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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다른 생각들

세계 인구가 60억이니까 60억가지의 생각과 의견이 존재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래도 똑같은 내용을 두고 사람들 생각하는게 어찌 그리 다른지 가끔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세계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가? 누군가에겐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지만, 누구에게는 제대로 된 테이블매너를 익히는 것이다. 어제, 학부 수업 시간에 세계시민이란 주제로 '경계를 넘어'의 미니 님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 강의 준비하면서 알게 된 건데, 우리학교에 global citizenship 이라는 교양과목이 있더라. 내용은 테이블매너 배우고 인사법 익히고... 흑. 생기넘치고 진지한 미니 님의 강의에서 우리 학생들은 뭘 배웠을까? 평생 마주칠 일 없는 팔레스타인이니, 인도의 불가촉 천민이니, 아프가니스탄 가스송유관... 이런 이야기들이 과연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다음 시간 에세이가 기대되는구나 ㅡ.ㅡ (참, 미니 님한테 물어보았더니 진보 블로거 덩야핑의 실제 모습이 인터넷 상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단다. 그녀는 진정 기인이로구나...) 지난 시간에 미국/캐나다/쿠바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해서 강의를 했었다. 학생들의 에세이를 살펴보니, 미국 의사들이 (그들이 예상했듯) 시장주의 체계하에서 그닥 행복한 것만도 아니라는 데 약간 놀란 듯하고, 찌잘이 가난해보이는 쿠바가 그리도 좋은 시스템을 가졌다는 것에 약간 충격을 먹은 듯. 그러면서도 누구하나 쿠바의 시스템을 우리 사회에서 '실현가능'하거나 '고려의 대상'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이 좀 아쉬운 부분. 쿠바 의사들이 가진 자긍심이나 지역 주민들과의 친화, 이런 건 부러운데 노동자들이랑 월급이 비슷하고 사는게 엄청 후져보이는 그런 상황이 딱히 맘에 들지는 않았던 듯 싶다. 반면, 며칠 전에 낯모르는 이한테서 메일을 한통 받았다. SBS 다큐 (쿠바, 맨발의 의사들)에 소개된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 이야기를 보고 연락한 거라 했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의대는 엄두를 못 내는데, 이 학교에 꼭 입학하고 싶어서 시청자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더니 누가 내 연락처를 알려주었단다. 허거덕이다. (이 다큐 기획할 때 작가가 연락해와서 이런저런 자료를 챙겨주고 준비를 도와주긴 했었다만..) 이 젊은이(?)가 그 무상교육의 '의미'를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는지 알 길은 없으나 일단 돈 걱정 없이 의대를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이 번쩍했나보다. 정작 의대에 다니고 있는 우리 학생들한테는 그 학교 사례가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다 그렇지 뭐' 하며 살다가도, 이런 소소한 일상의 경험들은 인간계의 복잡성을 다시금 '생생하게' 일깨워주면서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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