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만화영화책 - 2006/01/03 14:48

야수파(Fauvism)는 20세기 대표 화가중 하나인 마티스를 배출한 것 치고는 1905~07년 새 3년간 반짝한 파인가 보다. 마티스가 원래 변호사였다는 사실만큼이나 나름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전시회장을 둘러보면 중간 중간 마티스가 말한 어록이 적혀있었는데,

음... 마치 야수파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야수주의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시작이다."

"예술에서 말로 할 수 있는 건 유효하지 않다."

야수파는 그야말로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을 지향했다고 하는데, 실제 어느 초등학생은 어떤 그림을 보고는 "나도 그릴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치 아이들의 그림처럼 듬성듬성 빠진 것 같기도 하고, 단순화된 것 같기도 하고, 가려진 것 없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기도 하면서, 태양처럼 강렬하게 빛나는 색채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매혹되었다. 분명 어디에 걸려있어도 빛날 법한 그림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작품은 앙드레 드랭의 [육녀].

두 여인의 나신을 붉은 배경이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캔버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신에 눌려 강렬한 붉은 색조차 자자드는 기분이다.

그 옆의 알베르 마르케의 [아틀리에의 누드모델] 역시 강렬한 청록계열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나신의 강렬함을 누를 수 없었다. 특히 유난히 단정한 붉은 머리 아래로 목과 어깨선이 참 매력적이다.

 

 

처음 보게된 앙리 마티스의 작품 [과일이 있는 정물]은 놀라운 색의 편견에 대한 파괴가 느껴졌다. 이 그림이 말 그대로 '정물'로 보이는 게 참 신기하다. 색만으로 명암 구분이 되는 느낌.

 

라울 뒤피의 그림 중에는 묘한 느낌을 주는 게 몇 작품 있었는데, 

[카페의 테라스]는 그림 자체를 마치 볼록렌즈로 본 듯 테두리쪽이 왜곡되어 보였다.

한편 [상트아드레스 해변]은 굵은 면과 같은 테두리로 음영을 나타냈는데, 마치 하늘, 바다, 사람들, 배 등이 각자의 퍼즐과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이번 전시회 플랭카드와 티켓에 게시된 그림인 키스반 동겐의 [라플라자에서, 난간에 있는 여인들].

강렬한 색채와 눈에 확 들어오는 인물들... 속 편한 평면 같아보이지만 미소띈 입가 주변의 주름과 영롱하게 빛나는 반지가 시선을 적절하게 분산시켜준다.

특히 빛나는 반지, 정말 눈길을 끈다.

 

모리스 마리노의 [정원의 여인과 아이]는

왼쪽에 현관문이 보이고 그 앞에 여인의 뒷모습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 뒤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전체적으로 색이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에서 공놀이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희한한 건 이들의 뒤에 위치한 나무숲길과 나무들은 굴곡이 엄청 심해서 마치 조금만 발을 떼어 밖으로 나가면 왠지 모를 모함과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외딴 세계로 나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모리스 마리노는 유리공장에서 세공을 하던 사람이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창가에 바느질하는 여인]에 나타난 창문의 세공 표현이 죽여준다. 이 작품은 색이 많은 데도 시각이 분산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프리에즈의 [까시스의 깔랑끄]는 정말 독특한 느낌.

거대한 돌로 된 계곡 사이에 은밀한 옥빛 호수가 있다. 한 사람이 쪽배를 타고와 휴식을 취하고 있고, 하늘에는 오로라 빛깔 나는 둥근 띠들이 무지개 형태로 지나가고 있다.

마치 동양화같은 느낌도 드는데, 탁 트인 산수도 아니면서 냉정해보이는 옥빛의 작은 만이 착가워보이지 않는 희한한 그림이었다.

 

아주 어두운 색을 쓴 작품들도 있는데 오귀스트 샤보의 그림이 그러하다.

샤보의 [프로방스의 시장]은 어두운 색과 굵은 테두리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인물들이 일본만화 허리케인 죠나 보물섬의 존 실버를 연상시키는 각진 얼굴을 가지고 있다. 역시 샤보가 그린 [삯마차]는 색이 아니었다면 정말 물체가 뭔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지독하게 어둡다. 사람이나 동물도 면 몇개로 간략화해서 그런지 기계같다는 느낌도 든다.

 

전시관 중에는 마티스의 작품만 따로 모은 방도 있었다.

 

 

이 작품은 [희고 노란 옷을 입은 책읽는 여인]인데, 실제로 보면 여인보다는 꽃병의 꽃들과 양탄자의 역동성이 장난 아니다. 예전엔 그림의 지적인 분위기를 주기 위해 책 읽는 여인이 많이 등장했다고 하는데, 왠지 이 그림의 주인공은 책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는 듯...^^

 

마티스는 후반에 들어 동양화를 보고 매우 감명을 받았단다. 어떻게 색을 안쓰고 사물을 표현하고 움직임을 담아낼 수 있는가?

그래서인지 후반엔 석판화를 이용한 흑백작품이 많다.  옛날 모로코 왕을 모시는 할렘의 여인을 일컫는 오달리스크를 그린 그림이 많은데, 이상하게 야한 옷과 포즈에도 불구하고 캔버스를 똑바로 주시해서 그런지 별로 섹시하진 않아 보인다. 마치 아직 성에 눈을 뜨지 않은 소년이 그린 그림같다.

 

전시의 마지막에 와서 또 하나의 기쁨, 조르쥬 루오의 그림이 눈에 띄었다.

마티스와 피카소가 얼굴이라도 봤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루오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함께 영감을 나누고 예술을 나눌 수 있었던 비슷비슷한 시기에 살았다는 사실에 왠지 흥분되었다. 물론 서로 얼굴이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면서 주로 서민, 빈민을 많이 그린 루오는 후반에 와서 자신이 그릴 사람은 예수라고 깨닫고 예수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물론 저는 기독교인 아닙니다만 루오 그림은 왠지 모르게 좋더라고요.)

몰랐는데 루오도 마리노처럼 유리공장에서 일했는데, 세공을 한 건 아니고 틀을 만드는 일을 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루오의 그림은 액자가 필요없을 정도로 굵은 테두리로 틀이 지어져있는 그림이 많다.

 

 

* 관람료가 매우 쎄다(-_-)는 것 말고는 참 괜찮은 전시회 (-.-)b  2시간은 잡고 가시라~!

 

서울시립미술관 2006년 3월 5일까지

사진출처 : http://www.matiss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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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3 14:48 2006/01/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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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재유 2006/01/03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보고 싶었던 전시회인데, 제 여친이 마티스 그림 보고 나서 마티스에게 좀 실망했다고 해서 잠시 주춤했는데... 지니야 님 글 읽어보니 엄청 가보고 싶네요.*^^*... 근데 관람료가 매우 쎄다면... 일주일 치 생활비 정도 되나(5만원 정도)... 그럼 고민의 고민을 해야겠네요^^...

  2. jineeya 2006/01/03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유/옷, 오만원...O.O 제가 좀 소심해서요. 1만원이면 되거덩요?^^

  3. Dreamer_ 2006/01/04 0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저도 여기 가고 싶었는데.+_+ 기대되네요.+_+

  4. jineeya 2006/01/06 0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Dreamer_님에게도 즐거운 순간으로 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