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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속의 역사, 역사속의 노래 4

4. <전화카드 한 장>에 실어 보내는 동지애 (131호)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땐, 네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 말 한 마디, 다 못하고 돌아섰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했는데...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

 

92년 대통령 선거는 선거 국면이 늘 그렇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패배의식을 안겨주었다. 80년대 말 승승장구하던 노동운동 조직에 위혐을 느낀 자본과 정권은 전노협 출범과 같은 날, 기만적인 3당 야합을 단행했고, 이는 곧 단위 사업장을 넘어 총자본과 총노동의 전선을 형성하면서 엄청난 물리적, 이데올로기적 탄압으로 이어졌다. 91년 초, 육,해.공군 상륙작전으로 진압당한 현대 중공업 골리앗 투쟁과 강경대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열사정국, 그리고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간의 활동을 되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들레처럼>,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골리앗의 그림자> 등 서정적인 일상가요들이 이전의 행진곡풍의 투쟁가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불려졌고, 조직운동도 상대적으로 침체되었다. 

그렇게 스스로와 조직을 추슬러 가면서 맞이한 대선 국면은 그나마 안정적인 활동을 해오던 만은 조직과 단체들을 분열, 혹은 해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대통령 이름만 바뀐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수많은 동지들이 과거의 방식을 부정하며 떠나갔다. 대선의 후유증으로 지치고 무기력해져있던 93년 초, 꽃다지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조민하는 우연히 길에서 오래 전 같이 활동했던 옛 동지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동지가 자신을 보고 힘들어 보인다고 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전화를 하라면서 주고 간 전화카드가 바로 이 노래를 만들게 된 동기가 되었다. 93년 겨울 꽃다지 콘서트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에서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불리어지면서 공연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그 후로, 동지에게 전화카드를 선물하는 운동권 내의 유행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고, 활동에 지쳐 다소 이기적이 되기도 하고, 회의적이 되기도 했던 우리들에게 따뜻한 동지애로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적시곤 했었다.

 

93년 꽃다지 [비합법 음반 2집]에 수록되고, 94년 [꽃다지 공식음반 1집]에 재 수록된 이 노래는 <민들레처럼>, <행복한 인생>, <고귀한 생명의 손길로>, <강철 새 잎>, <네 가슴에 하고픈 말>,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 등 조민하의 서정적이고 섬세하면서도 삶의 모습이 담긴 주옥같은 노래들과 함께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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