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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구 용강아파트 2009/12/03
엄마는 마포구 용강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용강아파트는 대략 30년쯤 된, 겉으로 보아도 안에서 보아도 아파트로 보이지 않는
무척 낡고 더러운 5층 건물이다.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딘가 더 좋은 곳에 살고 있는 집주인들이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하고
리모델링조차 하지 않은 허름한 집을 헐값에 세를 내놓았고
우리 엄마는 천에 삼십에 그곳에 5년째 살고 있다.
어느날 정부에서 철거예정이니 나가라는 공문이 왔다.
세입자들은 임대아파트 임대권이나 이주비용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대략 1년 쯤 된 일이다.
법에는, 세입자들이 임대권과 이주비용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엄마는 세입자들과 모여 소송을 했고 재판 결과는, 애매했다.
그래서 다시 소송을 하고 있고 재판은 12월 중순,
연말에는 결과가 나오기 힘들어 내년 초에나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이미 임대권과 이주비용을 다 받아 나갔다.
마포구에 따지니 행정착오였단다.
운좋은 사람은 행정착오로 받아나가고 운 나쁜 사람은 그냥 하나라도 받아나가랄 때 좋게 나가란다.
마포구 행정하시는 분 말하는 태도가, 영화에서 경찰이 범죄자 대하는 것보다 좀 더 심하다.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 엄마에게 오늘 전화를 했다.
- 무슨 일 없어?
- 응...별 일은 아니고...
- 왜, 무슨 일 있어?
- 아니, 그냥...각오는 했던건데, 요새 용역이 들어와서 건물을 막 철거해.
아래집, 윗집, 앞집 다 철거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부수는 소리를 들으니까 너무 무서워.
겨울이라 너무 춥고. 다 철거해버리니까 집이 너무 추워서 비닐 사다 창문에 붙이고 있어.
그것보다 너무 무서워서. 용역이랑 싸우자니 말이 안통해.
마포구에 전화하니 불법으로 사는 내가 잘못이래.
일부러 겁주려고 다 뜯는 것도 같고. 보이는 앞 쪽은 안뜯고, 안보이는 데만 다 뜯어내.
- 우리집으로 우선 와.
- 집을 비우면 용역이 문을 부수고 집에 진짜 사람이 사는지 확인해. 집을 못비워. 밖에 오래 못나가.
- ......
할 말이 없었다.
전기세 못낼까봐 청소기도 못돌리는 엄마가 밤새 불을 켜놓고 잔다.
사람 사는 건물에서 사람 사는 집만 빼고 철거하면 거기 사는 사람이 안전할 수 있나?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주장하면 다 불법되고 나쁜 놈 되는 세상에
우리 엄마 어찌되려나.
평생 경찰이라고는 나 잡혀갔을 때 한번 만나본 우리 엄마, 제발 전경들은 만나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어디 빌 곳도 없다.
그래, 누구말마따나 열사만드는 세상이다.
올해 1월에 그분들이 그렇게 돌아가실 줄 누가 알았을까.
머리가 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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