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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5만 원 권이 말하는 여성의 삶


 

이꽃맘 | 회원, 참세상 기자


5만 원 권이 나오고, 10만 원 권이 나온단다. “나오면 뭐하나 만져보지도 못 할 텐데”라며 헛웃음을 날리고 있는 순간 고액권에 들어갈 위인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5만 원 권에 신사임당이 들어간 것.

한국은행은 신사임당 선정이유를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한편 문화 중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라며 “자녀의 재능을 살린 교육적 성취를 통해 교육과 가정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등의 효과가 예상 된다”라고 밝혔다. 차라리 그냥 “여자는 자고로 가정에 충실해야 하며, 이런 사실을 널리널리 알리기 위해”라고 속 시원히 밝혔으면 미친놈들 하고 넘어갔을 수도...  하지만 주저리주저리 내 놓은 설명은 오히려 화를 불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여성인물 선정에 대해서는 “진일보한 일”이라고 평가했으나 신사임당이 선정된 것에 대해 “자녀의 교육적 성취와 가정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보조적 역할로 한정하고 있어 시대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런데 관심 갖는 것이 여연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여연도 그저 신사임당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얘기할 뿐 별다른 건 없다. 우리 쪽(!)에서도 입장을 한번 내 보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국은행의 의도는 뻔하다. 아니 남성의 시각이 지배하고 있는 이 사회의 의도는 뻔했다.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고, 이혼하는 부부가 늘고 있고... 이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커다란 체계 하나가 무너지는 것이기에 기를 쓰고 막아야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를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인 화폐를 통해 또 한 번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4천 만 민중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돈’에 신사임당이라는 현모양처의 표상을 넣어 “여성들이여! 가정으로 돌아오라”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말 잘 듣고 돈 조금 줘도 군말 없는 노동자가 필요하니까 “여성들이여! 사회로”를 외치며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이니 뭐니 내 놓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여성들에게 “가족도 파괴하면 안 돼! 애도 낳아야지”를 외치고 있다. 맨 날 반복이다.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아이도 낳을 수 없고, 여성이 주체적으로 일하려면 지금 형태의 가족은 불필요한 것이고, 아니 오히려 해악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는 매주 한 번 씩 하는 ‘사랑과 전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그렇다고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많은 여성들은 그저 가르침 받은 대로 참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잠깐 딴소리. 이 논란에서 나를 가장 웃게 만들었던 것은 ‘이프’라는 여성단체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이프는 음모론을 들고 나섰다.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가 이율곡, 신사임당과 같은 ‘덕수 이씨’ 종친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음모론은 이승일 부총재가 “나는 덕수 이씨가 아닌 신평 이씨”라고 호적등본을 제시해 유야무야 되었다. 왜 이런 제기를 어떤 생각으로 했을까 그냥 궁금하다.

 

어쨌든 이프와 여연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의 반발에 남성의 얼굴을 한 언론들은 “아이를 기르고, 살림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을 패배적으로 만든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마치 여성들 편을 들어주는 듯 한 모습을 하고 말이다. 이 반박에 여연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뭐라고 대답을 할까.

 

나는 이렇게 반박하고 싶다. 아이를 기르고, 살림을 하는 것에 즐거워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패배적으로 만드는 것은 남성의 얼굴을 한 언론이며, 자본주의이며, 국가이다. 그 수많은 여성들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그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상이 그녀들을 절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번 화폐 논란을 그저 단순히 어떤 인물을 선택 하느냐로만 볼 수 없다. 이데올로기 장치들이 모두 다 그렇듯이 화폐에 들어가는 상징 하나도 그 사회의 생각과 자본주의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한국사회에서의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녀들의 삶은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 정말 그녀들이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등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사임당도 마찬가지이다. 꿈이 많았던, 다재다능했던 그녀가 왜 아들에게, 남편에게 목메고 살아야 했는지, 당시 사회가 어떻게 그녀를 가족 안에 가둬놓게 했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여성들이 제대로 인정받으며, 권리를 누리고 책임을 다하며 살 수 있는 가장 자유롭고 평등한 방식은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었으면 한다.(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덧붙임. 나 같으면, 10만 원 권에 현재를 가장 열심히 살아가는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언니들을 넣을 텐데...

 

 

 


 

 

나의 덧붙임.

비정규직 언니들 원츄~^^

노동자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이 오면

새 지폐도 만들고 (물론 지폐의 쓰임새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와는 다를 것이다)

거기엔 투쟁하는 자매들, 동지들의 모습을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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