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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노동자 이야기, 경제 이야기

구립도서관 책 반납 공지가 날아왔다.

내일인데... 어익후.... 반납할 시간이 없다. 낼 아침 일찍 춘천에 강의하러 가야하는디.. ㅜ.ㅜ

 

일단 밀린 기록글 먼저 남기고, 반납 방법은 내일 (이 아이고 벌써 오늘이네!) 고민하자...

 

#1.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차미례 옮김 [제 7의 인간] 눈빛 2004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눈빛, 2004

 

세상에나 신기해라... 알라딘 플러그인 설치했더니 그림 삽입이 이리도 간단해졌구나.

진보네 고마워요.!!!

 

이 책은, 찰떡 궁합  존 버거와 장 모르가 70년대 초반에 함께 쓴 글과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유럽에는 벌써 이주 노동자 문제가 부각되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이주 노동이 있을테지만, 저자들은 유럽 내에서의 이동 - 이를테면 동부, 남부 유럽에서

좀더 잘 사는 서부유럽으로의 이주, 그리고 남성 노동자 문제에 한정해서 그리겠다고 밝혔다.

워낙에 다른 세계이자 매우 복잡한 역사적 맥락이 자리해있는 구 식민국가에서 식민모국으로의 이주,  혹은 그  복잡성이 훨씬 더해질 여성 이주 노동자를 일단 빼놓은 상태에서 (이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전혀 아니다!), 어쩌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되는 유럽내, 남성 노동자 문제를 우선 집중한 것이다.

 

"이 책은 꿈/악몽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남들의 삶의 체험을 꿈/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들의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해서 악몽이란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그들의 희망이 너무도 높아서 꿈이라는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이 콤비의 전작들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정말로, 이토록 사사롭고 구체적인 삶의 단면들로부터 거대한 사회적 실체를 그려내는 그런 책들을 접한 적이 없다. 많은 책들이 때로는 공허한 고도의 추상, 혹은 끝도 없는 디테일의 나열들, 그 어디에서간 길을 잃고 있을 때, 이 콤비는 아주 침착하게 자신들의 길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자기들의 노동력을 제공하러 온다. 그들의 노동력은 기성품이다. 이제부터 그 노동력 덕분에 생산에 이익을 얻게 될 공업화된 국가들은 그 노동력을 생성시키는 비용을 전혀 부담해본적이 없다. 그뿐 아니라 중병에 걸린 이민노동자나 너무 늙어서 일할수 없게 된 이민 노동자를 부양하는 경비 또한 부담하지 않는다. 도시화된 국가의 경제에 관한 한 이민 노동자들은 불사(不死)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으며, 양육되지도 않으며, 나이 먹지도 않으며, 지치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다. 그들은 단 하나의 기능 - 일하는 것-을 가질 뿐이다. 그들의 삶의 다른 모든 기능들은 그들의 출신 국가의 책임이다."

 

이야말로, 세계 노동시장 착취의 본질이자, 불공정의 순환고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 아닐까?

아니다. 적재적소에서 작은 충격과 여운과, 어쩌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사진들이 없었다면, 이 또한 어쩌면 건조한 하나의 문단으로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요새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무슨 기능식품 광고처럼, 참 좋은데 직접 말할 수는 없고 (남자한테만 좋은 건 절대 아님 ㅋㅋ), 지인들께서는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글과 사진을 직접 감상하시기를 강추.!

 

 

#2.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괴짜경제학. 웅진 지식하우스 2007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7

 

미국에 있을 때 이 책 (Freakonomics) 엄청 유행했더랬다.

경제학자들은 보건학 연구자들의 소심함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다.

잘 모르는 분야도, 몇 가지 기본 가설에 근거해서  '용감하게' 결론 내리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 책이 황당무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통념이나 관행적 사고에 한번쯤 의문을 가지고 진짜 그런지, 무슨 근거에서 그런 오해 혹은 이해가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다.

이는 비단 경제학자뿐 아니라, 학문 하는 자라면 누구나 (라고 확신은 못하겠음) 갖고 있는 문제의식일 터...

 

하지만,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이 책이 엄청 팔린 걸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근거 중심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ㅋㅋ

미국은 뭐 이런 사람 엄청 떠들고, 칼 세이건 할배가 목에 피를 토해도

진화론들 철썩같이 믿고, 이라크가 알카에다 관련되었다고 믿는 사람들 널려있음....

한국도 더 나을 것 없음.

나는 왜 교육학자들이 강남 혹은 특목고의 대학 진학률이 맥락적 (contextual) 효과에 의한 것인지, 구성적 (compositional) 효과에 의한 건지 밝히는 논문을 안 쓰는지 궁금해죽겠다.  특히 강남 효과라는 것이 학교 효과인지, 학원 효과인지, 아니면 부모의 배경 탓인지... 이런 거야말로 한국에서 중요한 주제 아님???

누가 좀 꼭 해보고 알려주면 좋겠음...

 

새삼스레,

친근하기는 했지만 더 진지하고, 덜 발랄했던 정운영 선생님의 경제학 대중서들이 떠오르는 건 무슨 연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말고 (우리 실장님이 제일 싫어하는 책. 본인이 가난한 아빠라 그런 거 같음 ㅋㅋ), [88만원 세대]같은 거 말고, 좋은 생활경제학 책들이 좀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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