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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원샷 통합은 민주노총 배타적지지의 사망선고다
지난 9월 4일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진보정당 통합 합의문이 부결되었을 때, 그리고 9월 25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되었을 때, 이른바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던 세력들이 당대회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바 ‘노․심․조’가 중심이 된 진보신당 통합파는 차례로 탈당해 ‘통합연대’를 만들었다. 민주노동당 당권파 역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3자 원샷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의 통합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언제는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기존의 보수정당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지만, 보수정당과 진보정당 사이에는 장강이 흐른다며 진보정당의 차별성과 정체성을 강조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 꼼수’에 나와 유시민과 심상정은 (서울)대학 동창으로 본래 친했고, 유시민과 노회찬은 낚시를 같이 다니며 여러 번 같이 잔 사이라며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기에 여념이 없다.
배타적지지에 대한 사망선고
3자 원샷 통합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참여당이다. 민주당과의 본질적 차이가 없는 엄연한 신자유주의 정당과 통합하는 것은 분명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런데 노동 현장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문제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배타적지지’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오히려 노동현장의 갈등과 분열의 요인이 되었던 ‘배타적지지’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을 새롭게 다시 결정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필연적이다. 더구나 또 다른 진보정당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 연합한 ‘3자 원샷당’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명분도 없을뿐더러, 2012년 선거 국면에서 현장의 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장의 단결을 원한다면 배타적지지 폐기해야
진보정당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항상 현장의 갈등과 분열을 가장 중요한 명분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배타적지지가 오히려 현장의 갈등과 분열의 요인이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눈감아 왔다. 이제 신자유주의 세력까지 포함하는 ‘3차 원샷 통합’이 현실화되는 마당에, 민주노총은 또다시 ‘3자 원샷당’을 배타적지지하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것인가? 지난 주 전국노동자대회 연설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그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노동자계급에게도 매우 중요한 정치일정임은 분명하다. 그럴수록 더더욱 노동현장에서 더 이상의 의미를 상실하고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배타적지지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현장의 단결을 원한다면 배타적지지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배타적지지를 받는 자격으로 2011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노총은 “본대회 연대사는 진보대통합 관련 가닥이 잡힐 경우 관련 단위(정당) 연대사 진행함. 그 외 정당은 의전은 있으나 연대사 배치는 하지 않을 예정임”이라는 방침을 담은 공문을 각 단체에 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만약 ‘3자 원샷당’이 전국노동자대회 이전에 합의되었다면, 우리는 민주노총의 배타적지지를 받으며 연단에서 오르는 유시민을 지켜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2011년 11월 16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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