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활동하고 있는 곳에서는 더욱,
정말 마음이 지친다. 오늘따라,
그냥 그랬다는 거.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활동하고 있는 곳에서는 더욱,
정말 마음이 지친다. 오늘따라,
그냥 그랬다는 거.
가을에 내리는 작달비라...
오랜만에 차창을 때리는 많은 비를 보며,
들은 이 노래.
마른 하늘에 주책도 없이
때아닌 비가 내려오는데
비가 오는데 비가 오는데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는 곳
비가 오면은 그대 생각나
밤이 새도록 비를 맞으며
둘이 걷던 길 생각 나면은
난 왜 이렇게 주책도 없이
눈물이 날까 비가 오는지
그대 있는 곳 그대 있는 곳
그대도 나를 생각하는지
밤이 새도록 비를 맞으며
둘이 걷던 길 생각나면은
난 왜 이렇게 주책도 없이
눈물이 날까
밤이 새도록 비를 맞으며
둘이 걷던 길 생각나면은
난 왜 이렇게 주책도 없이
눈물이 날까
비가 오는지 비가 오는지
그대 있는 곳 그대 있는 곳
그대도 나를 그대도 나를
생각하는지 생각하는지
비가 오는지
그간 그대가 지나 온 시간들이 살처럼 박힌다.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고 할 겨를이 없다. 내가 가한 것에 비하면....그럴 자격도 없다.
관계에 의존적인 내 모습도 나라고 여기며 긍정해왔지만,
그대와 함께이든, 그렇지 않든 나는 내 스스로 온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건 그대가 내게 선택의 기회를 준 것이다.
누구도 생각지 않고 현재 내 마음 상태를 보자.
의연해져야 한다. 그치만, 계속 아프다.
언제까지....이래야 하지.
올해의 봄이여
너의 무대에서
배역이 없는 나는
내려가련다
더하여 올해의 봄이여
너에게 생긴 다른 연인이 생긴 일도
나는 알아 버렸어
애달픔지고
순정 그 하나로
눈흘길 줄도 모르는
짝사랑의 습관이
옛 노예의 채찍자국처럼 남아
올해의 봄이여
너의 새순에
소금가루 뿌리러 오는
꽃샘눈 꽃샘추위를
중도에서 나는 만나
등에 업고
떠나고 지노니
- 김남조, 다시 봄이여
친구가 준 시나리오를 보고 단박에 찾아보았지.
'너의 무대에서
배역이 없는 나는
내려가련다....'
가슴을 울리며...
막 사춘기를 벗어난 열일곱
그 때 만난 톰 티그베어의 롤라런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퍼런 빨간 머리에 테크노 비트,
이국적이고 낯선 베를린 풍경에 대한 남모를 동경,
롤라런은 영화보다, 감각이었다. 그 세대를 이끄는.
이후로 영화들을 쭉 보지 못해 몰랐는데
독일인이지만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대중성 있는 작품들을 꽤 많이 했단다.
그 감독이 만든 영화라 하여 나름 기대를 품고 봤다.
아....말로 설명할 수 없는...나를 직면할 때 느끼는 감정과도 같은 이 불편함,
내가 요새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이 영화에 다 나오는 것 같다.
- 애정에 기반한 둘 사이의 관계가 평생을 지배할 수는 없다.
한나와 시몬은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생겼는데 왜 서로 헤어지지 못했던 걸까. 영화는 거꾸로 질문을 던진다. 헤어져야 하는 것은 왜일까. 서로에 대한 예의 때문인가. 질투라는 감정은 무엇에 기반해 있으며, 변하지 않는 게 사랑이라는 통념은 무엇을 기반으로 지속되어 온 것일까.
'사랑은 결혼의 물적 토대가 되기에 너무 허약한 감정이다. 게다가 사랑은 일부일처제가 원하는 것처럼 고착화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임옥희,2010)
그럼에도 한나와 시몬은 아담을 두고서, 결혼까지도 결심한다. 떨어질 수 없는 어떤 고리가 이 둘 사이에 존재했을까. '권태와 피로'가 쌓인 만큼 '사랑과 경이'역시 내재된, 둘 사이에 쌓인 오랜 시간 때문이었나. 아마도 그랬으리라 짐작한다.
- 한나와 시몬, 그리고 아담 사이의 관계, 상상이 가능한 쓰리썸.
섹스는 인간 생산을 위한 노동이기도 하지만, 관계를 이루기 위한 언어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생식행위는 기술로 대체되고 있지 않은가. (아담이 줄기세포에 능한 연구자로 나오는 것 역시 이러한 배경 속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설정이다.) 한나가 임신을 한다는 것과 이 임신으로 세 사람 사이의 관계가 '탄로'나는 설정 자체는, 로맨스 스토리가 갖는 전형적인 결말이라는 점에서 좀 실망스러웠다. 조금 더 냉정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갔어도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 아빠가 누군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 나를 억압하는 기재가 있어야 내가 설명될 수 있다는 그 견딜 수 없는 모순,
사랑의 과정은 즐거웠어도 의도되지 않은 삼각관계가 드러나자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세 사람. '임신'을 해서, '게이'이기 때문에 '낙인'과 '책임'으로 얽히는 사슬 관계가 되지만, 사회에서 개념화한 관계를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그리려는 노력들을 시작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공존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억압인 걸 알면서도 히잡을 쓸 수밖에 없는 아랍 여성들처럼, 여성에게만 섹스의 흔적을 남기는 임신 때문에 고뇌하는 주인공 한나처럼, 나를 억압하는 기재가 있어야 내가 설명될 수 있다는 그 모순, 또 이걸 깨기 위해 운동-그게 폴리틱일 수도, 섹스일 수도 있다-하는 사람들의 존재....사회가 정한 금기에는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금기와 쾌락의 메커니즘은 항상 개인의 섹슈얼리티를 도마 위로 올린다. 감독은 이 현실을 날카롭게 조롱한다.
- 히잡과 남행열차 사이의 간극
절정은 남행열차다.(속으로 제발 내가 아는 그 노래가 아니기를 바랐으나!),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갔거나, 혹은 그 사회 내에서 성매매 현장으로 밀려나거나 했을 한국 여성들의 노래가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데.....오히려 시몬이 술을 마시던 바에서 남행열차를 부르던 한국여성들의 처지나 유럽 사회 내에서 히잡을 착용할 수 없는 아랍 여성들의 처지에서는 이 세 사람의 관계가 그다지 특별하거나 충격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문화적 지식과 감수성이 뛰어난, 빈곤하지 않은 사십대들의 삶, 사회의 최하위로 밀려나는 젊은 이주 여성들의 삶, 그 사이의 계급적 지위는 어쩔 것이냐. 난 솔직히 이게 더 중요하게 들어왔다. 사회적/문화적/계급적 배경들의 차이와 이 속에 놓인 섹슈얼리티는 분명 병렬로 놓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히잡과 남행열차가 상징하는 소외와 배제, 폭력, 순응의 카테고리가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견고한 톱니바퀴가 되고 있다. 한나와 시몬 아담, 이 세 사람이 볼트 하나를 뺀다 하더라도, 견고하게 물리어가는 그 톱니바퀴를 멈출 수 있을까.
보면서 그냥 툭툭 소리내어 말하고 싶었다. 답답하고 허탈하거나, 또 정말 공감이 될 때,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억누르려 할 때에는, 나직하게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space oddity, 고독하고 외로운 인간이란 존재들...
영화는 말로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는 모든 요소들을 다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볍다-사실 내용도 별 거 없다-
치밀한 심리묘사나 은유보다 이미지라는 직설화법에 승부를 거는,
톰 티그베어만 특유의 매력은 여전히 영화 속에서 꿈틀댄다.
밀라노의 기적을 봐야겠다.
<롤라 런>1999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2007로 우리를 매혹시킨 독일의 톰 티크베어 감독이 다시 한 번 우리의 뒤통수를 때린다. <쓰리>는 톰 티크베어 감독의 최고작이다.
차기작을 찍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짬을 내 서면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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