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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점령하라’와 ‘반MB 연합’의 불편한 동거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작된 미국 민중들의 저항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몇 주째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투쟁이 시작되기 몇 달 전부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민중들은 이미 거리를 점령하고 싸우고 있었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또 몇 달 전, 튀니지의 한 청년 노점상의 분신항거로 시작된 아랍혁명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중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냈다. 시리아와 예멘에서는 독재정권이 수천 명을 목숨을 빼앗았지만 지금도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공황과 전 세계적 투쟁
아랍권과 유럽 그리고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한 가운데 세계 경제공황이 있다. 자본주의 주변국가에 강제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랍민중들의 삶을 파괴했고, 경제공황이 가져온 고통은 거대한 저항의 불길이 타오르게 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 부은 막대한 공적 자금이 미국과 유럽에서 재정위기를 불러왔고, 긴축재정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해고와 임금삭감은 유럽 민중들의 투쟁을 불러왔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그 분노가 경제공황에 커다란 책임이 있음에도 공적 자금의 혜택을 독차지한 금융자본을 향해 터져 나왔다.
세계 경제공황과 그것을 해결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로부터 시작된 투쟁이기에 비판과 요구 역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향하고 있다. “이윤이 아닌 인간을” “우리가 99%다”라는 구호는 단지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부패나 탐욕이 아니다. 문제는 체제 자체이다”며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여의도를 점령하라?
한국에서도 전 세계적인 투쟁에 발맞춰 ‘서울을 점령하라’ 또는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구호는 어딘지 공허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야권단일후보 박원순의 당선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사회의 현 정세를 주도하는 것은 ‘반MB연합’이기 때문이다.
‘반MB연합’은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문제를 제기하던 진보정당의 목소리는 스스로 실종되고 있다. 한미FTA와 관련해서 보더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정동영 같은 이는 소수이고, 민주당과 노무현재단 등 대다수는 “노무현의 한미FTA와 이명박의 한미FTA는 다르다”고 한다. 즉, 그들 다수는 한미FTA 자체가 아니라 이명박표 짝퉁(?) 한미FTA를 반대할 뿐이다. 그들이 현재 ‘반MB연합’을 이끄는 중심 세력이고, 진보정당은 점점 독자성을 잃고 그들의 파트너 중 일부가 되고 있다.
경제공황과 자본의 공격 앞에서
세계 금융위기가 한국 증권시장을 요동치게 했듯이, 해결책 없는 세계 경제공황은 머지않아 한국경제를 뒤흔들 것이다. 그러면 자본은 또 다시 그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고 공격할 것이다. 만약 ‘반MB연합’과 ‘야권단일화’로 정권교체를 한다면, 그 정권은 경제공황과 자본의 공격 앞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노동자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택해야 할 것은 ‘반MB연합’이 아니다.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17명의 죽음은 MB정권에서 시작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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