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결혼기념일

from 분류없음 2010/12/12 00:59

3년차 결혼기념일

 

남편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한지에 붓펜으로 빽빽이 정성들여 쓴

편지였다.

보자마자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없어하며,

편지 글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타인 앞에서도 거리낄 것 없이 싸웠다.

아주 유치한 문제로도,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나보다.

 

나를 아프게 한 이들의 흔적들이 생각나

도저히 그 곳에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책임을 온전히 남편에게 돌리며

뻔뻔하게 살아왔다.

 

지금은 둘 사이가 너무 고요하다.

마치 수 세기가 지난 것마냥.

지난 2년의 시간이

우리를 이렇게 키웠나보다.

 

가까이 있다고, 내 남편부터 보이는데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

온전히 그대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를,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던 깊은 상처가

더 선명히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곁에 있어줘서, 못난 내 곁을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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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2 00:59 2010/12/1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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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아 점장 출신의,

생리휴가를 없애겠다던 매니저가 잘렸다.

 

뉴코아 점장 출신의 매니저를 고용한 것부터가 이상했지만

수습 기간 떼기전에 너 그만두세요 하며

밥줄 자르는 형태를 생협도 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지역 사람들과 활발하게 대안적인 경제를 조직해보자는 환상이 가차없이 깨지는 순간이다.

이름만 협동조합이지 돈벌레나 다름 없는 생협, 이토록 '바닥'이었다.

 

개인으로써 노동조합에 가입할지

혹은 다른 통로를 통해 이 사건을 알려낼지

고민 중이다.

 

중립적인 체 하며 생협을 편드는 생각만 진보적인 짜증나는 인간들 때문에

어쩌면 나도 그런 군상들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게,

모든 게 짜증이 난다.

 

내가 추구하던 가치관은,

왜 너와 나는 다른가. 라는 질문보다

왜 너와 나는 다를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에 천착하게 했다.

여기서 제발 좀 벗어나자고 택한 공간도 생협이었다.

헌데 다시 내게 묻는 질문은 후자로 돌아온다.

 

된장, 아무 곳도 아니더라.

피와 살이 튀어나가는 살벌한 공간이었다, 여기도.

끈질기게 장기적인 전망을 안고 버틸 것인가.

대립각 세우며 들이밀고 싸우다가,

기어코 박차고 나갈 것인가.

무엇부터 변화시켜야 하나.

변화를 수용할 사람들이라 상정하는 것부터 무리였나.

 

그들과 똑같이 되지는 말자, 적어도.

오늘 하루도 내게 거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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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2 00:35 2010/12/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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