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화살 그리고 진중권의 닥질

2012/01/25 22:11

진중권의 목표는 우리 사회의 한걸음 진보가 아니다.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자신의 아이덴터티. 그것이 그의 목표다.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면 사회가 진보하리라는 학비리의 모습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김명호씨 재판의 실재적 진실을 어찌 법원 판결문이나 속기록만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형식적이고 실증적인 태도는 내가 평소에 보았던 진중권의 모습은 아니라고 보는데?

 

김명호, 그리고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핵심은 이렇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김명호의 교수재임용탈락과정, 혈흔 감정 및 증인 채택 청구 기각, 사건의 실재적 진실을 파악하려고 하기 전에 미리 어떤 판단을 예단한 법관들의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판을 하기도 전에 전국 법원장들이 모여서 이 사건을 사법부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하고 엄중하게 다뤄야한다고 결의한 것이다. 몇년전 촛불 재판에서 담당 판사들에게 이메일로 이러저러한 지시를 한 신영철의 경우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재판과정에서 김명호씨는 몇몇 장면에서 비이성적이고 매우 꼬장꼬장한 태도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 그런 태도를 앞뒤 정황과 무관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김명호씨는 매우 불공정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런 경우 진중권씨처럼 매우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진중권씨에게는 교수라는게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김명호씨는 아닐 수 있다. 개인적 성향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진중권씨는 누가 봐도 정치적 탈락이었으니 나름대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고 또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김명호씨의 경우는 사람들이 과연 진중권씨 경우처럼 일방적으로 김명호를 지지했을까? 김명호씨는 사람들이 반신반의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 그런 분위기라면, 그리고 그가 정말 부당하게 탈락했다면 얼마나 억울할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즉, "재임용탈락 =>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분 => 심리적 안정"이라는 과정이 있을 수 있고, "재임용탈락 => 사람들이 긴가민가 => 심리적 억울함"이라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몇몇 돌출적인 행동을 가지고 전체를 싸잡아버리는 것. 이게 옳지 않다는 건 진중권 자신이 더 잘 알것이다. 난 그렇게 믿고 싶다. 내가 아는 진중권은 또라이기는 하지만 꼴통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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