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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55호> '월가를 점령하라'에서 '99%의 저항'으로

‘월가를 점령하라’에서 ‘99%의 저항’으로

 

 

지난 9월 17일부터 “월가를 점령하라”는 소박한 구호를 내걸고 20여명 안팎의 참가자들이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노숙을 벌이며 각종 캠페인과 거리 시위를 벌였다. 불과 한 달여 만인 10월 15일, 국제공동행동의 날에 전 세계적으로 82개국 951개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모여든 대규모 군중시위로 발전했다.

 

참가 인원과 규모만 확대된 것이 아니다. 구호 역시 더욱 진지하면서도 현실의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등장했다. ‘99%는 위기, 1%는 강도’ ‘진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은행들의 독재에 반대한다’…

 

시위의 양상도 보다 적극적이고 격렬해졌다. 재정위기에 따른 대규모 재정긴축으로 생활이 파탄나고 있는 유럽 지역의 대중들은 돌과 화염병을 들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그들이 처해있는 고통을 적극적인 투쟁으로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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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본질

 

무엇 때문인가? 무엇 때문에 20여명의 소규모 시위에서 수십만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중시위로까지 확대된 것인가?

 

70년대 이윤율의 지속적 저하 속에서 자본이 살아남기 위해 채택한 새로운 자본축적 방식이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생산에 기반한 자본축적 방식에 기초하면서도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소득을 담보로 자본을 현실화시켜나가는 금융자본주의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주의는 안으로는 주식자본을 활성화하면서 대중에 대한 투기적 수탈구조를 형성했으며 제3세계로 표현되는 후발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고리대적인 대출과 함께 경제구조에 적극 개입하여 환차손 등을 이용해 고이익을 얻는 약탈 구조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그러나 미래소득을 담보로 한 금융자본의 축적 전략은 실물경제의 이윤율이 회복되지 않는 한 경제공황의 도래를 연기시키는 대신 거품의 규모를 더욱 키워가는 과정이었다. 또한 ‘신용의 연쇄’라고 하는 금융자본주의의 최대 장점은 그 거품이 꺼지는 순간 자본주의를 커다란 혼돈에 빠뜨리는 가장 큰 약점이기도 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그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노동자들의 미래소득을 기초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은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나가면서 경제에 거품을 창출했다. 그러나 실물경제의 침체와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 속에서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시켰으며, 이런 ‘신용파괴의 연쇄’는 정점이 있던 금융자본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은 이런 위기가 어떻게 대공황으로 이어지면서 신자유주의의 몰락의 재촉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99%는 위기, 1%는 강도

 

세계적 공황과 미국경제의 위기 속에서 구원투수로 오바마가 등장한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10%를 훌쩍 넘겨버린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오바마가 취한 방식은 두 차례에 걸쳐 거의 2조 달러가 넘는 엄청난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이었다. 부동산 대출업체인 페니맥이나 씨티은행 등 금융회사와 자동차 생산보다는 금융업체 돈놀이로 더 많은 수입을 얻어왔던 GM 등 파산 위기에 처한 자본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적 자금을 풀어서 공황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거대한 자금을 풀어 부실한 은행을 정상화하고 산업자본을 육성하여 실업률을 낮추고자 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재정지원에 함께 따라야 할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와 개혁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고, 신자유주의의 특징이자 핵심인 금융자본주의 역시 결코 오바마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거액의 자금을 융자받은 은행들은 이 자금을 산업자본에게 대출하기보다 내부 유보금으로 갖고 있거나 아니면 이윤율이 더 높은 신흥 자본주의 국가로 가져가 투기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파산을 면하고 다시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었고 이를 근거로 이사진 등 일부에게만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지불하게 된다.

 

이는 국가가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었지만 실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대중들을 구원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부 금융자본가의 배만 불리게 한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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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이 아닌 인간을”, 전 세계 민중들의 저항이 자본주의를 향하고 있다.

 

진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의 위기 속에서도 일부 금융자본가의 배를 불려주고 있는 사이에 대중들은 실업의 고통과 불안정노동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 9% 또는 10%는 허상일 수밖에 없다. 구직을 포기한 채 실업 속에서 살아가는 다수의 노동자들을 감안한다면 이 숫자는 거의 20% 가까이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금융자본의 파산을 막기 위한 엄청난 정부 재정지출에 따른 재정적자에 대응하기 위하여 임금삭감, 정리해고 등 긴축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던 유럽에서는 지속적으로 대중들의 파업과 투쟁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의 금융자본과 석유자본에게 대대적으로 약탈당한 채 ‘빵’을 요구했던 아랍 민중들의 시위는 급기야 독재정권들을 끌어내리는 혁명으로까지 전진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대중들은 고요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구원투수 오바마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원투수가 불을 끄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불쇼’를 펼치는 주역에 지나지 않았음을 대중들은 비로소 깨닫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1백50년 전에 마르크스는 세계의 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가장 발전한 영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지금 세계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이 저항이 시작되자마자 한 달 만에 전 세계적 대중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혁명의 전야’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진단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대중들에게 더 이상 인내심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섰다는 것이다. 낡은 질서와 체제에 대한 도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회원소식지 <노동전선> 7호(2011. 10.)에 실린 글입니다.

 

(2011년 11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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