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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속의 역사, 역사속의 노래 1

대학생신문 2001 3월 20일 부터 7회를 연재한 글입니다.

 

1. 부르는 사람이 주인인 노래 <천의 얼굴을 가진 불나비>(128호)

 

노래는 목적의식적으로 부르고 다니는 주체가 있어야 보급된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 할지라도 그것이 불려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누군가에게 들려지고, 또 불려지길 원하면서 창작을 하기 때문에. 그러나 목적의식적으로 보급되어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게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는 노래가 바로 불나비이다.

노동자가 공동 창작한 전형적인 8비트의 마이너 곡, 당시 노래들의 대부분이 학생과 지식인들 중심으로 불려지면서 현장으로 들어왔지만 관념적인 가사와 고급음악적인 형식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별로 불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야학이나 소모임을 통해서 대중가요의 노래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에가 더 많았다. 불나비는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어 오던 몇 안되던 현장의 노래 중 하나이다.

 

일단 초기 민중가요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약간 어둡고, 무거운 노래로 불려졌던 불나비는 창작 당시 노동자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70년대 후반, 유신체제로 억압받던 시대, 기독교 학생운동이 전체 운동을 이끌고 가던 시대, 야학이나 소모임 통한 노동운동이 조십스럽게 진행되어가던 시대. 청계 피복노조, 동일방직, 원풍모방, 70년대 말 바로 그시대.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삶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노래가 불나비이다. 원곡에서는 노동자란 말 대신 불나비라고 불려졌다. 그러다가 87,88년 투쟁을 거치면서 노동자가 주체적 자각을 통해 이후 불나비라는 표현대신 노동자란 말을 직접쓰게 된 것이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변화해왔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리듬으로 변주가 자유로운 8비트곡이었기 때문에 전형적이 8비트리듬으로 기타 하나로 붙점없이 읖조리듯 부르다가 80년대 중, 후반에는 베이스를 강조한 셔플리듬으로 불렀다. 그러다가 다시 90년대 중반부터 일렉기타의 사운드가 강조된 8비트의 록으로 변화해 온 것이다.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는 단지 노래가 변했다는 것만이 아니라 시기마다 운동을 주도해온 대중츨이 어떤 정서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현장에서 가장 긴 생명력으로 그것도 큰 인기를 구가하면서 불려진 노래 '불나비'는 그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그래고 현재에도 다양한 느낌으로 불려지고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노래이다.

 

 

[수록음반]
1984년, 민요연구회4집 [첫새벽] 중 김애영 노래
1988년, 예울림 1[지리산, 너 지리산이여] 중 김아란 노래
1995년, [노동가요 공식음반2] 중 류금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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