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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6
    우울함도 사치겠지...(4)
    풀소리
  2. 2009/02/04
    입춘 그리고 호수공원(2)
    풀소리
  3. 2009/01/27
    멋진 하루(10)
    풀소리

우울함도 사치겠지...

1.

제도권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니 이제 누구나 아는 일이다.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 말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건 꽤 오래 전 일이고, 민주노총에 그 사실이 알려진 것 또한 꽤 오래 전 일이다.

나도 오랫동안 집행부의 일을 해왔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피해자를 생각하기 이전에 조직에 어떠한 파장이 올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습성 말이다.

어쨌든 일은 벌어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올바른 방법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첫째, 피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

둘째, 민주노총이 보수정권, 정치권, 사용자 집단에게 요구했던 도덕적 기준을 자신에게 철저하게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정면돌파다. 요즘은 '정면돌파'가 민주노총에서조차 무모한 아집을 관철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지만 말이다...

민주노총은 최근에 늘 그러하듯이 이번에도 그렇게 떳떳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위기는 사실 이러한 조직적 모습만으로도 그 심대한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정말 민주노총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할까? 그래도 오랫동안 민주노총 언저리에서 간부랍시고 살아온 나로서는, 그리고 이제 현직을 사퇴한 나로서는 강력한 요구를 하기도 쉽지않고, 주제넘어 보이기도 하다...

 

2.

오늘 하루종일 우울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울의 정체를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하루가 다 가는 시점에서 이제는 그 정체를 정확히 알 것 같다. 나는 내가 뭐라고 생각해도 민주노총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고, 아무리 내 스스로 민주노총을 비판해도, 민주노총을 나와 매우 동일시 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그렇게 하루 종일 힘들어하고 헤매였다는 것을...

지난 12월 말부터 나는 복수노조 시대에 조직확대방안을 연구해왔다. 연구의 핵심은 관련 활동가들과 면접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면접조사를 하면서 나는 너무나 힘들었다. 사람들의 냉정한 평가를 들으면서 세상에 비춰진 민주노총이 이런 모습인가 새삼스럽고 뼈저리게 느끼면서 말이다. 그것은 비유하자면 오랫동안 독방에 갇혀 있다고 나왔을 때 자신이 세월의 흐름만큼 당연히 늙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상상하던 것을 훨씬 뛰어넘어 더 늙고 추해져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도 일을 마치기 위해 꾸역꾸역 사람들을 만났었다. 희망을 걸 곳이 필요했고, 내가 아는 한 희망을 걸 곳이 그곳 뿐이었기 때문에... 잘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회의를 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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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그리고 호수공원

일이 있어 라페스타에 들렀다 날씨가 너무 좋아 봄냄새를 맡으러 호수공원으로 갔다. 날씨는 정말 반팔을 입어도 될 것만 같이 포근했다. 호수공원과 수로/ 멀리 있는 실버들엔 노르스름하게 물이 오르고 있다. 가까이서 본 실버들/ 물흐름이 없는 호수에는 아직도 얼음이 있지만 버들가지엔 물이 오르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호수공원은 넓다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물이 아주 많다는 것 빼고는 별로 볼품이 없는 공원이다. 그래도 따뜻해진 날씨 때문인지 그곳에 가면 봄을 먼저 만날 것만 같았다. 호수공원 산책길 나는 겨울을 아주 싫어한다. 아주 힘들고 어렵게 보낸 겨울을 겪고나서부터 생긴 습관이다.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이 견디기 가장 힘든 계절은 겨울보다는 오히려 늦가을이다. 해가 짧아지고, 흐릿해지면서 마음도 함께 우울해진다. 겨울을 견딘 큰 잎 사이로 작은 잎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힘겨운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마중물 삼아 철쭉은 올 한해를 또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다. 동지가 되면 이제 해가 길어지겠지 하고 기대를 하고, 하루하루 밝아지고, 길어지는 햇살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늙은 벗나무/ 가까이 가서 보면 꽃눈이 많이 커져있다. 따뜻한 호수공원은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비록 아직 녹지 않은 호수의 얼음과 푸른색을 잃은 풍광과 지난 가을 맺은 열매가 검붉게 말라 시들어가는 산수유 등등은 여전히 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밝아진 햇살이 노란 잔디밭에 넓게 퍼져있고, 엷은 연두빛을 띤 노르스름하게 물이 오르고 있는 실버들을 보면 분명 봄은 거기에 오고 있었다. 봄의 밝은 햇살이 잔디밭에 넓게 퍼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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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멋진 하루.

꽤 오래 전에 본 영화다.

노조를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문득 봤던 영화 중에 하나다. 영화 내용 등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이윤기 감독, 전도연, 하정우 등 출연... 

 

포스터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돈 350만 원.

희수(전도연)는 헤어진 남자친구(병운, 하정우)에게 떼인 그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그를 찾아나선다.

 

병운을 찾아 나선 희수는 마침내 경마장에서 병운을 발견한다.

"돈 갚아.”

 

병운은 희수에게 빌린 350만원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희수와 함께 나선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그 하루가 '멋진 하루'가 될까?...

 

없는 이에게 돈은 참으로 사람을 구차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삶이 구차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어쨌든 그들은 하루 종일 병운이 350만원을 빌리는 긴(?) 여정을 함께 한다.

 

그 동안 남자는 자신의 얘기를 숨은 그림의 작은 조각처럼 뜸금없이 토해내기도 한다.

희수가 잘 모르던 얘기다.

모르겠다.

헤어지지 전에 그런 얘기를 왜 안 했는지...

아니면 얘기를 했어도 희수에게는 들리지 않았는지...

 

지하철에서 희수와 병운/ 저들은 저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병운에겐 꿈이 있다.

그 꿈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막걸리집을 내는 것이다.

뜸금없다.

마드리드도 막걸리집도, 그 둘의 조합도...

뜸금없기에 꿈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들은 350만원의 20여만원을 채우지 못하고 하루를 끝낸다.

희수는 병운에게 20여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요구했다.

차용증은 그들을 이어줄 동아줄일지도 모르겠다.

 

병운은 마드리드에 막걸리집을 열었을까?

희수는 병운의 꿈에 동승했을까?

 

Korean Rice wine.

마드리드의 막걸리집이 슬쩍 보이는 엔딩신은 그것이 그저 단순한 꿈인지, 아니면 그들이 도달하게 될, 아니면 이미 도달한 '미래'인 지 모르겠다.

 

그래도 멋지지 않은가?

마드리드의 막걸리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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