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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7
    [속보]강동냉장 검역실시중(4)
    풀소리
  2. 2008/06/23
    끌림(2)
    풀소리
  3. 2008/06/20
    끌림(6)
    풀소리

[속보]강동냉장 검역실시중

미국 쇠고기를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기흥에 있는 강동냉장 제2창고가 현재 검역관이 몰래 들어가 검역을 실시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강동냉장 제2창고 앞에는 현재 우리 운수노조를 비롯한 공공운수연맹 소속 조합원 100여명이 미국쇠고기 반출 저지를 위해 투쟁을 전개중입니다.

미국쇠고기 반출저지투쟁중인 운수노조를 비롯한 공공운수연맹 상근자들


검역관이 몰래 검역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 우리 조합원들이 검역을 중단시키기 위해 회사로 진입을 시도하였지만, 경찰들이 방패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저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경찰 추가병력이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초 오후부터 검역을 할 계획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었습니다.
강동냉장 상무도 나와서 농성투쟁 중인 조합원들 때문에 검역이 못 되고 있다고 항의하였고, 이 과정에서 강동냉장측 직원들이 폭력을 행사하였고, 우리들이 내 건 플랜카드를 모두 찢어버렸다고 합니다.
운수노조 정부영 교육국장이 강동냉장측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였다고 합니다.

추가 속보가 들어오는 대로 상세한 소식을 올리겠습니다.

(운수노조 홈페이지 : http://www.woonsoo.in)

<버스노선> 2호선 강남역, 3호선 양재역에서 1560번 좌석버스가 강동냉장 앞까지 운행합니다.

강동냉장창고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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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2)

1.

핸드폰이 죽었다.

작년부터 액정이 수시로 나가는 등 혼수상태를 거듭하더니

급기야 지난 토요일에는 완전히 목숨이 끊겼다.

 

액정이 나갈때마다 마구 두드렸는데,

그래서 자살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폭력없는 세상에서 살고싶어요...' 라며...

 

핸드폰이 없어지니 당장 생활이 바꼈다.

월요일이면 아침부터, 심지어 어떨 때는 새벽부터

회의에 참석하라는 등의 고지성 문자가 이어져 날라올 터인데,

핸드폰이 없으니 마치 아무 회의도 없는 것처럼

마음은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그 기분으로 아침부터 샤워도 하면서

느릿느릿 하루를 시작했다.

 

 

2.

어제는 미친듯이 술을 먹었다.

원래 계획된 건 아니었는데,

부로농원에 갔다가, 점심 반주로 시작한 술이

12시 넘어까지 끊길듯 끊길듯 하면서도 이어졌다.

당초무늬/ 덩굴풀에서 유래된 것인데 끊기지 않는 영원을 뜻한다고 한다.

어제 마신 술이 꼭 이랬다.

 

 

물론 중간에 혼절에 가까운

잠자기 민폐신공을 보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난 죽은 핸드폰을 뒤따르는 사태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3.

이병률의 산문집 <끌림>을 두번째 읽었다.

술이 덜 깨 화정까지는 생각없이 풍경만 보며가다

몇페이지 남은 나머지를 다 읽고,

맨 뒷면의 정호승의 추천사까지 다 읽었다.

 

정호승의 추천사는 처음 읽는다.

'... 결국 사람이 머물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며,

사람이 여행할 곳은 사람의 마음...'

 

이병률의 산문집 끌림/ 디자인도 깔끔하다.

 

 

책을 보지 않고 정호승의 추천사만 봤다면,

시인 특유의 '과민'으로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책을 덮으며 그 구절을 읽으니

뭉클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마침 책을 덮으니 행주산성을 지나고 있었다.

따뜻해진 마음으로 덕양산을 바라봤다.

햇볕이 이파리에서 부서져 반짝반짝거렸다.

 

 

4.

아침 공기는

멀리 있는 관악산이 아주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가을날처럼 그렇게 투명했다.

 

투명한 공기를 가로지른 태양광선은 선명했다.

그림자는 흑백이 명확했다.

 

그럼에도 내 머리속은 흐릿했다.

아무도 부르는 사람 없는 낯선 땅에 와 있는 것처럼

한가하기도 했고,

현실감이 전혀 없는 꿈속처럼

발바닥 촉감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마 <끌림>의 여운에, 깨지 않은 전날의 술기운의 영향일 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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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가슴 떨릴 만큼 멋진 풍경이 문득 시야에 들어왔다.

누군가 저 아래 고라니가 있다고 했고,

고라니가 사라질 때까지 난 고라니만 봤다.

 

고라니가 또랑으로 내려서 풀더미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수몰선 밑으로 드러난 넓은 풀밭이 갑자기 나타났다.

 

고라니는 왼쪽 위 나무사이에 머물다 또랑으로 사라졌다. 

 

수몰선 밑으로 드러난 넓은 풀밭/ 호수 옆 드러난 흰속살 만큼 물은 수몰선 밑으로 내려갔고, 우리가 들어간 카페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그곳은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력한 끌림이 있었다.

 

 

그곳에 가고싶다는 욕망은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일행으로부터 양해를 얻었고,

마시던 카프리 병을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수몰선이 시작되는 곳은 몇년 묵은 밭처럼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풀밭이 되어 넓게 펼쳐진 풍경은 발걸음을 떼기 힘들게 했다.

풍경에 취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맥주를 마셨다.

 

풍경에 취해 술병을 든 채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풀소리/ 일행이 망원렌즈로 찍었다.

 


호수에 가까이 갈수록, 마치 지중해에서 사하라를 간다면 그럴 것처럼, 풍경은 초원으로/ 사막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몰되기 전 또랑은 또다시 드러나 똘똘똘 예쁜 물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었다.

 


갈대는 이미 작년키 만큼이나 자라 있었고...

 


숙주를 찾지 못한 기생식물 새삼은 가는 줄기조차 양분을 채우지 못해 바닥에 누렇게 널부러저 있다. 



물가가 가까워질수록 풀들의 키는 작아졌고,

종류는 단순해졌다.

마치 사막이 가까운 초원이나,

비가 온 뒤 돋아난 키작은 풀들이 뒤덮인 사막처럼 보였다.

 

꽃밭을 이룬 넓은 풀밭

 

넓은 메꽃밭

좀더 키작은 메꽃밭

 

 

표면이 부식돼 부스러지고 있는 다리와 집자리의 콘크리트 시설물들은

댐이 생기기 전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으로

마치 고대 유물처럼, 거짓말처럼, 풀섶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호수 밑에서 드러난 옛 다리


 

풀밭 사이로 드러난 옛 집터/ 작년에 자랐을 말라비틀어진 망초대 대궁은 마치 고사목지대의 속살을 드러낸 나무등걸들 처럼 듬성듬성 서있다.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정말 사막가까운 초원처럼 풍경이 바뀐다.

 

여기는 거의 사막같은가? 또랑은 호수가 가까워지면서 속으로 스미어 자취를 감춘다.
 

한때는 당당한 위풍을 자랑했을 것 같은 나무등걸이 썩은 말뚝처럼 군데군데 서있다.



한 사람, 고라니 한 마리, 물새 세 마리/ 발자국의 주인공들이다. 사람과 고라니는 이곳에 왜 왔을까? 나처럼 풍경에 끌려 홀린듯 왔을까?



카페로 다시 돌아와 내려다본 풍경/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을까? 그곳에...

 

* 덧붙임> 지난 6월 6일 대청소 주변 문의문화재단지에 갔다가 들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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