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from 우울 2004/03/03 03:43
잠이 오지 않는다.
나의 삶과 다른 이들의 삶을 무의식적으로 비교해보면서 치사한 생각을 가득하다가
나의 얄팍한 증오에 구역질이 난다.

시커먼 늪으로써의 가족을 지니지 않은 모든 사람들의 여유로움에 대해서
참을 수 밖에 아무런 도리가 없는 불공평함에 대해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주고 싶어...

나에겐 탈출구가 없다.

내 사회적 얼굴은 점점 더 나 자신과 상관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그 얼굴을 보며 나를 칭찬하거나 좋아하거나 혹은 싫어하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의 어떤 반응도 더이상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관계를 메우는 것이다.
그렇게 잘 메워놓으면 나 자신을 들키지 않고 적당히 지낼 수 있다.

누구나 느끼는 것처럼 정말 '돈'이 필요할 때는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
주변인들의 성의없으면서 나름대로 성의있는 말들이 나를 통과하고 지날때마다
가볍지만 사라지지 않는 통증과 손바닥위의 잔금같은 상처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잔금같은 상처들로 주름투성이가 된 그 얼굴.

'돈'을 필요로 하는데 구할 수 없었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돈만을 바라보며 살게 된다.
사람같은 건 필요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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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3 03:43 2004/03/03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