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故이일재 선생 영전에 드리는 헌정시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12/03/28 10:32
  • 수정일
    2012/03/28 10:32
  • 글쓴이
    자유로운 영혼
  • 응답 RSS

故이일재 선생 영전에 드리는 헌정시

 

 

 

20세기를 넘어 21세기를 관통하라!

영원한 청춘의 플로레타리아, 이일재 동지여!

 

 

 

66년 전, 이곳은

조선노동조합평의회 사무실이 있었던 곳이다

1946년 9월, 이곳은

전평 경상북도 평의회 간사로 활동했던 스물 세 살의 청년이

대구노동자 총파업을 이끌었던 곳이다

그해 10월, 이곳은

미군정에 대항해 삐라를 뿌리고 무기를 치켜들고

계급항쟁의 도화선에 불길을 내질렀던

어느 젊은 공산주의자가 질주하던 거리였다

바로 그 청년은,

나이 열 여섯에 일찌기 공장으로 뛰어들었다

플로레타리아가 되어, 파르티잔이 되어

끝내는 20년 장기수가 되었다

90평생을 영원히 변치 않는 혁명의 열정으로

노동자의 벗으로,

배반의 20세기를 넘어

치욕의 21세기를 관통해 왔다

아, 영원히 늙지 않는 청춘이여

꼿꼿하게 살아오는 老플로레타리아, 이일재 동지여!

 

그 처절한 세월을 거슬러 오르며

동지는 얼마나 피맺힌 다짐을 곱씹었으랴

얼마나 뼈저린 분노를 안고, 결의를 안고

고문과 징역으로 팔딱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꺼내

저 도도한 민중의 바다에 씻고 또 씻었으랴

어쩌면 많이 외롭기도 했으리라

병마와 싸우며 이제 그만 눈을 감고도 싶었으리라

그러나, 적들을 겨냥하여 이미 발사된 탄환처럼

동지는 오로지 일직선으로 뻗은 한 곳만을 응시했다

노동해방의 과녁, 사회주의혁명의 과녁!

시야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그 과녁 끝에서

동지는 사상의 혈맥을 결코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것은 생명과도 같은 ‘주의자’의 길이었기에

그것은 일생을 걸고 맹세한 ‘운동’의 길이었기에

동지야말로 동지의 삶을 플로레타리아에게 온전히 바쳤기에

 

그러므로, 예감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살아온 길을 절대 후회 안 해!

죽을 때, 아! 잘 살았다.

내 나름대로 잘 살다가 죽는구나‘ 라고,

‘마지막 임종을 할 거예요.

기쁨이 영원하니 가는 거요.

정주영이나 김대중 한 평생하고 내 생활의 한 시간하고 안 바꿔!‘

아, 자신의 생활 한 시간이 곧 자신의 일생이었다니!

동지의 담담한 이 말 한마디는

이루지 못한 꿈을 기쁨으로 받드는 철학이었다

다가오는 미래를 응시하는 마지막 눈빛이었다

그 어떤 회한도 후회도 없는 불굴의 사회주의자,

21세기를 위한 혁명적 낙관이었다

 

동지가 살아온 이력은 송곳처럼 한국현대사를 꿰뚫었구나

일제폭압기, 보통학교를 마치고 제화공장, 화학공장, 담배공장, 군수공장,

철도노동자를 전전하며, 항일노동조합운동의 살아있는 증인이셨구나

전평활동, 조선공산당 입당, 대구항쟁, 미군정포고령위반, 문경탄광파업,

팔공산 빨치산, 총상, 체포, 남조선해방전략당 무기징역, 그리고...

1988년 가석방!

그러나 동지는 1997년, 민주노총 지도위원으로 다시 섰구나

전평에서 민주노총까지!

20세기 노동운동가는 21세기를 꺾임없이 관통해왔구나

그렇다, 동지는 승리의 믿음이 단 한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그렇다, 동지는 플로레타리아로 살아온 삶이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빨치산 유격대로 총을 잡았을 때가 온 생애를 통털어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춥고 배고픈 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아무런 감시와 간섭이 없는 해방구에서 믿는 바대로 살았던 그때가 그립다고

 

 

 

영원한 청춘의 플로레타리아, 이일재 동지여!

이제 우리는, 동지의 자부심을 기억하며

이제 우리는, 동지의 송곳처럼 빛나는 뜻을 따라

동지의 70년 전의 꿈이자 전세계노동자계급의 꿈을 향하여

시발점도 종착역도 없는 혁명의 역사에

오로지 ‘승리’라는 두 글자를 아로새겨야만 한다

승리의 그날이 도래할 때!

동지는 여전히 우리들을 가르치는 교과서로 남아

인터네셔널가를 부르며, 노동자 대오와 함께 이 거리를 행진하리니!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 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오른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세계를 펼칠 때

어더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는 못해

들어라, 최후의 결전 투쟁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자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

 

 

 

2012년. 3월 27일. 임 성 용.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