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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4/04
    로또 외엔 방법 없다!(5)
    풀소리
  2. 2005/04/02
    체벌을 논하다.(3)
    풀소리
  3. 2005/03/30
    처음하는 학교 운영위원 회의(1)
    풀소리

로또 외엔 방법 없다!


오호라~ "로또 외엔 방법 없다"!

이 얼마나 시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인가.

더욱이 '방법'을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연대정신'과 '인류애'.

 

아직까지 로또 한장 사지 않았던 나까지 흔들리게 한 저 강력한 '선동'의 효과에 대해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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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을 논하다.

학교 운영위원회의 두 번째 이야기.

 

어제부터 2005년도 학교 운영위원 임기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정기 학교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안건이 8개였고, 이것을 모두 처리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 3시간이 지나면서 교장, 교감 선생님은 지쳐있음이 얼굴에 완연했다. 회의 끝나고 교장선생님은 다음부터는 회의 시간을 줄이자고 강력(?)하게 주창했다.



겨우 4시간 가지고 뭘~~ ^^ 우리는 16시간 회의, 끝장토론도 하는데.
어찌됐든 일사분란하고 짧은 회의에 익숙한 원로급(?) 선생님들에게는 4시간 회의가 버거웠나보다.

 

안건 중에는 학교규칙 개정이 있었다.
올해부터 매월 1회씩 토요휴업이 있는 관계로 수업일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개정은 불가피하였다. 동시에 교사 체벌에 관한 조항에 대해서도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개정전>
제45조 6)체벌을 가하기 전 또는 가한 후에는 반드시 학부모에게 체벌의 이유와 그 결과를 전화·편지 또는 직접 상담을 통할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
제45조 6)체벌을 가하기 전 또는 가한 후, 체벌교사는 교사로서 판단에 따라 당해 학부모에게 체벌의 이유와 그 결과를 24시간 이내 전화·편지 또는 직접 상담을 통하여 통지할 수 있다.

 

놀라웠다. 이런 규칙이 있었다니. 교사 체벌에 대하여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위 규칙은 무척 과격할 정도로 진보적인 규칙이 아닌가.

 

반면 개정안은 교사의 재량에 모든 것을 맡긴, 실제로는 '규칙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개정안을 제출한 교사위원은 주임(무슨 주임인지는 아직 모름)교사로 급식위원회 학생참여를 '아직 미성숙하여 판단력이 의심스럽고, 법적으로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반대한 바 있는 선생님이었다. 개정안 설명에서 체벌 전후에 '반드시' 학부모에게 통지하는 것은 교사들의 교육의지를 꺾는 효과가 있음을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물론 나는 개정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상식과 양심을 성문화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할 때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규칙은 결과적으로 교사의 상식과 양심을 일상적으로 배반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문화된 '규칙'을 '교사의 양심'으로 대체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교사의 양심을 믿는다면 성문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수정발의했다.

'교사로서 판단에 따라 당해 학부모에게'를 '교사로서 판단 및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당해 학부모에게'로 학부모의 권리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었다.

 

모든 위원들이 동의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정경화 동지가 수정안을 발의했다.
맨 마지막 문구를 '통지할 수 있다.'에서 '통지해야 한다.'로 못박아야 한다는 요지였다. 의무 없는 규칙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술렁이며 논란이 있었고, 각자의 교육철학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 학부모위원은 '우리 딸이 중2인데 다른 애가 잘못했는데도 모든 아이들이 매를 맞았다. 허벅지에 피멍이 들도록 매를 맞았는데 누구 하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면서 사랑의 매는 당연하다며 수정안 발의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옆에 있던 3명의 엄마위원들도 맞장구를 쳤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상식이 스스로 상식임을 입증하던가, 또는 누군가가 왜 상식인지를 입증시켜야 할 판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많은 엄마들 체벌에 대하여 그 학부모위원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단다. 어찌 보면 다행인가. 내 둘레에는 누구도 노골적인 체벌찬성론자가 없었고, 심지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고 하는 체벌 절대 반대론자들도 많은데, 이렇듯 많은 엄마들이 노골적으로 체벌에 찬성한다는 사실을 알게됐으니 말이다. 사실을 사실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

 

난 급히 수정안을 제출했다.
수정된 원안 말미에 '단, 학부모의 요청이 있을 시 반드시 통지하여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넣는 것이다.
교장, 교감 선생님은 지쳐서 그런지 아니면 내 의견에 동의해서 그런지 곧바로 동의의사를 표시했다. 다른 이견이 없었으므로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체벌은 참으로 어려운 주제이다. 대학시절 교육학시간에도 논란꺼리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체벌을 노골적으로 동의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그것이 그 엄마들의 교육열의 한 표현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과 사회의식 수준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참으로 멀고도 험하여라! 우리가 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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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하는 학교 운영위원 회의

투표에서는 졌지만 학교는 변하고 있다.

 

학교 운영위원이 되었다고 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역시 '교육', '학교'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많은가 보다.

 

어제 제1차 임시 학교 운영위원회가 있었다.
어제 회의의 주요 안건은 1. 지역 운영위원(2명) 선출의 건 2. 운영위원장 및 부운영위원장 선출의 건이었다.

 

우리(정경화 동지하고 나)는 이재정 부위원장(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을 지역위원으로 추천했다. 교장 선생님은 지역의 재력가인 마을버스 사장을, 작년 운영위원장은 농협 조합장을 각각 추천했다.
 
후보들이 유세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됐다. 추천 후보라서 선택권이 있다고 한다. 내가 추천한 이재정 부위원장은 유세에 참여했다.

 

앞서 말한 대로 지역 운영위원 선출 전에는 학부모 운영위원 7인, 교사 운영위원 6인 총 13명이다. 이 중 전교조 선생님 3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우리 2명, 전교조 3명 도합 5명이 모두 이재정 부위원장에게 투표하면 5표다. 무조건 당선이다. 최소 2위로라도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교조 선생님 중에 이재정 부위원장이 지역 운영위원에 나오는 것에 부정적인 분이 있었다. '이전에도 잘 해왔으니 괜히 학교장이나 다른 쪽 운영위원들하고 부딪칠 일이 없다'는 생각을 정경화 동지를 통해 전해왔다.

 

황당하다. 다른 학부모 운영위원은 모두 한나라당이다. 이들과 부드럽게 뭘 할 것인가. 전교조가 우리들이 운영위원이 된 것을 발판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우리들에게 될 수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전교조 고양지회에도 연락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최대한 설득해보겠다. 현 수준이니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뜻을 듣고 지역위원회에서는 후보를 낼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이 있었나보다. 나는 무조건 강행을 고집했다. 그렇게 해서 이재정 부위원장만 나와서 유세를 했다.

 

투표에 돌입하기 전 전교조 선생님 한 분이 긴급발언을 신청했다. '3명 후보가 동수로 표를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의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13명의 운영위원이 모두 투표를 하면 기권이나 무효가 없는 한 1차에서 3명이 동수가 나올 수 없다. 결국 자신 또는 전교조 선생님 중 한 분이 무효를 던지는 상황을 제시한 것이었다.

 

나는 참으로 화가 났다. 그래서 오히려 발언을 했다. '1차에서 동수가 나오면 어차피 2차 투표도 같을 것이다. 그러니 나이순으로 하자'고 했다. 2차 투표를 생략하자는 것이었고, 우리 후보가 최연소이니 감수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교조에 들으라고 일부러 발언을 했다. 3명 후보가 4표씩 얻었고, 무효 1표가 나왔다. 결국 이재정 부위원장은 떨어졌다.

 

운영위원장 선출은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다. 어차피 우리는 되지 않을 터였으니까. 그래도 학부모 위원 중 최다득표 당선자인 정경화 동지가 부위원장으로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7:6으로 2등을 했다. 정경화는 싹싹하게 결선투표를 포기했다. 그래도 6표를 받은 게 신기하다. 우리 둘과 전교조 셋 이외 누가 1표를 던졌을까?

 

투표에서는 졌지만 우리가 운영위원이 되면서 학교는 많이 바뀌고 있다. 일종의 자진납세다.
우선 학부모 급식이 없어졌다. 고양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학기초에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걷어 교실 미화에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하는데, 학교장이 돈 걷는 것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학교장이 마인드가 다른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교조 측에서는 우리 때문에 변한 것이라고 한다.

 

어찌됐든 변화는 있다. 그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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