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처지가 길어지면서,

싸돌아다니기도 잘한다.

 

목포를 들러 완도에 다녀왔다.

서해는, 놀고 싶지 않은 물. 목포는 항구의 냄새가 없다. 실상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쇠락한다는 느낌이 짙다. 가느다란 불빛을 꺼트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안쓰럽다. 지방 도시들은 대개 그렇다.

 

목포 이후의 목적지를 두고, 동행한 이들과 중구난방.

제주도가 얘기되고, 밀항까지 나왔다. 대책없는 것도 각기 방향이 다르니 일반적인 수준에서 절충이 된다. 목포에서 완도로 갔고, 정도리에 갔다. 자갈밭 해안이 넓게 펼쳐져 있다. 파도가 들어올 때마다 자갈이 서로 부딪껴 구르는 소리가 맑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을까? 혹 어디를 떠돌다 왔을까?

 

(그곳 파도와 돌구르는 소리)

 

완도 군내로 들어와 밥을 먹고, 숙소를 정하고, 바닷가를 걸었다. 관광객들이 참 많다. 군내에 있는 여관, 모텔들이 불이 하나둘 꺼져가더니 9시 무렵엔 모두 꺼졌다. 그곳에 본디 사는 사람들보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부두에는 물고기를 잡고서 들어온 어선, 잡으러 나갈 채비를 하는 어선들이 줄지어 있다. 저기에 사람이 있고, 또 사람이 있고, 또 사람이 있고.

 

숙소로 돌아와 TV를 보는데, 베트남 수상가옥에 사는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관광객들에게 물과 과자를 파는데, 관광객들에게 그들은 기념사진 소재일 뿐이고 들려가는 풍경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이 생활이고 생존이다. 나는 다른 이들의 삶을 구경거리고 삼고 있지는 않을지 주춤해진다.

 

아침, 숙소를 나와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명사십리도 갔다. 음, 사람이 바글거린다. 해변 끝에서 끝까지. 이곳이 이럴진대, 100만명이 모였다는 해운대는 어땠을까? 우우, 그런 곳에서 뭘 하며 노는거지.. 물속에 들어가 이리저리 물장구 치고 놀다보니 온몸이 빨갛게 익었다. 물장구를 치며 반드시 수영장을 다니니라 다짐했다. 되는 동작이 없어.

 

완도에서 전주는 멀다. 버스만 4시간을 족히 탔다. 한번에 올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광주를 들렸다. 온몸이 쓰리고 쑤신데, 동행은 바로 어디든 또 떠나잔다. 오오, 난 못해. 그리고, 해야할 일들이 마음에 걸려버렸다. 아, 그것들을 놓지 못하는 이상 어디를 어떻게 다녀와도 휴식이 못되는 듯 하다. 언제나 非常이니 또다른 非常은 일종의 常이다.

 

올 여름부터 마음 상태가 좋지 않아, 감정이 부자연스럽다. 억지로 감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산하는 일이 잦다. 이건 또 무슨 병인지 모르겠네. 돌아다니면서 내내 그랬다. 이 상황에선 어떤 감정이 생겨야할텐데, 계속 의식하고. 어쨋든 만사 귀찮은 겐지 별무감흥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뛰놀 때는 모두 잊어버리고 온갖 잡짓을 다한단 말야. 음, 맞아, 동행은 멍청이가 하는 얼토당토 않은 행동들이나 얼토당토 않은 말들을 기록해두면 재밌을거라고 했다. 이것도 좀 병인 것 같아. 일종의 허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