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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미술의 위기(16세기 후반 유럽) 1

18장. 미술의 위기(16세기 후반 유럽)

 

 

▲ 16세기 후반 이탈리아 젊은 미술가들의 문제의식 ▼

- “1520년 경 이탈리아 도시들의 모든 미술 애호가들은 회화가 완성의 극에 달했다는 사실에 의견의 일치를 본 것 같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레오나르도 등은 그전 세대가 이룩하려고 노력했던 모든 것을 실제로 해냈다.” (361쪽)

- 젊은 미술가들과 미술 지망생들은 이들을 모방하고 따르는 데 열중했다. “그 당시의 젊은 미술가들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의 유행에 휩싸여 단순히 그의 수법(manner)만을 모방했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보는 후대의 비평가들은 이 시기를 가리켜 매너리즘(mannerism) 시대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당시의 젊은 미술가들 모두가 어려운 포즈를 취한 나체들만 모아 놓으면(“미켈란젤로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자세의 나체상을 즐겨 그렸다.”) 그림이 된다고 믿을 정도로 어리석었던 것은 아니었다.” (361쪽)

- 그래서 이 젊은 미술가들은 이전의 거장들과는 달라 보이는 기발하고 색다른 것을 추구함으로써 이전의 거장들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였다. 물론 이전의 거장들 역시도 이러한 실험적이고도 독창적인 창안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였다. 그래서 “선배들(이전의 거장들)을 능가하려는 이들(젊은 미술가들)의 미친 듯한 노력 그 자체가 그들의 과거의 거장들에게 바칠 수 있는 최대의 찬사였다.” (362쪽)

 

 

▲ 페데리코 추카리(Federico Zuccari : 1543?-1609) ▼

- “그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다소 재미있는 디자인이 생겨나게 되었다. 건축가이자 화가인 추카리가 설계한 얼굴 모양의 창문(도판 231)은 이러한 기발한 창안이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 보여 주는 좋은 예다.” (362쪽)

 

 

▲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 : 1508-80) ▼

- 추카리와는 달리 “다른 건축가들은 그들의 박식과 고전 작가들에 관한 지식을 과시하는 데 더 열을 올렸는데, 사실 그들은 이런 점에서 브라만테 세대의 거장들을 능가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박학했던 사람은 건축가 팔라디오였다.” (362-3쪽)

- “도판 232(<비첸차 부근의 빌라 로톤다>, p.363)는 비첸차 근처에 있는 그의 유명한 별장인 <빌라 로톤다(Villa Rotonda)>이다. 이것도 어떤 점에서는 ‘기발한 창안’에 속한다. 왜냐하면 사면이 동일하며, 하나의 중앙 홀을 중심으로 각 면이 신전의 정면 형태를 한 현관을 가지고 있어 로마의 판테온(p.210, 도판 75)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363쪽)

- “하지만 그 구성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할지라도 이것은 사람이 들어가 살기에는 부적합한 것 같다. 기발함과 인상적인 효과에 대한 추구가 건축의 일반적인 목적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363쪽)

 

 

▲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 1500-71) ▼

- 첼리니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미술가”로서 “피렌체의 조각가이자 금세공사”였다.

- “첼리니의 태도는 그전 세대가 했던 것보다 더 흥미롭고 비범한 것을 만들려는 당대의 불안정하고 열광적인 노력들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364쪽)

- 이러한 전형을 “몇 안 되는 그(첼리니)의 작품 중에 1543년에 프랑스의 왕을 위해 만든 금제 소금 그릇(도판 233 <소금 그릇>, p.364)”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그릇에서 “첼리니가 만든 매끈하고 우아한 인물 모습은 약간 지나칠 정도로 정교하고 장식적이라” 할 수 있다. (364쪽)

 

 

▲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 : 1503-40) ▼

- 첼리니와 동일한 태도를 “코레조의 제자였던 파르미자니노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364쪽)

- 도판 234(<긴 목의 마돈나>, p.365)의 “작품은 일명 <긴 목의 마돈나>라고도 불리는데 그 까닭은 이 화가가 성모를 자기 나름대로 우아하고 고상하게 표현하려고 애쓴 나머지 성모의 목을 마치 백조처럼 길쭉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367쪽)

- “그는 인체의 비례를 기묘한 방식으로 길게 늘여놓았다. 길고 섬세한 손가락을 가진 성모의 손, 전경에 있는 천사의 긴 다리, 초췌한 표정으로 두루마리를 펼쳐보고 있는 비쩍 마른 예언자 등은 마치 일그러진 거울에 비친 상처럼 보인다.” “이러한 효과를 보다 강조하기 위해서 그(파르미자니노)는 이 그림의 배경에 인체와 마찬가지로 이상한 비례를 가진 괴상한 모양의 높은 원주를 세워 놓았다.” (367쪽)

- “이 그림의 구도는 그가 종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조화를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파르미자니노는 자기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여진 형태를 좋아한다는 것을 열심히 보여 주려고 했다.” (367쪽)

- 이러한 방식은 파르미자니노의 일관된 방식이었고, 문학에서 고전주의로부터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 “사실 선배 거장들이 이룩해 놓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무엇인가 새롭고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을 창조하고자 모색했던 파르미자니노를 비롯한 그 당시의 모든 미술가들은 아마도 최초의 ‘현대적인’ 미술가들이었을 것이다.” (367쪽)

- “소위 ‘현대’ 미술이라고 하는 오늘날의 미술도 이들처럼 분명한 것을 피하고 인습적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는 다른 어떤 효과를 이룩하고자 하는 욕망에 그 근본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367쪽)

- ‘현대적인 것’은 포스트 모더니즘에 기초한 해체주의, 아방가르드 쪽 계열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장 드 불로뉴(Jean de Boulogne : 1529-1608) ▼

- 파르미자니노처럼 “선배들을 능가하려고 그처럼 절망적으로 노력”했던 몇몇 뛰어난 미술가들 중의 한 사람이 “이탈리아 이름으로는 조반니 다 볼로냐(Giovanni da Bologna) 혹은 잠볼로냐(Giambologna)라고 알려진 플랑드르의 조각가” 불로뉴이다. (367쪽)

- 도판 235(<머큐리 상>, p.366)을 살펴보자. “그(잠볼로냐)는 여기서 불가능한 것을 성취하고자 하였다. 즉 생명이 없는 물체의 무게를 극복하고 공중을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조각상을 창조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어느 정도까지 성공하였다.” (367쪽)

- “이 조각상은 아주 교묘하게 균형이 잡혀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공중에 떠서 빠르고 유연하게 날아가는 것 같이 보인다.” 이것은 기존의 조각상들이 땅에 힘차게 발을 딛고 서 있는 것과는 반대로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함으로써 정통적인 조각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음을 인지해 주고 있다. 이것을 곰브리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고전기의 조각가라면, 심지어 미켈란젤로까지도 그러한 효과는 본래의 무거운 재료 덩어리를 생각나게끔 하는 조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368쪽)

 

 

▲ 야코포 로부스티(Jacopo Robusti : 1518-94, 통칭 틴토레토(Tintoretto) ▼

- “16세기 후반의 미술가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바로 틴토레토였다. (368쪽)

- 틴토레토 역시 “역시 티치아노가 베네치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형태와 색채에 있어서의 단순하 아름다움에 진력이 나 있었다.” (368쪽)

- 틴토레토가 티치아노에게 불만이 있었는데, 그 불만은 “예외적인 것을 만들어 내려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 “티치아노의 작품은 성격의 엄숙한 이야기와 성자의 전설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할 만큼 열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368쪽)

 

 

▲ 틴토레토의 <성 마르코의 유해 발견>(도판 236, p.369) ▼

- 틴토레토는 이 그림에서 “성경의 이야기들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그린 사건의 긴장감과 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368쪽)

- “이 그림은 성 마르코의 유해를 (‘이교도’인 회교도들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 베네치아로 옮겨 왔던 이야기 중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368쪽)

- “얼핏 보면 이 그림은 혼란스럽고 번잡하다.” (368쪽) 왜냐하면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빛과 어둠, 원경(遠景)과 근경(近景) 및 조화가 결여된 몸짓과 동작” 때문이다. (371쪽)

- 먼저 이 성경 이야기의 주인공인 <성 마르코>가 이전의 그림과는 달리 무대의 중앙에 위치해 있지 않고 구석으로 배치되어 있다. 또한 성 마르코는 시신으로, 또한 살아 있는 인간으로 이중적인 모습으로 처리되어 있다.

- 또한 양탄자 위에 널브러진 시신(성 마르코)은 “괴이한 단축법으로 그려져 있다.” (368쪽)

- 각 인물들의 동작과 행위 구성 원리는 이 그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빛의 명암이 이러한 구성의 원리라고 한다면, 성 마르코는 성경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니까 빛을 밝게 그린다고 하지만, 오른쪽에 배치된 커다랗게 놀란 몸짓을 보이는 남녀는 왜 빛을 밝게 그렸는지에 대한 이유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 이 남녀는 아마도 성인을 보고서 놀라는 몸짓인데, 그들의 시선은 성인을 향해 있지 않다.

 

 

▲ 틴토레토의 <용과 싸우는 성 게오르기우스>(도판 237, p.370) ▼

- “런던에 있는” 이 그림은 “음산한 빛과 불안정한 색조가 어떻게 긴장감과 흥분된 감정을 고무시키는지를 보여준다.” (371쪽)

- 이 그림에서 “공주는 마치 그림 속에서 곧바로 우리들을 향해 달려 나올 것 같이 보인다. 한편 주인공인 성 게오르기우스는 일반적인 규칙과는 정반대로 주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배경 속에 멀리 들어가 있다.” (371쪽)

 

 

▲ 틴토레토에 대한 평가 ▼

- “틴토레토와 같은 사람은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자 했으며 또 과거의 전설과 신화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탐구하고자 했다. 그는 그의 그림이 전설적인 장면에 대해서 그가 상상한 바를 전달하기만 하면 그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다. 매끈하고 세심한 마무리 손질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의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은 보는 사람들의 주의를 그림의 극적인 사건으로부터 다른 데로 돌려 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마무리 손질을 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었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남겨 놓았던 것이다.” (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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