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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위기 전가에 맞서
젠더 대결이 아닌 계급단결을
경제 위기, 전쟁, 팬데믹, 환경위기, 기후위기, 핵/방사능 위협, 기아, 난민, 빈곤 등 각종 위기는 인류를 비롯한 종 전체와 생태계 전멸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이 모든 재앙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상당 부분은 지치고 소외된 노동으로 하루를 소비하고 있고,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상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들은 일터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생명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체제에서 착취와 억압 속에 살고 있다. 이 체제는 여성, 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차별을 비롯한 각종 차별과 불평등을 구조화하며 폭력으로 체제를 유지한다.
우리가 수없이 밝혔듯이 위기의 본질은 자본주의 사회체제이다. 자본주의는 착취를 위한 질서유지를 위해 이데올로기 장치, 폭력/억압적 국가기구와 법 등을 무제한으로 사용한다. 거기에 지배계급의 공정과 정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차별을 당연하고 정당한 것으로 포장한다. 성차별과 성억압 역시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억압과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성차별, 나아가 성 억압은 사회경제적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했다. 1917년 세계여성의날은 이런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제국주의 전쟁으로 남편과 아들이 전선에 나가 있는 동안 홀로 가족의 생존을 감당해야 했다. 하루 13시간 이상 노동하며 빵을 구하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 1917년 3월 8일 페트로그라드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아이에게 먹일 빵을 달라”, “참호에 있는 남편을 집으로 돌려보내라”라고 요구하며 거리를 점거했다. 이것은 실제로 2월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것이 세계여성의날이 여성과 노동자에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기념일인 이유이며, 성 해방이 사회 경제체제와 분리될 수 없는 이유이다.
성차별과 성 억압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되었지만, 지배계급은 끊임없이 그것을 왜곡하고 피지배계급을 갈라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젠더 갈등이 부르주아 정치에 이용되었는데, 남성 역차별이 부각 되었다. 특히 ‘더는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고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며 무지와 혐오를 자랑한 윤석열은 여성가족부 폐지 및 개편, (성폭력) 무고죄 신설 공약까지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부르주아 정치가 젠더 갈등을 다루며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그들이 젠더 갈등을 언급하는 목적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통적이다. 자본주의 위기라는 현실을 감추고 젠더 문제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이다. 자본주의 체제 모순으로 인한 노동 착취 강도 증가, 생계비 위기, 실업, 주택난, 기후 위기, 환경파괴 등의 위기 앞에서 지배계급의 모든 분파는 노동계급을 다양한 집단으로 나누어 대립시키고 갈라치면서 분열을 획책한다.
자본은 노동계급에 온갖 위기를 떠넘기며 고통을 가중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노동자는 정리해고, 저임금, 폭력 등 가혹한 자본주의 공격의 첫 번째 대상이다. 여성 노동자의 고통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쇠퇴하는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할수록 여성 노동자는 다중으로 착취당하고 차별받고 억압받는다. 하지만 부르주아 페미니즘은 자본에 착취당하는 여성 노동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부르주아 페미니즘 역시 부르주아 일반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1차 세계대전 당시 페미니즘 이름으로 제국주의 전쟁을 지지했고, 전쟁 수행과 노동 착취를 자행하는 지도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하는 등 역사적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수십 개의 광산을 폐쇄하고 수천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여 실업자, 홈리스로 만든 대명사가 되었다.
세계여성의날의 역사적 뿌리는 프롤레타리아 여성과 남성에게 노동해방과 여성해방이 별개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성평등은 남녀 간의 문제가 절대 아니며 계급철폐와 인간해방의 주제이자 과정이다.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파괴하지 않고는 여성의 진정한 해방이 불가능하다. 자본, 상품생산, 임금 노동의 지배가 존재하는 한 여성의 실질적이고 완전한 권리와 평등은 보장받을 수 없다. 진정한 성 해방은 노동계급 내부의 모순과 자본주의 체제를 타파한 무계급 사회인 코뮤니즘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여성해방 운동은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에 공감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권리를 방어하며, 가해 시스템에 맞서 근본적으로 투쟁하는 것, 자본주의 체제와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차별과 혐오를 근본적으로 타파하고 성평등-성해방-인간해방으로 나아가는 코뮤니스트 운동과 만나야 한다.
자본주의는 경제 위기, 기후 위기, 팬데믹에 이어 전쟁이 강타하면서 해결되지 못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자본주의는 다시 한번 노동계급을 전쟁으로 몰아넣어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 지배계급과 자본가 정권은 노동계급에 위기를 전가하며 노동계급이 투쟁을 통해 힘겹게 얻어낸 기본적 권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계급은 모든 젠더 대결과 계급 분열을 거부하고, 계급투쟁의 전선에서 단결하여, 지배계급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을 시작해야 한다. 자본주의 위기 전가에 맞서 프롤레타리아트 희생이 아닌 진정한 노동해방-여성해방을 위한 계급전쟁으로 맞서야 한다.
여성해방을 막는 것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 위기 전가에 맞서 젠더 대결이 아닌 계급단결을 통한 '계급전쟁'으로!
혁명을 통해 성평등-여성해방 세상으로!
2023년 3월 8일
115주년 세계여성의 날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I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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