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6/11/16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11/16
    늦가을 진주성에 가다.(2)
    풀소리
  2. 2006/11/16
    운수산별, 통합연맹 가결(2)
    풀소리

늦가을 진주성에 가다.

풀소리님의 [운수산별, 통합연맹 가결] 에 관련된 글. 

1.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진주성에 갈 수 있었던 건 내겐 행운이었다. 시베리아에서 갑자기 불어온 찬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하였지만 티끌 하나 없는 차갑고 맑은 공기와 흰구름 날리는 파란 하늘, 햇살 반짝이는 맑은 강물, 최근에 내린 비로 마지막 색감이 곱게 울어난 단풍 등 진주성은 그야말로 절경 그 자체였다.


늦가을 진주성의 풍경

 

2.

지난 14일. 난 진주로 긴급 호출되었다. 진주의 조합원들이, 간부들이 다음날 있을 운수산별 전환 및 통합연맹 가맹 조합원투표의 찬성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13일 긴급하게 요청이 왔다.


‘무슨 교육 요청을 자판기에 커피 뽑듯이 다그치냐?’며 투덜대는 내게 우리 수석부위원장은 ‘그래도 교육 요청하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한다.

그렇다. 고마워해야지...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왔지만, 진주 교육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이다. 이래저래 오전 교육은 취소되었다. 오후 교육은 3시부터이니 최소한 2-3시간이 빈다.


어디서나 자투리 시간이 나면 주변을 쏘다니는 나로서는 오랜만에 온 호기이다. 어떻게 무엇을 하며 기회를 살릴까?

단풍이 곱게 든 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구름이 펼쳐져 있다.


3.

난 교육 때문에 함께 간 임성규 통합연맹추진 집행위원장의 눈치를 살폈다. 물론 내심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선배님, 주변 구경이나 가죠?’

‘그럴까요.’


우리는 차를 몰고 나왔다.

 

‘선배님, 진주성 가보셨어요?’

‘아니요.’

‘거기나 가죠?’

 

촉석루 근처에서 바라본 남강. 단풍빛이 너무나 고왔는데, 사진은...

 

임선배는 시인에다 소설까지 쓰신 분이니 흔쾌히 따라나설 줄 알았지만, 진주성이 내심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진양호에서 낚시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고, 어디 낚시할 곳이 있을 거라는 등 낚시에 집착을 하신다. 심지어 차 트렁크에 낚시도구를 늘 가지고 다니신다고 하신다. 잘못하면 말리겠다.


나는 낚시 얘기에 시큰둥해하며 진주성 쪽으로 길을 안내했다. 진주는 처갓집 동네이니 길은 내가 좀 더 잘 아니 진주성 근처까지만 가면 대세는 내 뜻대로 되지 않겠는가!


당당한 누각인 촉석루/ 현판이 또 하나 있어 보니 남장대다. 전쟁이 나면 장군의 지휘소로 사용됐나 보다.

 

4.

이윽고 진주성이다. 직진하면 정문 주차장인데도 운전대를 잡은 임선배가 우회전을 하는 등 약간의 진통이 없던 건 아니지만 마침내 북문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었다.


촉석루에서 바라본 진주성/ 늦가을 단풍이 여전히 아름답다.

 

진주성은 두 번째 오는 건데, 먼저 번보다 작아 보인다. 한해살이 꽃들은 이미 다 져서 청소를 마친 상태고, 낙엽이 져 가지가 많이 성글어진 나무들, 더욱이 맑은 공기 때문인 것 같다. 집을 헐고 나면 터가 의외로 좁아보이는 그런 이치겠지...


북문을 들어서 언덕길을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눈길은 하늘로 향했다. 단풍 사이로 파란 하늘에 속도감 있게 죽죽 뻗어 있는 희디흰 구름들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황토돗배/ 햇살 반짝이는 남강 가운데 홀로 떠 있다.

 

진주성에 왔으면 촉석루를 봐야겠지. 북의 부벽루, 남의 촉석루라는 말이 있듯이 30개 열주가 떠받치는 20칸이나 되는 촉석루는 당당하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누마루에 올랐다. 그곳에서는 햇살 반짝이는 남강물도, 마지막 단풍빛을 뿜어내는 성내 풍경도, 건너편 시내도 한눈에 들어왔다.


아래 홀로이 떨어져 있는 의암/ 논개의 순절 장소이다.

 

촉석루 밑으로 논개가 순절한 의암(義巖)이 있다. 강물 옆이니 더더욱이 가고 싶다. 강가에는 황토돗배가 놓여있고, 파란 하늘, 파란 강물이 햇살에 빛나고 있다.


의암을 보다 뒤돌아보니 하늘과 강물이 온통 파랑색이면서도 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일정과 일정의 틈새에 놓인 자투리 시간이지만, 늦가을의 진주성은 잠시나마 세상을 잊게 한다.

 



의암에서 올려다 본 진주성과 하늘/ 참 예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운수산별, 통합연맹 가결

오늘은 우리 사무실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떠서 하루를 보냈다. 어제까지 있은 운수산별노조로 전환투표와 통합연맹 가맹 투표에서 투표에 붙인 모든 조직이 가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정말 가능할까?’하는 운수산별노조, 통합연맹이 현실화된 것이다. 우리 민주버스야 대세가 그러하니 그렇다고 쳐도 가장 우려했던 철도와 화물이 조직전환 한 것은, 그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찬성율은 간부들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어제 오후 철도노조의 개표를 보면서, 운수노조가 이렇게 건설되는구나 하면서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거 같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더욱이 오늘 아침 6시 30분에 끝난 화물의 개표 결과는 84%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거였다.


민주버스 88%, 화물 84%, 택시 87%, 철도 68%. 정말 꿈만 같다. ‘혁명을 건설하는 건 네프스키 대로가 아니’라며 혁명보다 혁명을 건설하는 게 어렵다고 설파한 레닌의 말처럼 앞으로 넘어야 할 고개들이 많지만, 나중에 삼수갑산을 갈지언정 이날의 감격은 감격인 것이다.


간부들이 놀랄만한 결과! 그랬나보다. 간부들의 우려와 달리 현장 동지들은 운수산별을, 통합연맹을 열망했나보다. 현재의 지지부진한 노조운동에 절망했나보다. 아직도 전체적으로는 희망을 찾고 있나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