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미국생활의 보람 ^^

며칠 전부터 요란하게 광고를 때리더니만, 어제 저녁에 두 시간 동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강타한 쓰나미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자선 공연(?)이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다.

뭐 별다른 기대 없이 그냥 켜 놓은 텔레비젼이었는데... 여러 모로 특이한 점들이 있었다.

 

우선,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 하는 짓이라 별로 탐탁치는 않지만 (오지랍도 넓다) 어쨌든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는 거 자체가 솔직하게 좀 부럽기는 했다. 물론, 한쪽으로는 이라크에서 그칠 줄 모르는 쓰나미를 만들어내고는 있고, 부시 취임식 비용이면 쓰나미 피해 지역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보도를 보면 화가 나기는 한다. 

 

둘째, 두 시간 동안 광고가 없었다.

미국 텔레비전에서는 10~15분만에 한 번씩 꼭 중간 광고가 나온다. 심지어 30분짜리 "The Simpsons"에도 중간 광고나 두 번이나 있는데, 미국내 올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이 프로에 광고가 없다니... 프로그램 도입부에 MSNBC 사장이 직접 나와서 "광고도 없이" 라는 말을 강조할만 했다. 그만큼 비영리적 성격을 팍팍 강조해준 것이다. 

 

셋째, 그동안 텔레비전으로 접할 수 없었던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가요프로그램이 있는게 아니라서, 가수가 노래하는 걸 보거나 들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가수가 각종 운동회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ㅎㅎㅎ 결국 공연장을 직접 찾거나 MTV를 통해 뮤직 비디오를 봐야하는데, 나한테야 뭐 언감생심... 그런데!! 어제는 줄줄이 가수들이 나와서 직접(!) 노래를 불렀다. 좀 감동먹었다. 마돈나가 첫 무대에 올라 Imagine을 불렀는데, 그 느낌 정말 기묘했다. 이어 줄줄이 노라 존스, 쉐릴 크로, 샤라 멕클란, 글로리아 에스테판, 넬리 등등등... 아, 그리고 에릭 크랩톤의 기타 연주까지... 노라존스 얼굴은 사실 어제 첨으로 봤다. 생각보다 무척 젊었다. 조명발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소박한 무대에서 기타 혹은 피아노, 기껏해야 세 네 명의 소규모 밴드와 함께 진지하게 열창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떼거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라 보람있게(^^) 여겨졌다.

 

넷째, 가수들은 노래를 했지만, 배우들은 기상천외한 서비스를 했다. 일단 공연 중간에 나와서 쓰나미 현지 피해 상황에 대한 보도자료들을 전하면서 기부에 동참하라는 멘트를 날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두 시간 동안 텔레마케터처럼 그 자리에 지키고 앉아 기부 전화를 직접 받았다. 어떤 인물들이었느냐 하면,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니콜라스 케이지, 르네 젤위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할 베리, 나탈리 포트만, 팀 로빈스, 맷 데이먼, 제이미 폭스, 벤 에플릭(바야바처럼 수염을 기르고 나와 깜짝 놀랬음 ㅜ.ㅜ), 그리고 타란티노 감독 등등등.... 세상에 제일 바쁘다는 이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말이다. 미국 사람들이 연예인이라면 껌뻑 죽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건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가 끝나고 그들이 사용했던 전화기는 연예인들의 싸인을 해서 3천불에 팔린다고 했다 ㅎㅎㅎ  이러한 연예인들의 참여가 일부는 개인적인 선의에서, 또 상당부분은 연예기획사의 매니지먼트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최근 개봉작 배우들이 주로 참여한 걸 보면), 어쨌든 그들로서는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여한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 와서 20불짜리 텔레비전을 바꾸고 가장 보람있는 저녁이 아니었나 싶다. 배우들 본 거야 뭐 좋을 것도 없지만, 실력있는 뮤지션들의 좋은 음악을 한꺼번에 그렇게 감상할 수 있었다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