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근대군주론

from 책에 대해 2007/01/05 17:37

신기섭 기자님과 인연이 있어,

그분이 번역하신 <탈근대군주론>을 지금으로부터 꼭 1년하고 이틀전에 선물받았다.

워낙에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선물, 게다가 역자의 선물이라니,

정말 기쁘기 그지 없었다.

 

책받은 자의 예의로, 감사의 덧글한번 남겼을 법도 한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한번도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어 꾸벅~ (쉽게 넘어가려는...못보실지도 모르는데...)

 

흠...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까.

탈근대군주론, 이 책은 굉장하다.

 

우선은 어렵다.

거의 두페이지에 한명씩(혹은 더많이) 새로운 이론가와 실천의 예제들이 등장한다.

그 이름들에 익숙하지 않다면 아마도 책을 펼치는 순간 압도당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보다도, 번역한 분께 정말 굉장하다는 평을 하고 싶다.

번역에 있어 인용문이야 말로 난감의 절정이 아닐까?

인용된 책들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채로는 번역을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테니

인용된 책이나 사건들에 대해 느꼈을 역자의 부담이 내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재밌다.

나는 이 책을 이론서라기보다는 소설책같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은 소설이랄까.

중간중간 거부감이 생겼던 부분도 있었지만, 꾹참고 읽으면 저자의 의도가 명확해진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내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은

'고통받는 사람들의 거대하고 즐거운 연대체' 이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눈에 보인다.

그들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고

고통받지 않기 위해 연대하므로 서로를 지배하거나 서로에게 폭력적이지 않게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그 거대한 연대체를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건 그것이 필요하다는 믿음과 가능하다는 확신.

그런 믿음과 확신의 근거를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렇게 한 줄로 줄여놓으면 뻔하고 진부해보이는 문장일 뿐이지만

책을 읽으면 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쓸 수는 없을까 아쉽다.

이런 책을 읽으면 굉장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죄책감이 느껴지게 된다.

 

고등학교만 나온 내 동생이나(아, 동생, 미안, 지금은 전문대생이다),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개토가 한때 하던 멋진 것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우리 엄마,

아는척 하고 싶어하시고 나때문에 (말없이)민노당에 투표하시곤

민노당이 제일 낫지? 하시는  우리 아빠가(나름 비밀투표하신다)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사회주의 서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있는데 내가 모르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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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17:37 2007/01/05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