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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1
    2008 & 2009(4)
    풀소리
  2. 2008/12/28
    렛미인
    풀소리
  3. 2008/12/27
    벼랑 위의 포뇨
    풀소리

2008 & 2009

1. 2008년 마지막 순간을 보신각 앞 4거리에서 맞았다. 물론 2009년 첫 순간도 거기서 맞았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최소한 이곳 진보넷에 둥지를 튼 이들에겐 매우 힘든 한 해였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올 해 뉴스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놈의 미친 MB와 그 일당의 노골적인 작태들은 보고 있다는 것마저 힘들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축제의 장인 보신각 타종식. 그러나 올 해는 분노의 공간이었고, 분노를 외면한 이들의 일방적인 놀이의 공간이었다. 6시가 안 되어 도착한 해저믄 보신각 앞 4거리에는 이미 진주한 경찰들이 바리게이트를 쌓고 있었다. 그들은 시민들을 향해 바리게이트를 쌓음으로써 자신들이 반민중적인 정책으로 일관했음을 노골적으로 인정했고, 분노를 진압하기 위해 기꺼이 축제를 망치겠다고 선언했다. 어제 서울에 동원된 경찰 숫자가 3만이라는 얘기도 있다. 제길... 종로 보신각 앞 4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이명박 물러가라!'를 외쳤다. 본격적으로 모인 인파는 정권퇴진을 요구했다. 공연은 순전히 그들이 그렇게 장악하고자 애쓰는 공중파를 위한 것일 뿐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은 오히려 공연의 중단을 요구했다. 타종이 끝나고 나서 종로로 길게 거리를 메운 시민들은 하늘을 향해 한없이 한없이 폭죽을 쏴댔다. 마치 분노하고 절망한 팔레스타인 전사들이 하늘을 향해 하염없이 소총을 쏘아대듯이... 행주산성 해맞이 행사에 참석한 심상정 대표와 진보신당 당원들 2. 2009년 해맞이는 행주산성에서 심상정 대표를 포함한 진보신당 당원들과 함께 했다. 일부러 조금 늦게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행주산성 오르는 길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고양시 사람들이 모두 왔나봐.'라는 어떤 이의 말이 저절로 수긍이 될 정도였다. 새로 떠오르는 해를 본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그래도 굳이 인산인해의 사람들을 뚫고, 추운 새벽바람을 가르며 산 위로 올라갔다. 해는 사람들의 환성과 함께 떠 올랐다. 나는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아내의 소원을 포함해서, 내 소원을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소원이 들어질 지 아닐 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니까 그 자체로 충분하다. 막 떠오르는 2009년 새해 3. 이번 주는 불과 3일 뿐이었지만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보냈다. 그리고 불과 며칠 남지 않은 날들을 착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 한 해는 파란만장한 한 해였다. 세상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많은 고통이 있었다. 정말 많은 절망이 있었다. 상실감. 맞다 상실감으로 시작한 한 해였다. 촛불을 보면서 희망을 갖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그런 절망감이나 상실감이 많았지만, 많은 즐거움도 있었고, 많은 행복도 있었고, 또 많은 미안함도 있었다. 일일이 만나서 마음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자리를 빌어 함께 있어 즐거웠고, 행복했던 이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많이 미안하게 했던 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새해에는 희망이 있을까? 글쎄... 희망이 없어도, 우리 후배들, 우리 후손들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뭔가를 해야겠지... 사실 도무지 엄두가 안 나는 새해다. 매년 만들었던 웹연하장도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아 못 만들었다. 그래도, 그래도... 모두 건강하시길... 용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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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그러고 보니 요즘 영화를 제법 보는 것 같다.

그것도 혼자서...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렛미인 포스터

 

 

1.

 

스웨덴 영화라니... 더욱이 내용은 모르지만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찬사와 추천을 받은 사랑영화라니 안 볼 수 없잖아???

북극에 가까운 나라, 겨울이 긴 나라, 겨울에 밤이 아주 긴 나라, 스웨덴의 사랑 이야기라는 얘기만으로도 난 이미 이 영화에 매혹되어 있었다.

 

밤 하늘 엷은 조명 사이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

이 영화는 천천히 내리는 눈처럼, 어둠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작한다.

그러나 곧바로 나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여주인공 이엘리는 뱀파이어다.

이엘라와 같이 사는 이는 이엘리의 아빠인 줄 알았는데 사실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다.

(참고로 뱀파이어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12살 쯤이라고 얘기하지만 몇 살인지는 알 수 없다.)

 

 

이엘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사람을 죽여 피를 받아오는 이 남자. 죽을 때도 마지막 피를 이엘리에게 준다. 어떤 사이일까???

 

 

그는 정기적으로 피를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이엘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그의 준비물은 마취제, 밧줄, 칼, 피를 담을 플라스틱 통, 도구를 담을 가방 등이다.

 

준비가 끝났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척 하다가 마취를 시키고는 거꾸로 묶어놓고 멱을 딴다.

마치 돼지 피를 뽑듯이...

 

제길!

내가 상영관을 잘못 찾았나?

하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잔인한 장면이 처음부터... ㅠㅠ

 

 

2.

 

물론 영화는 끝날 때까지 내게는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물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공포'가 아니니 공포를 증폭시키는 특별한 장치는 없다고 해도 좋다.

(나처럼 호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집앞 놀이터에서 규빅을 가지고 얘기하는 오스칼과 이엘리

 

 

물론 이 영화는 광고대로 사랑 영화다.

12살 8개월 9일(얘들은 이걸 다 기억하나보다) 된 남자주인공 오스칼은 학교에서 급우들로부터 매일 괴롭힘을 당한다.

말하자면 왕따다.

복수를 꿈꾸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꿈일 뿐이다.

힘들 때 집앞 공터에 나와서 이런 저런 공상을 하는데 하루는 처음 보는 이엘리 라는 여자아이를 만난다.

이엘리는 매우 외로와 보였지만, '나하고 친구할 생각도 하지마.' 라며 쌀쌀하기만 하다.

그러나 서로 외면하기엔 둘 다 너무나 외롭기만 하다.

둘은 오스칼의 큐빅을 매개로, 그리고 괴롭히는 애들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서로 가까워진다.

 

이엘리가 뱀파이어임을 알고도 받아들이는 오스칼

 

 

시간이 지날수록 피를 뽑혀 죽음을 당하는 살인 사건이 늘어난다.

오스칼은 결국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걸 알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 뱀파이어라는 사실에 이엘리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오스칼을 찾아온 이엘리는 문밖에서 '너를 초대해'라고 말해달라고 오스칼에게 요청한다.

들어가게 해줘. 이것이 'Let me in'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Let the right one in.'이고...

오스칼은 끝내 이엘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고 집안으로 들인다.

 

'너를 초대해라고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

오스칼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이엘리의 머리와 눈, 코 그리고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놀란 오스칼은 '너를 초대해'라고 말하면서 이엘리를 꼭 안아준다.

뱀파이어임에도 이엘리를 멀리 할 수 없다.

 

오스칼은 모르스부호를 배우고, 이엘리에게도 가르쳐 주어 낮에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이엘리와 벽을 통해서도 서로 교신한다. 

 

벽을 사이에 두고 이엘리와 모르스부호로 교신하는 오스칼

 

 

3.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라고 이엘리는 말했었고, 눈내리는 창문 너머를 촛점잃은 흐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예전에 서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마주댔던 흔적으로 더듬고 있는 오스칼이 마지막 장면이다.

(물론 처음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몰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스칼이 이엘리를 위해 사람을 죽이며 피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 될 지, 아니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될 지... 

 

 

마지막 오스칼로 하여금 이엘리와의 흔적을 더듬게 만든 장면

 

 

그러나 분명한 건 사랑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거다.

'미래'를 예상해 '현재'를 손상시키는 비겁한 것이 아닌 그런 사랑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랑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눈덮힌 스웨덴의 서정적인 풍경과 끝까지 유지하는 느린 흐름은 그 자체로 이 영화가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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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포뇨

 

왜 이런 일이??? 포스팅을 끝내고 등록을 누르는 순간 모두 날아가버렸다...

 

벼랑 위의 포뇨

 

 

벼랑 위의 포뇨. 본 이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 같다. 순박한 동심을 주로 본 이들은 환호하고, 줄거리를 유심히 본 이들은 매우 폄하한다... 그럼 나는??? 나는 워낙 제도권 교육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 영화를 볼 때 비판적으로 보기보단 일단 흡수하고 본다. 포뇨도 마찬가지고...

 

인간을 혐오해 스스로 물고기가 된 포뇨 아빠 후지모토

 

 

영화를 보면서 나는 포뇨의 아빠인 후지모토에게 집중했다. 인간들의 제어 불가능한 욕망과 그 욕망 때문에 파괴되는 자연환경을 보면서 인간에게 환멸을 느껴 스스로 물고기가 된 이다.

 

포뇨는? 아빠와 반대로 물고기에서 인간이 되고자 한다.

아빠 후지모토는 포뇨의 꿈을 당연히 위험스럽게 생각한다. 어떻게든 막아야지...

 

바다의 여신인 포뇨 엄마는???

그녀는 우리 모두가 거품으로 왔기 때문이 설령 사랑하는 딸이 사랑을 이루지 못해 거품으로 돌아가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후지모토에게 이야기하는 바다의 여신인 포뇨 엄마

 

 

사실 우리 모두는 거품으로부터 왔다. 그렇더라도 거품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남감하다. 그것이 바뀔 수 없는 운명이라도 말이다.

 

포뇨 아빠 후지모토는 생명이 넘쳐났다는 고생대 데본기를 이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세상을 데본기로 돌리고자 한다.

 

남자 주인공 소스케

 

 

내가 한문 공부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후지모토를 보면서 문왕, 무왕, 주공시절의 주나라를 이상으로 삼아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공자가 투영되어 보였다.

반면 거품으로 돌아가도 어쩔 수 없다는 포뇨 엄마를 보면서 자연 그 자체를 이상으로 보는 노자나 장자가 투영돼 보였다.

 

어쨌든 말이다. 난 후지모토가 가여우면서도 부러웠다. 제도권 교육을 충실히 받아서인지 몰라도 (하긴 운동권 교육도 비슷하지만...) 난 인간의 이성에 의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 여전히 꽂혀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상을 가지고 있고, 그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애쓰는 후지모토가 부러웠다. 물론 그 어떤 것도 부질없는, 끝내 거품으로 돌아가고야 말 운명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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