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노무현이 진보가 어쩌구 저쩌구 한 글을 읽었는데 별로 말할 가치가 없어서 넘어갔더랬다. 그랬는데 가만히 보니까 이 글이 여기 저기 올라와 있더라...

 

특히 블로그를 모아둔 사이트들에 어김없이 올라가던데, 예를 들어 올블로그나 미디어몹에도 이 글이 올라왔고, 현재(070222. 16:30) 미디어몹 메인화면에도 올라와 있다. 네이버 등등에 노무현의 블로그가 올라오고 그게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하는 것은 벌써 오오오오오래전 일인지라 뉴스거리도 못되지만, 갑자기, 불현듯 노무현이(청와대가) 왜 진보블로그에는 블로그를 개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노무현이 진보블로그에 자기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올리고 있었고, 해서 이번에 또 그 진보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글이 진보블로그에도 올라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그 글 밑에 댓글이 수십개 달리고 트랙백 또한 수십개 걸리면서 갑론을박하는 것이다. 진보블로거들의 성향상 아마 좋은 말이 달리기는 어려웠을 듯 싶고, 네가 진보를 아느냐부터 시작해서 진보가 다 말라죽었냐는 비아냥은 물론, 이와 관련하여 진보의 개념과 역사성과 한국사회의 진보지형에까지 상세한 분석을 하는 글이 올라왔을 수도 있겠다. 아깝도다... 명문들을 감상할 절호의 기회였을 텐데...

 

반대로, 행인처럼 기냥 '피식' 웃어주고 쌩까버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었겠다. 그냥 함 훑어 보고 얘가 드뎌 막가기 시작하는구나 뭐 이러면서 그래, 뭐 니 쏠리는 대로 떠들어라 하고 블로거들이 왕따를 놓고 계속 하던 이야기나 하면서 페이지뷰를 넘겨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꽤 재밌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노무현의 글 하나가 올라오면 갑자기 신도들이 몰려들어 눈물바다를 이루는가 하면, 주석님이 신년사를 하자 순식간에 논문을 쏟아내던 휴전선 이북의 어느 '학자'들처럼 온갖 이론과 근거를 들먹이며 신성화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서프라이즈와 비교해보자.

 

서프라이즈에서 신의 반열에 동급으로 맞먹는 대우를 받던 노무현의 글이 진보블로거들에게 왕따를 당하게 된다면, 자존심 꽤나 상하지 않을라나?

 

그러나 어찌되었든 간에 노무현은 진보블로그에 블로그를 개설하지는 않았고, 당연히 위에서 예상해보던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재미있을 뻔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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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2 16:42 2007/02/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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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무현과 행인님의 트랙백 논쟁을 볼 수 있다면 재밌겠죠? 결과는 행인님의 완승...?! 그렇다면 아마 전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에요.노무현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저 사람과 나는 밥도 같이 먹은 사이-라고...

  2. 음... 진짜 잡담이군... 진보넷도 플로그 하면 무현이더러 블로그 등록하라고 청원해야겠당.

  3. 샤♡/ 노무현이 저하고 논쟁하겠어요? ㅎㅎ 물론 저도 노무현하고 논쟁할 일이 없죠. 논쟁할 거리가 되야 논쟁을 하지, 그저 푸념이나 하고 있는 사람하고 무슨 논쟁을 하겠습니까? 그저 어깨나 한 번씩 토닥여줄 밖에... "그래, 뭐 하고 싶은 말 다 해봐라, 불쌍한 것..." 이러면서 토닥토닥... ㅎㅎ

    말걸기/ 그래서 잡담이랬잖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