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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땀차게 동네 한바퀴

날짜 : 2004.09.23

 

 

 

이젠 가을입니다.
그래도 엉덩이에 땀이 차더군요.

현장 지역운동을 해보겠다고,
맨날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두드리던 신세를 벗어나 보자고,

그렇게 지난 2월 내려온 이 곳 안산,
그리고 또 아주 구체적인 삶의 자리로 선택한
와동, 선부동....

얼마 전부터 이름을 내건 희망푸드뱅크.
동네 사람들이 자기 동네 사람을 돕고 나누어야 한다고
마을 단위 푸드뱅크라고 뜻을 새기며 시작한 일.

그 일을 위해 동네를 돌아봅니다.
자그마한 홍보물 하나 들고 한 번도 발걸음 해보지 않은 곳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녔지요.

장사치나, 후원금 바래고 오는 사람 정도로 여기다가도,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좋다고 말하니
모든 분이 웃음으로 인사합니다.

우리 이웃의 마음은 다 나와 같습니다.
우리 이웃의 생각은 다 나보다 깊고 넓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운동 한다고 살아온 세월이 이제 곧 이십년인데...
그동안 이것 하나 깨닫지 못했습니다.

큰 거리에 나가 목청 높혀 외치고,
호기있게 화염병은 던져 봤지만....

책상에 앉아 이리 재고 저리 재고,
그렇게 머릿 속을 실속 없는 생각들로 가득 채우기는 했지만....

그렇게 십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바보로, 무기력한 사람들로, 이기적인 사람들로만 여겨온 우리 이웃.

물론 지금 당장은 거리에 나가서 주먹을 치켜드는 것 보다
그 가진 힘이 형편없겠지만
우리 이웃을 이렇게 사귀다 보면
어느 날 우리, 엄청난 힘으로 서로를 기대고 서있겠지요.

조금씩 나이가 부담스러워지고,
가정이 신경쓰여서,
그래서 뒤로 물러나 앉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렇더라도 이젠 좋습니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요.

거기다가 이 일은 언젠가,
큰 운동하는 분들께 든든한 밑받침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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