이 만나는 자리 마다 흐르지 못하는 강물은 정체되어 있으며, 수질 정화 체계와 지하대수층, 연안 생태계의 연결고리 역시 파괴되어가고 있습니다. 긴 낙동강 유역을 따라 형성된 여러 마을과 대도시에 모여 사는 주민들의 먹는 물 안전 뿐만 아니라, 강에 기대어 농사와 생활을 영유하던 모든 이들의 미래 역시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4대강사업을 주도한 자들은 수많은 이들의 삶을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주체는 아무도 없습니다. 

 

강가로 덤불이 우거져있고 멀리에 다리와 산이 보인다. 덤불 사이로 많은 제비 무리가 이동하고 있다.


내성천 강변에는 4년째 수 만 마리 제비 무리가 정기적으로 머물고 있지만, 4대강사업의 일부인 영주댐의 담수가 진행되며 이들의 자리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우리가 3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마주친 제비만 해도 3만 마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영주댐의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사후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며 기록한 내성천 유역의 제비 개체수는 지난 13년을 통틀어 1300마리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생존을 지탱하는 강과 땅을 비롯한 모든 것을 사적인 이익을 도모할 기회로만 여기는 이들에게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제비 무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점점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낮고 빠르게 지나는 제비들이 우리 옆을 가까이 스쳐갈 때, 혹시 부딪히지는 않을까 잠시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비는 뛰어난 비행 실력과 탁월한 시력으로 사람들과, 또 서로서로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유연하게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거의 반 세기 만에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온 제비 무리들과 더불어 서로의 존엄을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 생존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현수막을 들고 서있다. 색깔 천 조각이 연결되어있는 현수막에는 여러 생물들의 모습과 “댐보다 습지를”, “우리가 강이 되어주자”, 반갑다 제비야”, “환영한다 제비야”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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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16:40 2022/09/15 16:40

 

어두운 강변에 네 명의 사람이 강을 바라보고 서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사람들 뒤에는 짐이 실린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강 너머로 나즈막한 산과 하늘, 구름이 보인다.

 

2022 에코토피아 바이크투어는 태풍의 북상으로 일정을 변경하여 예정 출발일의 하루 뒤인 7일에 시작되었습니다. 3일에 걸쳐 강과 산, 도로를 지나 오는 동안 자전거도 사람도 많은 일을 겪었지만 여러 낯선 이들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서로를 다독여가며 9일 저녁에 제비가 머물고 있는 내성천 강변에서 먼저 도착한 지리산 친구들, 지율 스님과 만났습니다. 우리는 잠자리로 돌아가느라 낮고 빠르게 움직이는 수 만 마리 제비 무리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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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16:27 2022/09/15 16:27

2022 ecotopia bike tour, 제비 머무는 내성천으로 자전거 타고 가자 / 에코토피아 캠프를 향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진행됩니다. 중간에 합류하는 분들은 일정을 참고하세요. 경로가 변동될 수 있으니, 미리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잠은 텐트에서 자고, 식사는 직접 준비하며, 점심은 도시락을 먹으며 이동합니다. / 9월 6일(화) : 서울 한강변 ~ 경기 여주시 (약 100km)  > 9월 7일(수) : 여주 ~ 충북 충주시 (약 65km) > 9월 8일(목) : 충주 ~ 경북 문경시 (약 82km) > 9월 9일(금) : 문경 ~ 경북 영주시 (약 80km) / eastasia.ecotopia@riseup.net

 

에코토피아 캠프를 향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진행됩니다. 중간에 합류하는 분들은 일정을 참고하세요. 경로가 변동될 수 있으니, 미리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잠은 텐트에서 자고, 식사는 직접 준비하며, 점심은 도시락을 먹으며 이동합니다.
 
* 추석연휴기간이기에 대중교통 이용시 빠른 예매를 권합니다.
* 공동식사는 채식으로 준비합니다. 
 
일정
9월 6일(화) : 서울 한강변 ~ 경기 여주시 (약 100km) 
9월 7일(수) : 여주 ~ 충북 충주시 (약 65km)
9월 8일(목) : 충주 ~ 경북 문경시 (약 82km)
9월 9일(금) : 문경 ~ 경북 영주시 (약 80km)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facebook.com/eastasia.ecotopia
twitter.com/ecotopia_EA
instagram.com/eastasia.eco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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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17:13 2022/09/01 17:13

2022 에코토피아 캠프 : 우리의 집 우리의 서식지 / 2022년 9월 9일-11일, 경상북도 영주시 내성천 강변 / blog.jinbo.net/eastasia_ecotopia

 

2022 에코토피아 캠프:우리의 집 우리의 서식지 / 2016년, 낙동강의 상류 지천인 모래강 내성천에 영주다목적댐이 들어섰습니다. 1조원을 넘게 들여 지은 거대한 물그릇은 강을 가로막고 서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을 비롯하여 모래강 유역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여러 생물들의 삶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4대강사업 이후 하류 낙동강의 변화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모래강을 터전으로 삼는 많은 생물들이 내성천을 주요 기점 또는 보금자리로 삼아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리고 30여년 동안 개체수가 급감해온 환경지표종 제비의 집단 숙영지가 2018년에 내성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댐은 들어섰지만 제비는 살아갑니다. 우리는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와중에도 삶을 이어나갑니다.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서로를 지키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 에코토피아 캠프는 참가자 모두가 자율적으로 워크숍을 운영하고 캠프를 꾸리는 주인이 됩니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해봅니다. 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스스로 준비합니다. 가부장제의 위계질서를 비롯한 어떤 형태의 억압도 지양하며 인종주의적, 성차별주의적 행동을 거부합니다. 유용한 기술과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를 돕고 관계를 쌓아나가며 캠프를 꾸리고자 합니다. / 장소: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체육공원 / 일시:2022년 9월 9일(금)~11일(일). 토요일 저녁 6시, 제비맞이 행사 참가 / 준비물: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물품, 준비하는 워크숍에 필요한 물품 / 문의 및 연락:eastasia._ecotopia@riseup.net

 

2016년, 낙동강의 상류 지천인 모래강 내성천에 영주다목적댐이 들어섰습니다. 1조원을 넘게 들여 지은 거대한 물그릇은 강을 가로막고 서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을 비롯하여 모래강 유역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여러 생물들의 삶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4대강사업 이후 하류 낙동강의 변화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모래강을 터전으로 삼는 많은 생물들이 내성천을 주요 기점 또는 보금자리로 삼아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리고 30여년 동안 개체수가 급감해온 환경지표종 제비의 집단 숙영지가 2018년에 내성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댐은 들어섰지만 제비는 살아갑니다. 우리는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와중에도 삶을 이어나갑니다.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서로를 지키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에코토피아 캠프는 참가자 모두가 자율적으로 워크숍을 운영하고 캠프를 꾸리는 주인이 됩니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해봅니다. 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스스로 준비합니다. 가부장제의 위계질서를 비롯한 어떤 형태의 억압도 지양하며 인종주의적, 성차별주의적 행동을 거부합니다. 유용한 기술과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를 돕고 관계를 쌓아나가며 캠프를 꾸리고자 합니다. 

 

장소 :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체육공원 
 

일시 : 2022년 9월 9일(금)~11일(일)

* 9월 10일(토) 저녁 6~8시, 제비맞이 행사 참가 예정
 

준비물 : 먹고 자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 (텐트에서 자고 식사는 직접 준비합니다), 자신이 준비하는 워크숍에 필요한 물품

* 공동식사는 채식으로 준비합니다.
*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경우, 추석연휴기간이기에 빠른 예매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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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16:43 2022/09/01 16:43

하동군청 앞 오른편에 주황색 지붕의 작은 천막 농성장이 설치되어 있고, '민자사업 하는 곳에 빚더미만 따라온다. 산악열차 반대' 등의 문구가 써져있는 초록색 팻말이 그 앞에 세워져있다.  흰색 천 위에 알록달록한 천으로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라는 글씨가 붙혀진 현수막이 천막 농성장 오른편에 설치되어 있다. 농성장 왼편으로는 '지리산 그대로'라고 쓰여진 주황색 조끼를 입은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서있다. '농성 39(일)' 이라고 적힌 팻말이 사람들 사이에 세워져있다.


5월 6일에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하동군청 앞의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농성장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농성을 시작한지 39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주황색 지붕 천막 농성장에 '산악열차 반대'라고 적힌 초록색 현수막이 붙어있고 그 앞으로 모자를 쓴 여성 네 명이 의자에 앉아 꽹과리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쳐다본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두 사람이 주변에 서 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 뒤편으로 넓은 도로가 보인다.


오전에는 길 건너편에서 요양서비스노조의 집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집회가 끝날 무렵에 농성장 앞에서 함께 앉거나 서서 지지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연주하고 불렀습니다. 준비해간 사소한 일거리들을 천천히 해나가니 시간이 느리게도 빠르게도 흘러갔습니다.

 

흰색 천 위에 알록달록한 천으로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라는 글씨와 산, 곰모양 등이 붙혀져 있는 현수막이 끈으로 화단 앞에 고정되어 있다.


높은 벽에 산 정상을 오르는 등산객의 이미지가 검은 실루엣 형태의 조형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앞에 좌우로 길이가 길고 높이가 낮은 박스 종이로 만든 조형물이 기대어져 있다. 병풍처럼 접힌 종이에는 초록색 산을 배경으로 사람, 노루, 어치, 개구리, 멧토끼, 담비, 삵, 소쩍새, 오소리, 반달가슴곰이 걷거나 날거나 뛰는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위쪽 빈 공간에는 밝은 파란색 종이로 '지리산을 그대로'라는 글씨가 붙어있다.
 

흰색 탁자 위에 초록색 스탬프가 찍힌 작은 종이들이 흩어져있다. 그 중 한 종이가 화면 가운데에 놓여있고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라는 세로쓰기 글씨와 반달가슴곰, 담비, 토끼의 모습이 스탬프로 번갈아 찍혀있다.


하동군청 뿐만 아니라 하동군 여기저기에서는 '알프스 하동'이라는 슬로건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지리산에 서식하지 않는 복실복실 하얀 털의 양 조형물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도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갈 수많은 생명과 사람들의 삶이 정부 당국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나 봅니다. 건설사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강행 추진한다면 과연 누가 무엇을 얻게 되는 걸까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지만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지는 분명해보였습니다.

 

농성은 이달 말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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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23:00 2022/05/12 23:00

네모난 하얀 배경 위 아래로 초록색 풀들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에는 사람, 오소리, 까마귀, 담비, 반달가슴곰, 하늘다람쥐, 삵, 노루의 발자국이 둥글게 그려져 있다. 그림 위쪽으로 '2020 에코토피아 몸과 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농성장 연대 방문', 아래쪽으로는 '2022년 5월 6일 금요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하동군청 앞 농성장에서' 라고 적혀있다.

 

2022 에코토피아 몸과 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농성장 연대 방문]
- 2022년 5월 6일(금) 7:30 ~ 18:30
- 하동군청 앞 농성장

 

지리산에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전기열차를 놓고 산악레포츠 시설과 생태체험관 등을 세우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사업에 맞서는 지리산 권역 주민들은 오랫동안 지리산과 삶을 지키기 위해 싸워오고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사업 대상지에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작년에는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건설사 조차 발을 뺐지만 하동군수는 계속 사업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에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대책위'에서는 3월 14일부터 하동군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에코토피아에서는 작은 힘을 보태고, 지리산과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5월 6일 하루 동안 농성장을 지킵니다. 몸과 산의 관계를 천천히 되짚어보며 생각하고 움직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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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30 10:12 2022/04/30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