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내가 찾은 자유

 

우리 옆 동에 아이 다섯 키우는 엄마가 있다

나이는 마흔 둘, 그리고 남편은 3살 연하에 박사공부하는 학생.

아빠까지 학생만 자그마치 4명이다. 게다가 넷째는 네 살,막내는 돌박이

어쩌자고 애를  다섯이나 낳고서  또 공부를 한다는 걸까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여서 어쩌다 한 번씩  보게 되면 딱한 마음만 든다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니  여기 15평 대학원 아파트에 살고 있겠지..

설사  돈이 좀 있다 해도  애가 줄줄이 다섯이나 되니 그 엄마라는 사람은

대체 하루에 거울 한 번이라도  신문 한 줄이라도 볼 시간이 있을까..

그 애들 중에 상원이 또래가 있어서 언젠가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온 적이

있는데  자기 집엔 tv랑 컴퓨터가 없다며  상원이랑 열심히 tv를 보고, 간식을

내 주니 고개도 안 쳐들고 열심히 먹었다.

그런 아이를 보자니 그 엄마는 정말  힘들고 하루하루가 고달프겠구나 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아파트 화단에서 잠깐 본 그 아줌마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외모야  뭐 나이먹은 티가 좀 나긴 했지만 전직 중등 교사였고 아이 둘을

돌보는 오전 시간에도 틈틈이 자기 공부를 하고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는

요새 엄마들처럼 욕심이 과하지도 않다( 워낙 애들이 많으니  욕심을 낼래야

낼 수 없어서였는지도..) 하여튼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나름의 여유가 있어 보였다

 

            ----------*-------------*----------*--------   

 

나는 어제 10개월만에 파마를 했다

경제적인 이유와 더불어 시간적 핑계를 대면서 미루고 미뤘던 일..

별 것 아니지만 못하고 있었을 때는 너무나 큰 일처럼 여겨지는 그런 일..

 

가만히 보면 지금 내가 매일매일 하는 자잘한 일들은 내게 너무나 중요한 일

들이다. 나도 물론 매일 밥먹고 잠자고 똥싸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똑같은 삶이

염증나도록 싫다. 오전이면 정신없이 남편과 아이들을 내보내고  너저분해진

식탁과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닦고 빨고 치우고.. 치워도 치워도 티도 안 나는

누추한 살림살이.. 정말이지 주저앉아 신세한탄을 하면 2박 3일은 거뜬히 할 수 있다

게다가 점심은 가게부 생각해서 식은 밥으로 때우기 일쑤

오후는 더 바쁘다. 이것저것 배우는 애들 여기저기 태워다주랴 데려오랴

혹은  뭐하는 거 없는 날은 내가 데리고 가르쳐야지, 안 그러고 놀으라고 하면

동네 애들을 떼거지로 끌고 오니 뭐라도 먹여야지, 또 치워야지

(이게 다 사람사는거지, 신이 아닌 이상  별 거 있어?  ..)

 

그러나, 자기 희생한답시고 애만 바라보고 남편만 바라보다가는 나중에 뒤통수 맞는게

요즘 아줌마들의 비애... 그러니 적당히 자기계발도 하고  돈도 좀 벌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그 또한 쉽진 않다

 

첨예하게 남편과 감정대립하며 갈팡질팡하던 포항초기시절엔 정말이지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싶을 정도로 심난했었다. 2년여 동안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그러면서도

내가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지냈다.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리면서 여러 삶의 모습들도

봤다. 그러면서 즐겁게 지내는 법을 터득했다. 어차피 괴로와해 봤자 거기선 답이 없다

살려고 한 결혼인데.. 살 길을 찾아야지, 유쾌하게..

 

뭐 그래도 여전히 남편한텐 툴툴대고 애들한텐  잔소리에 큰소리에..

그치만 마음이 다르다. 나는 지금 긴 인생에 대한 꿈의 다리를 놓고 있다. 천천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