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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받은 꽃과 꽃병(?)

 

꽃도 기증받는다.

물론 꽃병도 함께 받았지만 기증자는 다르다.

 

꽃은 산울림 소극장 1층에 자리 잡은 카페 '숫가라'(우리말로 숟가락을 일본말로 풀어 쓴 카페 이름이다) 사장님...이라고 하지만 전혀 사장님 같지 않은 일본 교포 친구가 놀러와 꽃을 한 다발 주고 갔다.

꽃 향기가 대단하다.

 

다음달엔 '숫가라'에서 일본내 한국교포들의 학교에 대한 전시도 있단다.

가 봐야 겠다.

 

그리고 꽃병....은 일본에 출장 갔다온 친구(후배, 동생, 아는 동생????) 이 사다준 선물인데 그 동안 잠자고 있다 이제야 빛을 본다.

비닐로 만들어진 접이식 꽃병.

깨질 염려는 없지만....넘어져 물이 쏟아질 염려는 있다. 약간 불안정한 자세로 서 있다.

 

그 꽃병에 노란 꽃을 놓으니 '즐거운'에도 봄이 왔다.

 

봄이다!!!! 

 

 




 
 
 
역시 자연은 인간에게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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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의 새로운 책

 

새로운 책을 사가지고 왔다.

 

새로운 책이라고 하지만....최 신간은 아니다.

 

게으른 탓에 '최신간'은 제때 사기가 힘들고....

 

심지어 사가지고 온 <요츠바랑>은 작년 여름에 나온 한참 구신간.

 

<노다메...>도 나온지 조금 된....약간 구신간.

 

하지만 성인 만화 잡지<팝툰> 창간호와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작가 '마모루 나가노'의 단행본<풀 포 더 시티>는 아마도...최신간이 아닐까 싶다.

 

다른 소설이나 몇 권의 에세이, 이론서들이 '즐거운'에 들어오긴 했지만 카페 소식으로 올리고 있지를 않는다.

왜일까....

 

  


 
 
한겨례 씨네21에서 창간한 본격성인 만화 잡지<팝툰>.
몇 년 전 성인만화잡지들이 유행을 하더니 모두 사라지고 없다.
아직도 '성인만화'에 대한 편견이 많은것이겠지.
이번 성인만화잡지의 생명력은 어느정도일지는 독자들이 만들어가는것.
<팝툰>의 미래가 약간 기대 된다.
  

 
크~ 마모루 나가노의 신간이라니....
오히려 <파이브 스타 스토리>를 서둘러 그려줘, 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창작의 고통을 아는 나로서는 이런 쉬어가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지.
물론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기대되는 작품이다.
그래도 <파이브...> 완결을 보고싶은건 어쩔수 없다.
내 생애 완결을 볼 수나 있으려나...
여담이지만 마모루 나가노와 <파이브...>는 아마도 '오타쿠'용 작가와 작품임이 분명하다.
이유는, 내가 아는 일본인 친구들 어느 누구도 알고 있지 않은 작가이고 작품이기에.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작품이 한국에서 어찌 이리도 인기인건지(인기란건 나만의 생각인가???).
 
 

 
 
<노다메...>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작품일 듯.
신간이 나왔다는 것이 어찌 대견스러운지.
노다메 きらきら!!!

 
요츠바!!!
다음엔 좀 더 일찍 만나자~
 



 
 
 
너무 만화책을 편애하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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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잡지 'W' 에 실린 즐거운북카페 기사

지난 2월 어느 날,

W 란 나로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잡지에서 취재를 오겠다고 했다.

무슨 잡지인지 궁금해져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완전 럭셔리 컨셉의 올패션 잡지던데 무슨 일로 잡지컨셉에도 맞지 않을 것 같은

우리 가게를 취재 온다는건지...

별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 전화가 왔다.

 

"W입니다. 내일 취재 하러 가겠습니다."

"네, 네?" "그런데 우리 가게는 무슨일로..."

"아, 네. 다른 기자 분이 그 카페를 추천을 해서요" "내일 오후에 가겠습니다"

"그리고 카페의 대표음식 하나만 준비해 주세요"

"네..."

 

뚜뚜뚜뚜....

 

수화기를 내려놓고 드는 생각은 "다른기자가 추천을 했다라...."

손님 중 아마도 기자가 있었던게지.

 

"그렇군...."

 

그리고 다음 날....

 

 

 

 

 

 


 

 

 

 

 

 

 

 
 
 
 
 
 
시간이 지나 약간은 촌스러운 모습의 즐거운북카페가 잡지에 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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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칸) 책 - 시지락

 

어제 새로 들어온 따끈한 책 한 권.

시지락에서 기증한 책이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책이며, 맘껏 자신에 대해 적어놓을 수 있는 책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책이라고나 할까...^^

이미 몇 분 다녀가셨다(?)

그 흔적들은 조금만 살펴보자...조심스럽게...

살짝~

열어보니...

 

주의 : 개인정보와 관련된 것들은 알아서 편집합니다.

 


 

 
'시지락'에서 적어준 글.
 
 


 
책 제목(심상치 않다)
 


 
참으로 간단한 사용방법


 
누군가의 글씨와 일러스트(누군지 알 것 같은데...)


 
핑크 내지에 그려진 일러스트. 그러나 사진은 핑크로 보이지 않는다.


 
책에 간단하게 적힌 사용법


 
짱구와 브리짓 존스의 뇌 구조도 확연하게 볼 수있다. 나의 뇌 구조는...?


 
사랑을 지상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는 낭만주의자의 흔적.


 
역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젊은 과격파의 흔적도 보인다. 피가 끓어오르는 걸 어쩌라고!!!!


 
약간의 개인적인 사생활 코너. 누군지는 알 수 없다. 15일간의 변비라....


 

 
 
역시 친숙한 일러스트. 속옷차림의 이 청년은 누구...?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시지락'의 위미경님에게 책 기증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즐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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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북카페의 '즐거운시간'

영업시간은...

 

'오전 11:00~자정' 까지 입니다.

 

일주일 중 하루는 쉬어야겠지요^^

 

그래서...주일은 쉽니다.

 

(부정기적으로 제가 가끔 주일에 가게에 나와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그 시간에 우연히(?) 카페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분들에게는 특별히 '영업시간'을 적용, 음료를 대접-상업적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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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에 기사로 나온 즐거운북카페

며칠 전 한겨레 신문 기자가 다녀갔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 결과물이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나왔다.

전문을 올려본다.

간단한 기사이긴 하지만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는 것 같다. ^^

조기원기자 추운날씨에 홍대앞을 취재하며 돌아다니느라 수고하셨네요.

 

 

 

 

 

 

홍대앞 ‘책’이 돌아왔다
북카페 1년새 10여곳 개장
책 읽고 토론 ‘문화 사랑방’
 
 
한겨레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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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앞 주요 북카페
 

이정우(40)씨는 다큐멘터리 작가다. 세달 전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500권의 책을 들고 나와 북카페를 차렸다. 먹고 살아야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었다. 그림책과 미술·영화 잡지들로 가득한 ‘즐거운 북카페’는 젊은 예술가들의 문화 아지트를 꿈꾼다.

서울 홍대 앞은 그저 먹고 마시는 거리가 아니다. 술집과 밥집 간판들이 즐비하지만, 문화 게릴라들은 골목골목 숨어있다. 이들은 최근 사라지는 동네 서점을 대신해 ‘북카페’를 열었다. 한 해 전부터 꾸준히 생겨난 북카페는 홍대 일대에 15~16개로 늘어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이광준(38)씨도 최근 일을 하나 저질렀다. 2006년의 마지막날 ‘홍대앞 책방’을 차린 것이다. 열두 평짜리 책방은 사실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회원끼리 책을 나눠 보는 ‘책 협동조합’이다. 책을 세 상자 이상 내놓거나 운영비 50만원을 내면 회원이 된다. 책방이 들어선 건물도 독특하다. 연출가 오태석씨 누이가 5층짜리 건물의 주인인데, 2·3층은 ‘돈 안 되는’ 문화 공간으로만 내준다는 고집으로 이름났다.

 
» 홍익대학교 앞거리 술집과 비디오방 등 사이에서 지난해 문을 연 `홍대앞 책방'에서 이광준씨가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 뒤쪽으로 환경 문제 연구자들이 토론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홍대앞에 서점이 사라진 지는 몇 해가 지났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판매에 밀린 책방들은 홍대앞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4~5곳이던 서점은 현재 두 곳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북카페는 이들을 대신하고, 홍대 일대에 문화를 유통시키는 모세혈관 노릇을 한다. 흥청대는 홍대 앞을 다시 문화의 거리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책들을 모아 놓고 자유롭게 토론도 하는 ‘문화 사랑방’을 지향하고 있다. 빵이나 차맛으로 승부하는 대신 ‘책’이 주인공인 카페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다.

북카페가 늘어나면서 아예 여행 책이나 예술 서적으로 특화를 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비숍’은 유랑족을 불러들이는 여행 북카페로 유명하다. 또 그림을 전공한 최연미(34)씨가 차린 북카페 ‘페이지’는 책 관련 포럼이나 미술 전시회로 북적인다.

홍대앞 책방의 이씨는 “젊은 예술가들도 좋은 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홍대앞 문화 공간들끼리 연대해 책·영화 같은 문화자산을 기부한 만큼 이용하는 ‘문화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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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어느 날 밤, 손님들은 언제나 처럼 '즐겁게' 차를 마시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어두워지며 길 옆 전봇대에서 불빛이 번쩍!!!

정전의 시간들...

초를 켜 놓고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한전 아저씨들을 불러 빠른 수리를 요구해보지만...

 

겨울이든, 여름이든 한국의 기후환경은 전기가 없으면 엄청 힘든 기후환경이다.

우리 카페의 특징중 하나인 온돌의 위력은 힘 없이 멈추고, 각종 부분조명들은 맥없이 엉거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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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책들

최근 몇 가지의 책들이 들어왔다.

그 중 두 가지의 책.

<보노보노>와 <노다메 칸타빌레> 모두 걸작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작품들.

<보노보노>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절판되어서 구하기도 쉽지않다.

<노다메...>는 뭐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고, 게다가 요즘은 같은 내용의 드라마가 인기최고의 일드로 자리 잡고 있고.

작년(2006) 한 해 일본에서 나온 만화 중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노다메의 작가는 인세로만 2006년 70억 정도를 벌었다는데....할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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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파페포포투게더

오늘은 겨울 날씨지만 따스한 햇살이 내려쬐네요.

 

그래서인지 테라스에 나가서 차를 마시는 분들도 두 세 분 계시구요.

 

 

아침에 가게 곳곳에 쌓아둔 책들을 정리하다가, 

 

누군가 "여러 사람과 함께 보고싶다"며 건네주었던,

 

<파페포포 메모리즈> (홍익출판사) 를 문득 펴보았더니... 

 

앗! 글쎄 표지의 밋밋함?과 달리 '만/화/책'이더군요!!!

 

너무 기쁘고 궁금한 나머지, (음...근데 왜 기쁜걸까...^^;;)

 

그 자리로 바로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이 책을 끝내자마자 바로 또 <파페포포 투게더> 도 뚝딱~읽어버렸습니다.)

 

 

우와~ 감동이에요. 저는 울다가 웃다가 수십 번을 반복...

 

작가분이 71년생이셔서 그런지...

 

국민학교 때, 갑자기 비가 오면 '신발주머니'를 뒤집어쓰고 집에 달려가는 모습이나,

 

진짜 피아노를 대신했던 종이로 만든 피아노 건반,

 

고무줄을 하고 있으면 아이스케키를 하고 도망가던 남자애들,

 

그리고...지금은 보기 드문, 라디오 명곡들을 공테이프에 녹음해주던 '특별한' 선물...

 

다 기억나요, 기억나~ 

 

 

참고로,  

 

작가분의 홈페이지는 www.noonbee.com

 

 

..........................

 

"초등학교 5학년 때, 용돈을 모아 로봇 장난감을 산 적이 있다.

하지만 쓸데없는 것을 샀다며 꾸지람하실 엄마 얼굴이 생각나

그것을 장독대의 빈 항아리 안에다 숨겨 놓고는

매일 밤 몰래 밖에 갖고 나가 놀았다.

 

어느날, 로봇의 앞발을 너무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만 망가지고 말았다.

낙심한 채 다시 항아리 안에 넣어두었는데,

며칠 뒤 항아리를 열어 보니 로봇의 부러진 다리가 말끔히 붙여져 있었다.

 

내가 로봇을 산 것도, 로봇이 망가진 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엄마는 다 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엄마는 그렇게 나에 관해 다 알고 계신다.

지금 내 마음속에 자리한 아픔도,

그 아픔을 견디면 행복한 날이 온다는 것도." (파페포포 메모리즈, 216쪽)

 

(제가 이 글 읽고, 나름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먹울먹 거렸더니 딴 주인장 한 마디, 

 "아니, 이거 엄청 기쁜 이야기네. 그럼 이제 로봇을 숨길 필요도 없고, 맘대로

떳떳하게 갖고 놀아도 된다는 거 아니야? 게다가 엄마가 다 고쳐놨으니 고칠 필요도 없고."

헉, 이게 남녀의 차이인건지....성격 차이인건지...정말... -_-;; )

 

.........................


"언제나 속마음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말하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고, 기대하면서도 후회하고......

배려라는 테두리로 속마음을 너무 감추는 것은 아닐까?" (파페포포 메모리즈,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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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 볼 만한 여성학 책 두 권

오늘은 최근 읽은,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출판된 여성학 책 두 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 교양인 2005)

<대한민국은 군대다>(권인숙 지음, 청년사 2005)

 

이 두 권의 책은 모두, 독특한 근대화 경험을 한 한국 사회 속에서 사회적 성으로서 젠더가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성장과 발전 중심의 국가주의, 적과 우리를 편가름하는 이분법적 사고, 폭력이 정당화되는 군대 문화, 국가와 가족번영이라는 신기루 속에 소멸된 개인. 아마도 이런 특징으로 요약될 수 있을텐데요. 이 두 책은, 이러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 뿐 아니라, 동성애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노인, 그리고 남성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줍니다.

 

그럼, 각 권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우선, <페미니즘의 도전>에 대해서는 감히 "제가 지금까지 읽은 여성학 책 중에 최고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지은이인 정희진님이 공부도 오래 하셨지만, '여성의 전화'에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일하신 경험이 있어서 인지, 책 곳곳에서 발견되는 섬세한 관찰력과 구체적 사례 제시, 그리고 말 그대로 시원한 분석들이 참 놀랍더군요. 뭐가 좋다고 딱 꼬집어서 이야기하기가 힘들만큼 군데군데 감동과 깨달음이 넘칩니다. 

 

누구나 이 책을 한 번 읽으면, 작가분의 의견에 동의를 하든 안하든, 어쨌든 생각이 깊어지고 우리 주변 세상에 대해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목을 이처럼 선정적으로 지은 출판사에 불만이 좀 있습니다. 사실 오늘 소개하는 두 책 모두에게 불만인데, 무슨 재테크 책도 아니고, <무엇무엇의 도전> 혹은 <대한민국은 뭣이다> 정말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진짜 거부감 팍! 듭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남자분에게 <페미니즘의 도전>을 권했더니, 그 분 왈 "아이고, 페미니즘도 무서운데, 거기에 도전? 난 감당 못해~" 저희 북카페 오신 여자 손님 한 분도 제가 <대한민국은 군대다> 읽는 것 보시더니, "아니, 저 책 읽으시네? 난 저 책 제목 싫어서 안샀는데" 하시더라구요. 제 생각엔 이런 제목의 책, 장사에도 별 도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권인숙님의 <대한민국은 군대다>는 앞부분은 좀 실망이었어요. 

 

우선, 박사 논문을 책으로 묶어 내신 듯한데, 제가 논문 심사 위원도 아니고, 말 그대로 논문 투 (그것도 번역 투)의 문장에 깨알만한 각주가 페이지마다 2-3개씩 있는 글을 읽기는 너무 힘듭니다. 게다가, 3장 '한 여성 활동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딱 한 명인데다가 매우 독특한 경우라서...작가분의 주장을 지지해준다기보다는 좀 튄다는 느낌이더군요. 왜 이 분을 선정하셨는지, 그 이유를 샅샅이 찾아보았더니...

 

"1970년대의 시대정신이 잘 드러나는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1980년대 학생운동이 기대했던 이상적인 여성 활동가로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155쪽)

 

그러니까, 제가 보기엔 작가님이 1970년대 시대정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인물의 이야기를 넣기로 하셨는데...그런데, 이 인물이 선택된 이유는 이 인물이 1970년대 시대정신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죄송한 이야기지만, 동어반복이 아닌가요?...게다가 기대했던 여성활동가로 인정을 받았다는 게,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인지...저로서는 잘 감이 안와서...(1980년대 학생운동 하셨던 분들은 다 그냥 아시려나...)   

 

하지만, 군대 내 성폭력에 관한 글(5장)은 좋았답니다.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군대 내 성폭력은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러나 가정폭력만큼이나 '만연한' 부분이라...이 책을 통해 이런 문제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고, 남성에 대해서 또 다른 이해를 하게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     

 

 

두 책 모두에 훌륭한 문장들이 많지만, 여기에선 몇 개만 골라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괄호 안에 '페도'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대군'은 <대한민국은 군대다>를 뜻합니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쪽은 언제나 '약자'이거나 더 사랑하는 사람이다" (페도22쪽)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배 이데올로기나 대중매체에서 떠드는 것 이상을 알기 어렵다. 알려는 노력,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페도35쪽)

 

"내가 생각하는 여성운동은 여성이 '공적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남성이 '사적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페도40쪽)

 

"가정 폭력의 경우,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은 자기가 아내를 '힘들게 가르쳤다'고 생각하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남편의 성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편은 '부부 싸움 후 섹스로 화해'했다고 만족하지만, 피해자인 아내는 '구타 후 강간'당했다고 생각한다." (페도96쪽)

 

"'양성 평등'은 인간이 두 가지 성으로 구성되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러한 인식 체계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양성구유자로 태어나는 사람의 존재를 비가시화하고, 양성의 경계를 문제화하는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 같은 성적 소수자를 '제3의 성'으로 전락시킨다. '여성의 사회 진출'? 그렇다면 여성이 생활했던 가정은 사회가 아닌가? 가정과 사회를 상호 배타적인 공간으로 상정하는 이러한 논리 때문에 가정에서 여성이 폭력을 당해도 '사회의 질서'인 인권이나 민주주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페도103쪽)

 

"인간과 세계를 a와 not a의 대립 구도로만 보고, 전혀 다른 c의 입장을 a와 not a의 논리로 환원하는...현재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의사소통 방식..."(페도134쪽)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은 '창녀'가 아니라 '포주'다. 이는 성판매 여성이 성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상품이라는 의미이다. 즉, 성매매는 여성이 남성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남성에게 파는 것이다."(페도230쪽) 

 

"이러한 노동이 언제나 여성에게 집중되어 업무의 능률을 훼손할 만큼 심각한 감정 노동을 야기한다는 데 있다. 여기서 차별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한다. 더러워진 개수대를 보면서 설거지를 할까 말까, 안 하면 일단 더럽고 아침의 갈증을 덜어 줄 차를 못 마시며, 안 하고 놓아둬서 결국 다른 여성이 하게 되는 걸 볼 수도 참을 수도 없는 가정에 가정, 갈등에 갈등을 더하는 그 감정 노동. 손님이 왔을 때 '차를 줄까 말까? 누가 나서지 않을까? 안 나서면 어떻게 하지? 그냥 해 버려, 말어? 냉정해져, 말어? 모르겠다.' 하면서도 '이런 게 내 일로 굳어지면 어떻게 하지? 에이 그냥!' 식으로 반복되는 첨예한 갈등, 질식할 것 같은 감정 노동. 컵이 필요할 때, 필요로 되어질 때 자신이 나설까 말까를 수업이 고민하는 여성들의 감정 노동을 기반으로 남성들이 정치를 얘기하고 정당을 논하며, 논리와 이성, 어설픈 관점에 입각한 쌈박한 논쟁을 하고 있다." (대군180-181쪽)

 

"여성만 강조되어서 진행되었던 군가산점 논란은 여성은 희생도 하지 않고 평등만 원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낙인찍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반면 장애인들은 논란의 진행 과정 속에서 소외되고 성 대결화되면서 쏟아져 나왔던 논리에 또다시 상처받는 이중의 소외 과정을 겪었다...'가산점 받고 싶으면 군대 가라'는 이들의 반응은 장애우들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대군231쪽)

 

"남성 간 성폭력을 군기 문란으로 보는 시각은...동의에 의한 남성 간 성행위와 동의에 의하지 않은 남성 간 성폭력을 똑같이 추행이라고 범죄화하는 데서도 그 문제점이 드러난다. 성폭력에서의 강제성보다는 계간(남성 같의 성행위를 일컫는 말)같이 동성애 혐오적인 시각에서의 비정상성, 일탈성을 기준으로 군기 문란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대군250쪽)

 

이상, 즐거운 북카페였습니다.

 

대한민국은군대다/페미니즘의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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