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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열감기 앓다

 

태어나서 지금껏 아픈 적이 없었던 사랑이가 열감기에 걸렸다.


그동안 엄마인 나는 내심 자랑스러워하면서 주변의 아픈 아기들이나 아기엄마들을 향해 '대체 애를 어떻게 보는 것이얌??' 하면서 으시댔는데.

오랫만에 회의자리에 가느라고 3월 1일 버스를 타고 전주에 갔다가 여섯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야 택시를 타고 익산 집으로 왔다.

 그 다음날부터 웬지 이유식도 잘 안먹고 그동안 밤잠을 잘자더니 밤잠도 자주 깨고 짜증도 부리는 거였다.

돌 전후에 그런 경우가 많다길래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다 일요일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저녁시간에 난데없이 아기 숫가락과 컵을 사러 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차에서 내리면서 업어서 얇은 담요 한 장으로 씌우든지 아기를 돌돌 말아서 엘리베이터까지 집까지 왔는데 그날은 아무 생각없이 점퍼도 안입히고 대충 안고 온 거였다.

한 두시간이 지나자 아기 이마가 뜨끈뜨끈해지기 시작했다.

보채고 울고 열은 38도를 넘고...

예방접종 하러 갔다가 처방받은 해열제를 오래두면 안된다길래 한 일주일? 열흘정도 지난 뒤에 버렸는데 어쩌나. 할 수 없이 옆집 사는 20개월된 아기 해열제를 빌려다가 조금 먹이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열은 계속되었고 아침이 되어 소아과에 갔다.

열감기라고 했다. 보통은 2-3일 열이 계속될 거라고, 두고 보자 그런다. 더 오래 가면 다른 병을 의심할 수 있어 검사도 하고 해야 할 거라고 했다.


항생제, 스테로이드연고라면 고개를 내두르던 나는 부디 별 이상이 없길 바라며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으로 생각하며 약을 먹였다.

오늘까지 만 4일째. 어제 저녁 정상 기초체온으로 내려오더니 다시 밤 10시가 넘으면서 38도, 37도를 왔다갔다했다. 그러면서 열꽃이 피었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한참을 보채다가 잠이 든 사랑.

새벽 4시에 깨어나 6시 반이 되어서야 다시 잠이 든 사랑, 11시에 부스스 깨어났다.

품에서 떨어지려고 안하고 이유식도 안먹고 젖만 물고 늘어지는 사랑.

지금은 낮잠을 자고 있다.


가끔 보채면서 잠을 못잘 때, 기저귀 갈으려는데 사방으로 기어다닐 때, 애써 이유식을 만들었는데 한 입도 먹지 않을 때... 아기가 보챌 때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엄마도 있을까 하면서 나의 엄마자격을 의심하곤 했다.

대체 잘 먹이고 있는지, 잘 놀아주고 있는지, 얘가 잘 크고 있는지, 혹시라도 이따금 화를 낼 때 상처받지는 않는지 수없이 걱정하고 자책하게 된다. 그건 검색마왕 네이버도 해결할 수 없고 우리 엄마도 언니도 해결할 수 없는, 오직 내가 그것들을 마주하고 지켜봐야 할 일들이다.

누구처럼 아기의 행동 하나하나를 잘 관찰하고 잘 기록하는 엄마도 아니지만, 그런 엄마를 볼때면 여러 감정이 교차하면서 한숨이 나기도 하지만 그런 나를 엄마라고 부르고 멀리서 달려와 안겨 부비는 아기를 보면 그동안 우리가 함께 해 온 시간이, 그 짧은 만남이 엄마와 아기의 전쟁아닌 전쟁이 아니라 존재들의 행복한 만남 그것이 아니었을까.

졸린다. 내가 힘들고 졸리면 또 아기에게 짜증내고 엉덩이를 때릴지 모른다, 아니 아마 그럴거다. 바라보기. 아기랑 마주보기. 마주침... 다시는 이 시간이 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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