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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7
    자라나는 아이
    봄밤
  2. 2008/05/23
    교대없는 주야근(1)
    봄밤
  3. 2008/05/23
    불화
    봄밤
  4. 2008/05/10
    김밥싸는 여자
    봄밤

자라나는 아이

해랑이를 안고 젖을 먹이는데 갑자기 사랑이가 씨~익 웃으며 다가온다.

글고는 쪼~옥 (거의 쩝쩝에 가까운) 뽀뽀를 하고 "엄마 사랑해~~"한다.

고맙고 기특한 마음 한편에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다.

요즘도 사랑이는 꽤액꽤액 조금만 제 뜻대로 안되면 그렇게 소리를 질러댄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사랑이는 요즘 글자놀이에 관심이 많다.

전보다 책읽는 것에는 소원해졌지만 글씨를 쓰거나(대부분은 동그라미나 선 모양이지만 비슷할때도 있다.)

어떤 글씨냐고 물어보는게 하루 일이다. 아는 글자를 읽기도 한다.

 

전에는 봄날이 오면 거리와 먼 산, 나무들에 이제 막 피어난 새순을 보면

가슴설레면서 취했었다. 아, 이 봄이 가지 않았으면...

이제는 사랑이를 보면서 이 아이의 향기를 좀더 오래 맡고 싶은

강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신경숙씨는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아기들의 냄새를 복숭아냄새로 표현했다.

아이를 키워보니 복숭아냄새처럼, 때론 그보다 더 달디단 냄새가 난다.

 

하루 볕에도 자란다는 말이 실감난다.

어느새 사랑이 키가 90센티를 지났고 몸무게도 14킬로가 넘었다.

자란다 자란다 자란다

몸 뿐 아니라 생애 첫 도약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랑이는

이제 엄마 팔베개를 하지 않고 자려고 하고 있다.

서운한 마음이다.

이렇게 하나씩 조금씩 아이의 존재는 독립해간다.

아이는 자라고 나는 늙어간다.

머리 앞부분에 흰머리가 확 띈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다.

평온하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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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없는 주야근

- 아침 5시 반 또는 6시 해랑이 잠깐 깨 쭈쭈먹이고 다시 재운다

  이때 나도 일어난다.

-아침 7시 신랑 아침 굶거나 챙겨먹고 출근

- 아침 7시 반 다시 해랑이 기상

- 아침 8시 사랑이 기상, 해랑이 다시 젖찾아 젖먹인다,

- 청소,,,대충 이불 정리하고 어젯밤 못한 설겆이하고 거실좀 치우면 아침 9시(해랑이를 아기띠로 안고)

- 9시 반 사랑이 밥을 먹이고 (이때도 해랑이는 아기띠속에)

  책좀 챙겨주고 스티커랑 크레파스랑 놀잇감좀 챙겨주고

  중간중간 내려놓으면 바로 엥~ 울리는 해랑 사이렌..

  해랑이 젖을 먹이고

- 11시 사랑이 간식을 먹이고...눈코뜰새 없는 기저귀갈기와 수시로 어질러지는 거실 치우기

  사랑이 책 같이 읽고...아니 읽으려면 해랑이는 또 깨~~~앵 젖달라고 한다..

- 12시 사랑이 점심 준비..먹는게 아니라 거의 예술한다..여기저기 바르고 반찬 모두 섞어서 개밥만들고 

   안  먹고 돌아다니기...해랑이는 또 젖찾는다...

-  1시 반쯤 되면 슬슬 사랑이 재울 준비..

- 앞에는 해랑이를 아기띠로 안고 뒤에는 사랑이를 엎고 자장가를 부른다.

   허리, 어깨가 휘고 휘청거린다..

- 해랑이 깨~~~~앵 보채고

- 2시 반 사랑이가 잔다...이때 자면 좋은데 5시까지 안자면 그야말로 녹초..

- 2시간 가량 자고 사랑이가 일어난다...

저녁엔 또 뭘 먹나.. 해랑이 젖먹이기..

- 4시 해랑이 먹이기

- 5시 통문자 글자 익히기 놀이...

- 6시 저녁 준비, 해랑이 먹이기

- 7시 사랑과 수시로 책읽기

- 7시 반 아빠가 퇴근, 저녁을 차리고...사랑이와 아빠는 저녁을 먹고

               나는 해랑이를 씻기거나 젖을 먹이고...

- 8시 반 해랑이를 재우고

- 9시 저녁을 대충 먹고(점심은 굶거나 떡,빵같은 걸로 때우기도)

- 10시 사랑이와 책을 읽고..이 시간이 제일 좋아..

- 11시 사랑이를 재우고..이젠 재운다는 말보다 사랑이가 잘때 옆에 있어주는게 맞다

- 11시 반 못한 아이들 빨래, 삶고 손빨래 해서 널어...

그러고나면 12시반...

  삶의 허기, 뱃속의 허기...참외 한쪽, 오이 하나 씹어먹는다..

  육아책을 몇쪽이라도 읽는다..아니면 동영상 자료(육아) 시청.

- 1시 해랑이가 깬다..젖을 먹이고..

   1시 반 또는 2시 나도 잔다...

 

 

 임신해서 부은 살은 하나도 안빠지고 맞는 옷이 없다.

임부용 원피스를 입는다.

충치가 생겼다...수유동안 치과에 갈 수가 없다..

 가끔 헛구역질이 난다.

 

삶,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배려와 깊은 사랑, 줄타기 혹은 도닦기.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란다면..

자식은 부모의 진을 빼먹고 자라는 것 같다..

 

너무 우울한가.

그래, 난 우울하다.

 

자고 싶다.

한번도 안마셔본 스타벅스 커피도 공원을 걸으며 마시고 싶고

오래전 지인들과 소주한잔 하고 싶고

요가도 하고 싶다(살이 너무 쪄서 자세가 안나오고 시간도 없다)

노래도 큰 소리로 부르고 싶고 그래, 투쟁가도 불러보고싶다.

머리에는 잘 들어오지 않아도 이론서적도 읽어보고 싶고

시간가는줄모르게 수다떨고 싶고

설레는 맘으로 영화도 보고싶고

...

신랑하고 예전처럼 뜨겁게 포옹도 하고 싶다.(울컥)

 

하지만 이제는

내 시간이 내 것이 아니고 내 몸이 내 것이 아니고

내 사랑도 내 맘같지 않고

내 신랑도 예전같은 투사도 아니고 예전같은 피가 펄펄 끓는 청년도 아니다.

자는 모습, 씻고 나온 뒷모습, 일끝나고 작업복을 벗는 모습이

가슴을 저민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아잔차 스님이 그랬다지..

지금 난 불행한가?

그래서 이 불행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가...

 

아이에 대한 죄책감.

지금은 그게 제일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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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

이제 만 26개월이 되어가는 사랑이.

거의 모든 소통이 되고 한글 단어 통문자는 200개-300개 가량 읽는다.

길을 가다가 **지업사 를 보면 사자 '사'자 있다고 알려준다.

 

음, 내가 사랑이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나보다.

많은 기대는 요구하는 것도 많아서 사랑이가 어른처럼 행동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아직 사랑이는 아기인데...

36개월정도 까지는 자기 주장을 펴고 자기가 뭐든지 행동하려 하고 ..  반항기라고 한다.

나는 아직 사랑이의 발달과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나보다.

머리로는 책으로는 끄덕끄덕 하면서도 일상에서는

아직 우리는 불화한다.

 

"엄마 가~앗."

"엄마 싫어"

"꼴보기싫어"

"아아~~~~~~~~~악"

 

등등.. 그런가보다 하는데...아침엔 눈뜨자마자 안아주려고 하니

엄마 싫어 저리가 그런다.

꼭지가 돈다.

눈물이 핑~ .

 

"너 왜 엄마 싫다고 그래 엉?"으로 시작한 하루.

행복한 육아는 정말 남의 일일까.

처음 사랑이가 내 몸에 생겨났을때 그 감사함, 그 감동은 어딜가고...

둘째가 없었어도 그랬을까.

 

해랑이는 지금도 아기띠 속에서 자고 있다.

하루 종일 떼놓질 못한다.

사랑이에게 책한권 제대로 읽어줄 수가 없다.

책이 많지 않아도 읽고 또읽고 재밌어하던 사랑인데..

이젠 책을 사주었어도 같이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뿐 아니라

사랑이가 내게 갖는 신뢰도 부족한 것 같다.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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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싸는 여자

신랑은 고추를 심고 난 뒤 어제 오늘 고추(지지)대를 세우고 있다.

덕분에 새벽 5시나 6시에 나가 밭일을 하고 7시반에 출근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밥굶으면 세상 끝나는 줄 알던 우리는

아니 신랑은 아침을 거의 굶고 출근했다.

좋은 반찬 아니어도 입맛에만 맞으면 한끼 뚝딱 잘먹는 신랑은

구운김을 좋아한다.

내일 아침에는 굶겨서 미안한 마음은 안가져도 되겠다.

겨우 김몇장 굽고는...

 

아기들을 재우고 주방정리를 하고 김을 구운다. 밤 열두시가 다되었다.

들기름과 소금을 섞어 김에 바른다. 솔은 깨끗이 씻어도 세제찌꺼기랑

김, 기름 찌꺼기가 남아 나는 손가락으로 바른다.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소풍때마다 손으로 기름을 바르던,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천천히 싸주던 엄마.

나는 솔 놔두고 더럽게 손으로 기름 바른다고 퉁을 줬다.

손때문이라기보다 알록달록 이쁘지 않은 김밥이

조금은 창피해서였을거다.

 

사는 내내,

머리가 굵어지고 아이 둘을 낳은 지금까지도

나는 때로 엄마가 창피하다.

 

어린 시절 가난한 집 막내 고명딸, 말이 좋아 수양딸이지

그 때에는 소녀들을 식모로 많이 두던 때였나보다.

학교 구경은 커녕 수양딸로 들어가 부엌데기로 살아온

엄마가 창피했다.

 

스물 일곱 넘은 나이에 전처와 그녀의 아들이 득시글거리는

아빠와 결혼한 엄마가 창피했다.

그렇게 살면서 낳은 아들이 죽고 그뒤로

딸만 줄줄이 셋을 낳은 엄마.

나는 그 셋 중에 엄마 나이 마흔에 낳은 셋째딸이다.

 

월세방 얻을 돈이 없어 큰 언니를 낳고

갈라서지 못하고 곁방살이를 했다던 엄마.

 

덕분에 평생을 우울하게 살아온,

그 분노들을 가슴에 묻어두다 때로 설움과 화가

북받치면 집기들을 두들겨 패대기치던,

평소에는 한없이 좋기만 하던 엄마지만

화가 나면 무서운 눈과 욕을 씹어대던 목소리.

엄마에게 맞은 적은 없다.

 

몇년 전에 고관절 수술을 했었는데

3주 전에는 무릎수술을 했다. 연골이 닳았단다.

엄마의 마음도 닳고 닳아 이제는 물기없이

버석거리는 소리가 난다.

일흔다섯이 된 엄마는 아기가 되었다.

 

부스럭 부스럭 쓱쓱 싹싹

김에 닿는 손가락이 내는 소리.

씩씩 쌕쌕

아기들과 신랑이 잠자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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