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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53호> 가장 조직하기 힘들지만, 가장 강력한 투쟁을

가장 조직하기 힘들지만, 가장 강력한 투쟁을

화물운송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동행기

 

 

지난 9월17일(토)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조합원들의 서울 상경투쟁이 있었다. 경남지역본부에서는 정유연 본부장, 최차섭 운영위원과 함께 동행을 하였다.

 

토요일 아침, 평상시 같으면 1주일간 부족했던 잠을 잔다고 이부자리에 누워있었을 것인데, 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대충 얼굴을 정리하고 화물연대 경남지부 사무실로 향했다. 중간에 최차섭 운영위원을 태워 도착하니, 벌써 지부장님과 사무장님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인원과 차량을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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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에 대한 자부심과 결속감 확인

 

8시50분 지부에 모인 조합원들을 태운 차량이 서울을 향해 출발하였다. 그런데 우리를 태운 버스가 휴게소도 많이 들어가고, 하물며 고속도로 길가에도 정차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업무의 특성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공공이나 금속동지들은 어느 한곳에서 모여 한꺼번에 출발하는데, 화물노동자들은 전날 전국으로 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중간에 화물차를 세워놓고 함께 상경을 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었다.

 

한편 화물연대 소속이라는 강한 결속감도 보았다. 중간에 다른 지부 조합원들이 비슷한 형태로 기다리고 있으면, 도로에 있으면 위험하다며 버스에 반강제로 태우고는 먹을 것을 엄청 챙겨준다. 그랬다. 그동안 투쟁을 통하여 다져진 화물연대에 대한 자부심과 결속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집회장인 서울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운전석 위 시계는 벌써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2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때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말 “점심을 차에서 먹어도 지각이가”, “아무리 일찍 출발해도 꼴찌가”, “한두 번 그랬나! 경남이 항상 꼴찌아가”.... 이유가 있었다. 경남 전역에서 버스가 움직이다보니, 중간 중간에 합류하고, 다시 인원과 차량을 점검하는 횟수가 잣다보니 생기는 현상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집회가 조금 늦게 시작돼서, 서울역에 도착하여 공공운수노조 경남지역본부 깃발과 화물연대 경남지부 깃발을 앞세우고 대오 맨 마지막에 자리를 잡았다.

 

살아남은 사람이 투쟁을 마무리 짓자

 

2시30분 본대회에 앞서 열사 추모제가 진행되었다. 최복남, 김동윤, 박종태 열사를 기리는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참석한 동지들의 눈가엔 이슬이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화물연대본부 김달식 본부장은 추모사를 통해 “살아남은 사람이 화물연대 10년 투쟁을 마무리 짖자”라고 하였다. 그랬다. 화물연대는 지난 2002년 결성되어 올해가 9년.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그동안 화물연대는 총파업투쟁을 통하여, 유가인상에 대한 보상과 표준운임제 시범실시 등의 성과를 내었다. 이젠 표준운임제 시범실시가 아니라 법제화하는 투쟁이 남아있다. 그동안 노동법이 개악되는 조건 속에서도 화물노동자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통하여 사회적 명분을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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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1시간20분가량 진행된 추모제가 끝나고 깃발입장을 시작으로 화물노동자 총력결의대회가 시작되었다.전국에서 모인 3천여 명 조합원의 힘찬 구호 소리가 서울역광장을 가득 매웠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화물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김달식 본부장은 대회사를 통하여 “열사정신을 이어받아 2011년 하반기 투쟁과 2012년 상반기 투쟁을 통하여 10년간의 성과를 마무리 짖자”라고 하였다. 조합원들은 힘찬 박수와 구호로 화답하였다.

 

화물연대의 주요요구사항은 2009년 투쟁의 성과로 시범실시중인 ▲표준운임제도 완전도입 ▲유가보조금 확대 ▲산재법 적용 등이다.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단위사업장이나 지역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다. 그렇다보니 2011년 하반기투쟁을 통하여 사회적 여론과 조합원들의 의지를 모아내고, 2012년 상반기에 있는 총선이전에 화물연대의 총력투쟁으로 주요 요구를 관철하려는 일정으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대회사에 이어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의 연대사와 공공운수노조․연맹 이상무 위원장의 투쟁사가 있었다. 모두들 화물연대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갈 것을 조합원들 앞에서 밝혔다. 특히 이상무 위원장은 “11월 공공부문 공동투쟁과 12월 공공운수노조․연맹 전체 조합원의 총회투쟁을 통하여 공공부문에 가해지고 있는 각종 탄압에 맞서 투쟁하겠다.” 라는 구체적 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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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투쟁하면 정부가 움직인다

 

문화공연에 이어 화물악법 화형식, 투쟁결의문 및 투쟁지침을 참가한 조합원들과 확인하면서 집회가 마무리 되었다. 4시간에 걸친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동지들의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마무리 되었다. 시계바늘은 벌써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가장 조직하기 힘든 조직이 가장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라는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실 그렇다. 개인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철저히 개별화된 사람들, 집단이 아닌 개별가입으로 이루어진 조직, 합법적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이들이 투쟁을 선포하면 정부가 움직인다. 그런 반면 보다 집단적이고, 합법적 노동조합의 지위를 가진 많은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대기업 노동조합은 최근 들어 정부와 자본을 움직이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 최소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실현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선 온갖 편법으로 개악된 노동악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보다 온전히 노동3권이 보장받고 있는 우리의 몫이 아니겠는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뒤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 편일까, 자본과 정권 편일까? 아니면....

 

“노동자는 하나다”는 말을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보자.●

 

- 배종철 (공공운수노조 경남본부 조직부장)

 

(2011년 10월 4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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