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최고 권력과 싸우는 투사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김민수 조합원 인터뷰
Q. 이재용과 박근혜 재판 판결은 한국 사회가 "삼성 공화국"임을 증명했습니다. 삼성 권력이 사법 판결도 좌우하는데, 이렇게 거대한 권력에 맞서 직접 싸워오신 주체로써 느끼는 현실은 어떠신지요?
A. 삼성의 탄압이 있는 동안 법원은 과연 조사할 마음이나 있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2014년도 염호석 열사의 시신탈취에 삼성이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에 염호석 열사 유골 탈취를 위해 경찰 3개 중대를 끌고 온 경비과장을 향해 저는 “왜 세월호부터 여기까지 가족이 죽어 슬픈 유족들만 따라다니며 괴롭히느냐, 그 게 경찰이 할 일이냐” 고 크게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삼성과 결탁한 (정부의) 경찰 앞에 열사의 유골함까지 모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작년 촛불에서 드러난 삼성의 박근혜 정부 로비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본이 정부를 지배하는 삼성공화국은 모두 사실 이었다는 것을 알고 치를 떨었습니다.
염호석 열사의 묘는 아직도 동해안의 모레 한 줌만 들어있는 가묘입니다. 반드시 저들을 처벌하고 열사의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무엇보다도 열사의 시신부터 찾고 싶습니다.
<염호석 열사의 유서>
염호석 열사 시신탈취 사건 경과
- 5월 17일 : <삼성> 염호석 열사 부친 접촉
- 5월 18일 : <삼성> 부친 회유, 시신 값 6억
<경찰> 1차 대규모 경력 투입, 시신 탈취
- 5월 20일 : <경찰> 2차 대규모 경력 투입
<경찰, 친부> 유골함 탈취
Q. 최근 폭로된 노조파괴 문건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다시 구속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는데, 막대한 권력을 가진 삼성이 노조파괴까지 하면서 반노동자적, 반인권적 경영을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삼성 서비스 지회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직접 경험하신 삼성의 노조파괴에 대한 사례를 말씀해 주세요.
A. 사내유보금 늘리기와 그룹 경영 3대 세습 구조가 반노동, 반인권 경영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부터 한 회사 내에서 각 셀로 무리를 구분하여 서로 경쟁 또는 반목을 하도록 유도하는 경영을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전국의 많은 삼성노동자들을 하청비정규 노동자로 다시 분류하여 노동자 간 계급을 구분하고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노조를 세우니 각종 불이익을 주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전산에서는 수리기사의 제품별 수임 능력이 A, B, C, D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모든 직원들에게 티비, 냉장고, 모니터 등 콜 수임 능력을 모두 A로 규정해서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확인해보니 조합원들은 모두 C나 D등급으로 분류되어 있고 비조합원만 모두 A등급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사측은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조합원만 낮은 수임등급을 주고 일감 줄이기를 하여 고사작전을 펼친 게 분명했습니다. 결국, 투쟁으로 제자리에 돌려놓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Q. 뇌물공여, 노조파괴, 산업재해 등 헤아릴 수 없는 삼성의 범죄행위는 단순히 윤리적,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절대권력을 가진 재벌의 잘못된 사회 지배, 노동자 통제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와는 반대로 사회가 기업을 지배하고, 노동자가 일터를 통제해서 스스로 안전과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무엇보다 학교에서 노동법 한번 배워보지 못하고 사회에 나오고, 아침 일찍 등교해 밤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자연스레 회사의 장기노동시간을 예비체험 시키는 교육구조 개혁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과 수동적 행태 속에 모두 예비노예가 된 상황이라 노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힘들고, 지속시키기도 힘들고, 조합원의 생각이 사측과 흡사해서 함께 좌절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육을 먼저 바꾸고 그 바탕 위에 노동조합을 세우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약한 처벌규정이 조합 활동에 큰 걸림돌입니다. 삼성과 같이 사내유보금이 많은 대기업은 벌금에 연연하지 않고 노동자를 납치, 감금, 해고, 폐업 등 수단 가리지 않고 탄압을 합니다. 이번 노조파괴 문건을 계기로 더 강력한 처벌 규정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Q. 박근혜를 연인원 1,700만 명이 넘는 촛불 투쟁이 계기가 되어 끌어내렸듯이, 삼성도 전 사회적인 투쟁이 있어야 작은 승리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싸워오셨습니다만, 삼성의 태도로 봐서는 앞으로도 긴 싸움이 계속될 것 같은데, 오랜 기간 싸우시면서 바뀐 상황(삼성, 정부, 노조)은 있습니까?
한국 사회에서는 삼성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싸움의 과정에서 삼성의 본질은 얼마나 폭로되었나요?
A. 박근혜 투쟁 때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재용 구속’이라는 전단지를 만들어 광화문 광장에 오는 분들에게 아주 많은 양을 배포했습니다. 그 결과 이재용도 구속하라는 구호가 촛불 투쟁 속에서 묻어나왔습니다. 결국, 박근혜와 이재용은 함께 구속되었지만, 아쉽게도 박근혜만 감옥에 있고 이재용은 풀려났습니다.
삼성은 무노조경영을 신화라고 불렀던 기업입니다. 6천 번에 걸친 사상 초유의 헌법 유린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이를 가만히 덮어두고 가면 안 됩니다. 이재용을 처벌하고 3대 세습을 반대하며, 그간 반도체공장의 산재노동자와 각 현장의 산재 은폐, 삼성물산의 폭력적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그 건설자재인 철근이 세월호에 무리하게 실렸던 모든 정황까지 밝혀내고, 대한민국의 헌법은 삼성의 것이 아닌 노동자와 빈민의 힘에서 나오는 것임을 증명해 내야 합니다.
Q. 한국사회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삼성 노동자의 문제는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고, 삼성의 노조파괴 문제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한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삼성 서비스 지회 투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A. 염호석 열사는 저 뜨는 정동진의 해처럼 지회가 빛나길 기도하며 떠나갔습니다. 가는 길까지 함께했던 조합원의 아버지 병원비를 걱정하며 떠나갔습니다. 삼성이 6천 번의 돌을 던졌지만,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던 것은 바로 염호석 열사 정신입니다. 누군가를 구분하지 않고 만인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이 바로 그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자본가와의 대투쟁 앞에 동지들의 사소한 아픔은 잠시 접어둔다는 전제를 깔고 서로를 혐오하고, 노동자 간에 차별을 두고, 빈민, 장애, 여성, 성소수자 등을 차별, 혐오한다면 우리가 모두 조직화 되어도 해방세상은 오지 않습니다. 곧 무너질 따름입니다. 우리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서로를 위해 더 희생할 때 비로소 해방세상은 오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곧 열사정신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Q.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삼성 서비스 지회 투쟁에 연대했던 분들께도 한마디 해주십시오.
A. 연대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영원한 승자이며 저들은 패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무노조경영은 무너졌었고 우리는 이겼었습니다. 함께 도와주신 모든 연대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정신 잊지 않고 몸이 다할 때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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