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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25
    불곡산(1)
    풀소리
  2. 2006/02/22
    패배, 그 익숙함에 대하여...(1)
    풀소리
  3. 2006/02/19
    (4)
    풀소리

불곡산

벌써 3주가 되었구나. 불곡산을 다녀온 지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글 쓰는 게 점점 게을러진다. 물론 사정이야 있겠지만...

 

지난 2월 5일, 고양시에 사는 당원들 일부가 불곡산 산행을 가기로 했다. 함께 가는 이는 최경순 + 김양희 + 최성연, 남정석, 배현철 + 준혁 + 수빈, 그리고 오동식, 모두 합쳐 성인 5명, 아이 3명이다.

 

11시에 오동식이 사는 부로농원으로 모였다. 산 속 작은 분지에 자리잡은 부로농원에는 밝은 햇살이 완연한 봄날처럼 환하게 넘쳐나고 있었지만, 집 뒤에 숨겨진 연못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그래. 아직은 겨울이지...

▶ 얼음이 두껍게 언 부로농원 연못(왼쪽부터 풀소리, 남정석, 성연)



오동식이 준비를 하는 동안 연못에서 얼음을 탔다. 제법 미끄럽다. 정석과 성연이 따라 들어왔다. 이런 곳에 살면 아이 썰매라도 만들어 줄 터인데...

 

배현철은 도중에 만나기로 하고 일단 출발했다. 부로농원에서 필리핀 참전비를 지나 중남미문화원이 있는 고양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도시 속이면서도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여 언제 지나도 정겹다. 고개마루에서 배현철을 만나 2대 차량이 앞뒤로 나란히 달렸다. 장흥 유원지에서 말머리고개로 올라가는 길은 온통 여관과 음식점으로 가득하다. 주변에는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장군의 묘소가 있고, 깊은 계곡은 풍광이 수려했으련만, 식물의 성기인 꽃을 몸통보다 더 크게 개량한 개량화들을 볼 때 몸통이 보이지 않듯 온갖 치장한 건물에 가려 풍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동식의 표현을 빌면 그래도 말머리고개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경치는 일품이라고 한다. 차를 멈추고 풍경을 감상하지는 못하고, '어디 어디' 하며 다투어 고개를 돌려 북한산 쪽을 바라봤다. 봄이라 시야가 흐리지만 히말리야 고산준령 어디엔가 와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기산저수지를 지나 광적면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두와 칼국수를 파는 음식점이 보였다. 무턱대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음식 맛이 좋다. 아이들과 남정석은 고기만두, 나와 김양희는 김치만두국, 배현철과 오동식은 칼국수. 모두 자신들이 주문한 음식에 만족하는 눈치다.

  ▶ 질탕한 농담은 사진에까지 이어진다. 오동식(왼쪽)을 바라보며 펴보이는 '4'는 뭘까?

 

음식점에서 불곡산은 빤히 보인다. 당초 오동식과 남정석, 그리고 나도 불곡산 능선을 종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아이들을 데리고 능선을 종주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종주할 사람은 종주하고, 나머지는 불곡사 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갑시다.'
'좋아요. 좋아요.'

 

오동식은 난감해하고, 아이들과 막걸리를 좋아하는 남정석은 좋아한다. 자기는 아이들과 어울려 불곡사 쪽으로 올라갈 것이고, 더욱이 가져간 막걸리 3병이 있는 한 굳이 종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투다. 결국 모두 불곡사 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불곡사까지는 포장이 되어있다.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아니라도 종교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절이라도 대부분 도로가 나 있다.

 

불곡사 오르는 길에는 임꺽정의 생가터 등이 있고, 임꺽정의 전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불곡사는 조그만 절이다. 커다란 느티나무로 미루어 볼 때 예전부터 절이 있었겠구나 하지만, 여전히 작은 절이다.

▶ 우리는 '1'이다. 오동식에게 밀린다.

▶ 아이들 때문에 떨어져 올라온 배현철은 뭔지 모른다. 그렇지만 자기도 '1'이란다.

▶ 남정석은 'X'란다. 요즘 사정이라나^^

 

약수터에서 돌아가며 물을 먹고, 사진을 한 장씩 찍고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포장도로에서도 계속해서 장난을 치던 아이들은 가파른 산길을 접어들면서도 장난이 멈추지 않는다. 장난이야 당연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징표겠지만, 혹여나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빠. 얼마나 더 가야 돼?'

 

금세 지친 성연이가 묻는다.
정상부분은 커다란 암괴(돌덩어리란 뜻인데, 암괴라는 말이 더 실감난다. 나만 그런가?)다. 밧줄을 타고 올라, 또 밧줄을 타야 한다. 소심한 난 성연이를 설득하려 애썼다. 여기서 기다리다 내려가자고 말이다. 그러나 웬걸, 준혁이가 올라가겠다고 씩씩하게 줄에 매달린다. 그런 준혁이를 보고 성연이가 줄이 있는 암벽으로 내달려 간다. 에라 모르겠다.

▶ 줄에 매달린 성연이. 그래도 다 올라 왔군.

▶ 에공~. 저누무 시끼 때문에~~. 김양희도 올라오고.

 

아이를 어른들이 위아래서 끌고 받치며 간신히 올라갔다. 이번에는 김양희가 문제다. '우쒸~ 저놈이 안 올라왔으면 나도 안 올라왔을 텐데.' 그런데 어쩌랴. 애들 따라가야지. 힘겹게 올라온 정상은 그래도 좋다. 이곳 정상에는 특이하게 돌 틈이 굴처럼 나 있다. 준혁이와 성연이는 돌 틈으로 들어가 서로 좋다고 논다.

▶ 굴 속에 들어가 좋아하는 준혁(왼쪽)이와 성연이

▶ 정상에 올라온 기념으로 사진 한방.

 

싸온 도시락과 막걸리를 먹었다. 산에서 먹는 막걸리는 언제라도 맛있다. 3통이 언제 사라졌는지 순식간이다. 먹고 나니 내려가는 게 난감하다. 다행이 밧줄을 타지 않고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아이들을 위아래서 내려주고, 받아주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암벽 높이만큼 낙엽이 덮인 가파른 길로 내려왔다. 험한 곳을 다 내려왔다는 안심에 낙엽 위에 앉아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왔다. 장난기가 동한 성연이는 다시 올라가겠다고 한다. 젠장.

 

산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위험하다. 더욱이 앞뒤 재지 않고 장난치는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도 호젓한 산길은 참 좋다. 불곡사에 내려와 다시 물 한잔씩하고는, 약수터 물받이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성취도 기원해봤다.

▶ 하산길.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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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그 익숙함에 대하여...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선거] 에 관련된 글.

"승률이 얼마나 됩니까?"

"한 20-30%는 됩니다."

"대단하십니다. 난 고작 10% 정도입니다."

 

민주노동당에서도, 민주노총에서도 중요한 표결에서 이긴 게 정말 10%는 될려나.

위기도 일상화되면 위기가 아니듯이 패배도 일상화되면 패배의 아픔도 무뎌지려나...

아픔이 무뎌지는 건 더 큰 패배겠지.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것이니까.

 

어제(오늘 새벽까지) 민주노총 선거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실 것이다.

답답했다.

답답함의 극치는 모든 후보들이 '비정규직 투쟁'을 얘기했지만(간혹가다 자민통의 '당선부적' '통일'을 섞어 외치는 후보도 있었지만) 정작 전비연 후보 이남신 동지가 낙선한 부분이다. 4명을 선출하는 남성부문 부위원장 중 자민통(어용과 기회주의자들 포함)이 자파 2명과 서울시장 후보를 목표로 새롭게 결탁한 허영구씨에게만 표를 몰아주고 이남신 동지에게는 배타적인 투표를 한 결과이다.

 

물론 선거 이전에 결과는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안건에도 올라왔을 뿐만 아니라 모든 후보들이 선거기간 동안 '민주노총 혁신'을 얘기했지만, 민주노총은 정작 무엇이 혁신인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었고, 혁신을 위해 단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민주노총, 민주노조라고 이름 붙이기 낯부끄러운 KT노조에 대한 '제명 건' 처리와 '폭력행위 금지 건'의 처리에서 민주노총(대의원들)이 현재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위 두 안건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묻는 표결 결과를 먼저 말하면, 앞의 것은 624명 중 245명 찬성으로 부결, 뒤의 것은 597명 중 310명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민주노총이 혁신을 얘기하려면 명백한 어용행위와 노골적인 선거 부정행위, 사측의 공공연한 개입과 그에 힘입은 집행부와 대의원 등등. KT노조를 제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민통의 핵심 대의원들은 '징계 절차'나 '민주노총 윤리위원회' 등을 이유로 제명 건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징계기관이나 윤리위원회는 사실상 식물화를 지나 화석화 단계로 접어들었기에 그곳을 거치자는 것은 징계를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런 사실은 말하는 그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KT노조 제명안은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폭력행위 금지 건'은 더욱 황당하다. 사실 정파를 떠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폭력으로 얼룩지는 것을 좋아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가까이 들여다보면 민주노총 내 폭력사태는 우리 사회의 폭력사태와 흡사하게 닮아있다. 거대한 권력에 대한 소수자의 마지막 항변이라는 면에서 말이다.

 

민주노총이라면, 더욱이 혁신을 말한다면, 소수자의 입과 몸짓을 막기 전에 소수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내고 존중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당연한 것이다. 혁신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사정을 들어 감비를 비롯한 여러 대의원들이 간곡히 호소하였음에도 '자민통' 일파 대의원들은 냉담하게 안건 채택을 강행했다.

 

그들이 말한 '혁신'은 결국 자파의 꼴같은 권력을 위해 언제라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헌신짝'에 불과한 것이었고, 자신의 추한 모습을 가리기 위한 가면에 불과한 것이었다.

 

'민주노총 이가 갈린다'는 전비연 부의장이기도 한 후배 류재운의 일갈은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뜨겁게 내리꽃히는 비수이다. 정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자본과 자본가 권력은 2007년부터 '민주노조 박멸'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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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 사업장에 들렸다 오니 운수4조직 집회시간이 지났다. 늦었다.

사무실에서 간단히 처리할 것을 마치고 전철역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문득 지나는데, 근로복지공단 담벼락 옆 잔디밭에 냉이가 자라고 있다.

스쳐 지나가다 다시 와보니 냉이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봄풀들이 땅을 뚫고 있고, 자라고 있다.

봄이다.


옛날에는 사람들도 동물들처럼 발정기가 있었고, 그게 봄이라고 한다.

원시의 야성을 잃어버렸을지라도, 봄의 각도 높은 환한 햇살 탓인지, 난 봄이 되면 몸과 정신이 한결 좋아지곤 했다. 적어도 작년까지...

그런데 올해는 봄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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