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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강령의 원칙에 어긋나는 '후보전술'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12/03/19 21:20
  • 수정일
    2012/03/19 21:20
  • 글쓴이
    자유로운 영혼
  • 응답 RSS

혁명 강령의 원칙에 어긋나는 '후보전술'

 

 

'후보전술'은 역사적으로 코민테른 시기에는 공산주의자들 사이의 중요한 논쟁의 화두였지만, 쇠퇴하는 자본주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사민주의가 의회(선거)제도를 통해 일반화 된 현재에는, 오히려 계급투쟁과 계급의식의 발전을 가로막는 아주 낡은전술이 되어버렸다. 낡은 후보전술은 우리가 추진하는 혁명당의 건설 경로, 공산주의자의 반의회주의 원칙 모두에 부합하지 않는 자본의 좌익을 구성하는 특정정파들(트로츠키주의, 스탈린주의)의 교조적 전술일 뿐이다.

 

☞ 또한 혁명조직(당)에서의 후보전술은 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며, 특히 한국에서 의회/후보전술 문제는 강령적 차원에서 토론된 바 없기 때문에, 이후 강령건설의 과정에서 원칙을 확립할 사안이다.

 

낡은 후보전술은 한국에서도 92년~2010년 경험을 통해서도 완벽한 파산을 맞았으며, 현행 선거법,제도 하에서 혁명세력이 강령에 입각한 후보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후보전술이 기껏해야 노동조합의 요구를 내거는 노동자후보 정도로 후퇴하거나, 강령의 혁명적 요구를 선거공약으로 희화화시키는 부르주아 선거서커스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것에 지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1) 부르주아 선거는 기본적으로 부르주아 지배질서를 강화시키고 각 정세에 따라 재편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따라서 현 선거제도 하에서 부르주아 지배 권력과 국가기구를 파괴하는 혁명적 역할은 선거의 결과와 그 과정 어디에서도 불가능하다. 부르주아 선거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 체제 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는 시점에, 자본주의 체제 비판과 혁명 정치를 직접적으로 내걸고, 계급투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금 시기에, 노동자 계급이 부르주아 의회와 선거에 참여하도록 권하는 것은, 현 자본주의 위기가 의회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 뿐이다. 이런 점에서 계급 대중투쟁의 직접적인 행동과 대립되는 부르주아 선거와 의회의 참가는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더욱이 반자본주의적이거나 부르주아 지배 권력을 타도하고자 하는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들이 차려놓은 서커스 판에 눈요기 감이거나 오히려 활력을 제공하는 것 이상을 넘어서기 힘들다. 부르주아 선거판에서 무대와 대중은 이미 그들이 정한 범위, 그들이 정한 순서와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2) 혁명조직(당)에서의 선거방침은 강령상의 원칙문제이라서 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부르주아 선거는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자신들이 선출해준 대리인들에게 권력을 위임했다고 착각하는)들과 후보로 나선 정당들(정치인) 모두 에게 자신들이 권력의 주인이라는 혹은 권력의 일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선거에 실패하면 권력에 맞서 투쟁으로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4년 혹은 5년 후의 선거를 통한 권력을 준비하게 된다. (자신들을 지지해준 지지자들이 이미 선거에 패배한 순간, 투쟁이 아닌 다음기회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점에서는 사회주의 후보, 행동강령을 공약을 내거는 노동자후보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선거전술에서 '부르주아 국가의 파괴와 피티 독재 수립 (반의회적 대중투쟁)' 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고 후보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반의회적 대중투쟁을 이끌어낼 수 없으며 오히려 의회주의에 대한 환상을 확산시킬 뿐이다. 더욱이 대중투쟁 공간에서 노동자후보 전술을 사용하는 것조차도, 선거공간을 과감히 뛰어넘는 투쟁을 전개하지 않고서는, 대중투쟁을 집중시키고 확산시키기 보다는 후보자 중심의 대리전, 상징적 투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전술은 혁명 강령의 보편적 전략전술에 규정 받아야 하며, 혁명당의 전략전술은 오로지 '부르주아 국가의 파괴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수립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사노위-노혁추 과정에서 의회-선거전술문제를 강령에 구체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것은, 강령을 타협의 산물이 아닌 행동의 지침으로 삼고자, 주체들의 조건을 고려하여 이후 과제로 미루어 놓은 것이지, 전략적 원칙 문제를 강령의 하위전술이나 정치방침으로 대신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의회주의-선거전술문제는 소련성격 문제, 반제민족해방투쟁 문제, 노동조합의 전략적 문제 등과 함께 강령의 명료화 과정의 일환으로 훗날의 과제로 미뤄놓았던 것뿐이다. 따라서 의회주의-선거전술문제는 노혁추 당 건설 경로에 나와 있듯이 강령건설의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검증과 혁명적 원칙의 정립 속에서 강령수준에서 채택되어야 할 문제이지, 일시적인 정세에 따라 전술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3) 후보전술(공동선거투쟁단)은 아래로부터의 독립적인 총회 조직과 무관하며, 특히 계급투쟁의 과정에서 창출되며 노동자들에 의해 언제나 선출되고 소환할 수 있는 노동자 투쟁조직들과도 무관하다.

 

더욱이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독립적인 노동자 후보가 있을 시 비판적 선거 지지를 한다.'는 방침은 '노동자들에 의해 언제나 선출되고 소환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조직들'과 대립하고, 이들의 배신과 투쟁회피를 제어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강령에 반하는 방침이 된다. 노동자들에 의해 실질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후보와 정강들을 비판적 지지한다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자립화와 혁명당의 강령원칙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선거이후 대중투쟁(비공인 파업투쟁, 부르주아 법질서를 넘어서는 아큐파이 투쟁 등)을 전개함에 있어 노동자투사의 대표로 나선 후보자와 정치조직이, 합법적인 선거운동에 참여한 이상, 적들의 법 테두리와 공권력 앞에 무기력하거나 대중 앞에 자신들의 정치노선의 모순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동선거투쟁단이 선거기간에 일관되게 후보중심의 합법적 선거운동이 아닌 실질적 대중투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후보전술이 아닌 대중투쟁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투쟁을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또한, 선거를 치르는 비용도 지역 당 기본 수천만 원 이상 소요되어 노동자투쟁과는 거리가 멀고, 그 다수금액이 생활하기에도 어려운 노동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매우 비효율적이다. 특히 그간의 경험에 미루어 오랜 기간 철저하게 인적, 재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선거의 결과는 분명히 선거조직, 대중투쟁조직 모두의 피폐화와 치명적 인적자원의 유실을 초래해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선거 시기 '노동자참가단'과 같은 대중투쟁조직이 선거에 참여하는 순간 정치적 대안세력-정치적 실물로 자리매김 할 수 없다.

 

부르주아선거판에서 노동자후보는 선거후보일 뿐 결코 투쟁의 구심점이 될 수 없다. 선거 시기에 돌입하는 순간 모든 조직은 후보를 중심으로 한 선거운동 체제(실무팀, 정책팀, 재정 및 조직, 공식 비공식 선거운동원)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두가 선거운동을 하던가, 선거운동 따로, 대중투쟁 따로 해야 한다. 또한 선거기간 노동자후보가 자본가권력에 맞선 투쟁(공공연한 정치집회, 점거, 거리시위, 비공인파업)에 나서는 순간 이미 그는 선거법을 무시한 비공식후보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반대로 대안세력으로서의 정치적 실물은 후보전술이 아니더라도 투쟁의 주체역량과 내용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문제는 대중투쟁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지 못하는것과, 반 MB정서가 부르주아 권력과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저항으로 표출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야권연대에 대당하는 정치실물을 창출하기 위해 후보를 내세운다는 것은, 선거시기 이중적 태도를 갖는 노동자계급에게 '의회주의 환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왼쪽의 환상'을 갖게 할 뿐이다. 부르주아 선거에서 노동자가 얻을수 있는 최대치는 '자본의 좌익'의 수혜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정세에서는 낡은 후보전술과 야권연대 반대가 아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 '부르주아 지배질서인 의회주의 환상을 벗어나게 하여 계급투쟁의 출구를 찾게 하는 것'이 정세돌파의 핵심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투표에서 대안세력을 찾는다 해서 우리가 기성정치(진보정당 포함)의 왼편에 독자후보를 내세우면, 현장노동자들이 갑자기 야권연대나 진보정당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우리와 같이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착각이야말로 서커스 쇼의 광대놀음에 관객으로만 참여한 무경험의 소치이다.

 

반의회적 대중투쟁은 선거나 후보를 매개로 하지 않는다. 우리가 노동자들에게 설득하고 주장해야할 것은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를 '선거를 통한 해결' '의회진출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노동자의 직접행동을 통한 해결, 노동자의 직접정치를 통한 노동자권력을 주장해야 한다.

   

 

5) 과도한 정세판단과 위로부터의 선거개입은 정치조직과 노동자운동의 파산을 초래한다. 혁명당 건설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자.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위기상황이 첨예화되고 프롤레타리아트의 저항이 명백한 계급투쟁의 부활과 혁명의 현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정세는 위기상황의 전면화와 계급투쟁의 분출로 나타나지 않고 단지 그 조건들을 충족시키면서 예열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즉 선거정국 이후에나 경제적 위기 상황(국제-금융.원자재.환율 불안, 수출 감소, 국내-가계부채 문제폭발, 물가상승, 실업.비정규.빈곤 문제폭발 등)이 전면화 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계급투쟁이 강령적요구를 내 걸만큼 대규모로 다양하게 분출될 가능성을 도출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과도하거나 잘못된 정세판단으로, 선거이후 정세를 선거이전에 주관적으로 규정하여, 아래로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준비되지 않은 선거투쟁을 위로부터 기획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칫 그나마 대중투쟁의 불씨로 남아 있거나 아래로부터의 직접행동의 맹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노동자투쟁들과 희망버스(뚜벅이)–노동자참가단의 흐름을 부르주아 선거의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투쟁중이거나 총파업을 주도할 투쟁사업장 노동자 다수가 통진당에 집단 가입하는 등의 선거환상에 빠져있다. 선거환상이란 좌우를 막론하고 선거와 의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단적 환상이다. 이러한 환상은 더 혁명적인 후보, 더 투쟁적인 후보, 더 노동자 편인 후보를 내세운다고 해소되지 않는다. 더구나 대중투쟁을 촉발하고 확산시키기에도 부족한 혁명조직에서, 대중투쟁의 불씨를 선거정국에 밀어 넣어, 총선 이후 대선까지 이러한 환상을 갖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가 해외의 아큐파이 투쟁에서 얻은 교훈은 대중들의 직접행동과 대중총회 공간에서는 그 어떠한 기성정치와 선거참여 세력들도 배제하고 스스로의 직접정치를 만들어나가려는 대중의식이었으며, 우리가 예비하고 준비해야 할 투쟁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모두가 선거에 빠져 들어갈 때 우리는 선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민노총내의 선언운동본부가 갑자기 정치운동으로 보이는 이유는 평소엔 조합주의자들인 이들이 모두 선거에 빠져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중투쟁 없이 선거 국면을 통한 정치적 선명성만으로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이들은 아래로부터의 평조합원 운동이나 대중투쟁의 동력과는 거리가 먼 노조관료 중심의 좌파 중도주의 블록 일 뿐이다. 이들의 선거에 대한 환상이나 상층부중심의 정치세력화 시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왼편에 후보전술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선거와 연계되지 않는 투쟁전술로 이들이 대중투쟁에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새로운 주체가 형성이 되기 어려운 조건에서의 후보전술은 선거운동과 대중투쟁을 전투적조합주의자들과 중도주의자들의 영향력 하에 묶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국에서 극우에서 좌까지 수백의 후보들이 매스컴과 선거운동을 통해 지역노동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을 때, 겨우 한 두 지역에서 노동자후보를 내서 정세를 돌파할 수 있다는 도박과도 같은 1%의 환상을 버리자. 선거운동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과 인적역량을 그 어떠한 선거결과와 선거투쟁으로도 해법과 희망을 찾지 못하는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99%의 소외받은 프롤레타리아를 위해 투여하자. 오랜 기간 어렵게 투쟁하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만큼은 후보를 내지 않아 배신하지 않는 진정한 혁명세력의 존재와 우리의 주장을 알릴 수 있는 새롭고 현실적인 방침을 마련하자.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2008년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프롤레타리아 봉기를 촉발한 사건이 무엇이었으며, 유럽과 북미의 아큐파이 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어떤 실천을 했는지를, 그리고 2012년 한국의 혁명운동세력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를...

 

선거참여와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은 아무런 연관이 없거나 서로 반대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대중운동이 있어야 혁명적 정치투쟁이 가능하다. 혁명적 정치투쟁이 가능한 새로운 운동이 한국에서는 이제 겨우 시도되는 단계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의회전술, 후보전술이라는 낡은 한탕주의 운동을 버리고 대중투쟁과 계급의식에 조금이라도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인 혁명운동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2012년 여전히 소수의 혁명세력인 우리의 목표와 임무는 현재의 계급투쟁에 끝까지 함께하며, 다가올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혁명적 전망을 제시하며, 계급운동과 계급의식의 발전에 공헌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해방과 혁명의식은 노동자들 자신의 일이고, 혁명가들의 역할은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힘으로 혁명을 만들어가게 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이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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